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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0일 18시 21분 등록
20130709-리뷰-숲에서 온 편지

저자 : 김용규
저서:
- 숲에게 길을 묻다
- 숲에서 온 편지


가슴을 치는 글귀>

추천의 글 : 나무와 풀 덮인 숲에 그가 산다.
윤광준(책에 들어있는 사진을 찍어주신 작가)

4. 일회성 결심의 시효는 더 매력적인 사례를 만나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필연의 선택을 해보지 못한 이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남들이 이룬 성과를 흉내 내는 것이 안전하고 멋져 보인다는 믿음은 이토록 집요하고 맹목적이다.

5. 작은 확신을 실현하는 것조차 온 생애가 필요하다. 스스로 겪고 분별해내는 과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5.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은 이미 만들어진 제도와 가치 너머에 있다. 하찮은 소망의 실현도 만만치 않다.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 억압을 설득하고 깨 부셔야만 얻게 되는 전리품인 탓이다.

6. 그에게 숲은 모든 구성원들은 의인화된지 오래다. 이 나무 저 나무가 아니다. 각각의 이름과 사연이 있는 친구이며 어머니이자 아저씨이기도 하다.
* 저자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인 듯 하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으로 편지를 썼다.

프롤로그 : 스스로를 노래하는 삶

8. 이 책은 평화로 가득한 숲에 살고 있는 내가 삭막함 가득한 숲 밖의 세상으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10. 나는 살 집을 스스로 짓고, 농사하고 글 쓰고 강의 하면서 숲에 기대어 사는 새로운 삶을 온전히 누리기 시작하면서 나다움이 가득한 삶을 모색하고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자존을 기킬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자본과 권력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라 말 할 때도 나는 가차 없이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2. 이따금 산이 윙윙 울어대는 소리는 바람이 길을 바꿀 때 내는 소리인 것을 몰라서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나 아닌 것들과 단절된 마음에서 연유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20. 이따금 외롭다 느껴지는 시간이 왜 없을까요. 이 또한 사람에 대한 기에서 비롯함을 알게 되고, 무수한 생명과 사물 속에 내가 스며들지 못하는 데서 찾아오는 것임을 알게되자, 곁에 두고 잘 어루만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타오르고 싶다면
25. 충분한 불쏘시개 없이는 절대 큰 나무 토막을 태울 수 없습니다.
연소의 원리
1) 작은 것을 태우는 데 성공해야 큰 것을 연소 할 수 있다.
2) 바람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여백을 만든다)
3) 전체가 활활 타오르며년 불이 사방에서 고르게 타올라야 한다. 시너지 혹은 확산의 원리, 균형
4) 아궁이 옆에 부지깽이를 둔다.

38. 제레미 리프킨도 이 불안한 시대를 구원할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 '공감'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는 '공감한다는 것은 삶을 위해 투쟁하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식ㅎ고 그 경험을 깊이 나누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공감에 대하여

38. 다른 사람의 생명을 넘어 생명권 전체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감이 될 것입니다.

44. 살아있는 것들에게 있어 자유에 대한 그리움이란 저토록 강렬한 것이구나, 막힌 상자가 얼마나 답답하고 바깥세상이 또 얼마나 궁금했으면 저곳에 창을 만들었을까요. 그러고 보니 그리움, 그것이야말로 스스로 살고 싶은 삶을 살아내게 하는 원동력인가 봅니다.

49. 거지반의 인생을 살고 나니 사람도 생명이어서 자연의 법칙과 나란히 걸어갈 때 그 삶이 온전히 자기다움과 거스름 없는 자기성장으로 충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생명 모두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관계 속을 헤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조물주의 뜻이 거기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빚어지는 그 망라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생명과 만물을 관통하는 우주의 질서입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모든 생명은 자기 촉진의 능력을 지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때를 기다려 변혁을 준비한 생명만이 어느 순간 마술처럼 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이 올 때 그를 억제하던 관계와 존재는 모두 걷히고, 비로소 마술같은 변혁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차마 버릴 수 없는 위험한 생각
60. 바다와 산은 사랑과 사냥을 따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딸아이 역시 교본을 익혀 자전거 타는 법을 터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삶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나의 생각은 위험한 것일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내가 차마 버릴 수 없는 위험한 생각인걸 어쩌겠습니까.
* 여우숲에 들어오면서 딸 아이를 한번도 학원을 보내지 않고 산다는 것은 정말 실천하기 어려웠을 텐데....
추천사를 쓴 윤광준 작가의 말처럼 저자 김용규는 자신의 생각과 실천을 달리할 꾀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 별빛 아래에서 나무를 심은 까닭
77. 몸과 마찬가지로 마음 역시 복원력의 범위에서 진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도 생명 모두에게 복원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나는, 메말라가는 나무를 방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이면 늦을 것 같아서 별빛 아래서라도 나무를 심어야 했습니다.

- 떠나 보내지 말았어야 할 나무
80. "선생님. 돈이라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마을과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거목을 잃게 되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

86.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듣고 싶은가? 방법은 간단하다. 근처에 나무를 심어라. 더 많은 나무를 심어라."

103. 거울 속에는 흠씬 얻어맞고 내려온 복싱 선수가 있었습니다. 정신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얼른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내가 우는 모습의 사진을 꼭 찍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문득 부어 오른 이 모습도 간직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평범함을 굴복시킨 그 것
108-109. 나흘간 함께 한 시간에서 나느 그녀의 평범함을 굴복시킨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좋아하는 것이요, 또한 꾸준히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풀꽃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꾸준하게 그들의 모습에 귀 기울이는 삶이 평범한 그녀를 위대한 여인으로 바꿔놓은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최근 식물도감을 펴낸 많은 사람들은 그녀와 같은 비전공자입니다.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것에 꾸준한 것의 위대함, 어떠한가요. 겪어보고 싶지 않으신지요.

- 삶이 웅덩이에 빠져 갇혔을 때
112. 웅덩이에 갇힌 시간도 내 삶의 귀중한 일부임을 인정할 것. 그 처음 한 곳에서도 삶을 누릴 것. 포박된 삶의 고통과 갑갑함을 기꺼이 껴안고 삶을 지속할 것. 즉, 내가 처한 그 웅덩이 안에서도 내 삶이 진행되게 할 것. 당장 진전이 없을지라도 돌이켜 그 시간이 내게 귀한 경험이 되었을 때였음을 회상할 수 있게 처신할 것. 하루하루가 아픈 나날일지라도 때를 기다려 오늘을 열고 닫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 것. 그 자리에서 썩어 주변과 함께 악취를 만들지 말 것.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힘차게 여행을 떠날 것. 마치 웅덩이에 공ㅆ다가 새로운 물이 밀고 들어올 때 힘차게 바다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물처럼.

123. 나는 숲으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공표하던 날에 내가 겨울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겨울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급하지 않을 수 있었고, 지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 입구 전략이 있는 사람들은 좋거나 나쁜 국면의 상황에서 자신을 잃어 길을 잃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 그대는 삶의 어느 국면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롭게 열리는 길의 입구에 서 있다면, 그대가 품고 있는 삶의 전략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141. 무엇엔가는 유연하고 다른 무엇엔가는 강직할 수 있는 원칙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할 것임을 나는 압니다.
* 달뿌리풀의 유연성, 강직함

- 곡선의 힘
153.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집 근처의 주변이 잘 정돈된 벌통들보다 풀 더미 속에 버려진(?) 벌통들이 더 묵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습한 기후 조건엣 잘 발생하는 벌 기생 유충들의 개체 수도 풀더미 속의 벌통들이 더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외 없이 그랬습니다.

154. 벌의 생존과 번영을 훼방할 것 같은 풀 더미와 가시덤불이 만들어낸 곡선 속에는 말벌 같은 외적의 침입을 억제하고, 미세하게 습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빠른 길, 직선의 길만을 길이라 부르지 말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57. 자자 산방
그대는 혹 맨몸으로 자연 위에 서 있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아는지요. 처음의 경계심을 넘고 찾아오는 그 자유의 극치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요. 바람이면 바람대로, 햇살이면 햇살대로, 퍼붓는 비면 그 비 그대로, 몸의 감각은 무방비함의 즐거움에 젖습니다. 무엇보다 자유롭습니다. 모든 억압이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구석구석 세포들이 열리는 느낌입니다. 1만여 년 전의 인간 유전자가 그러했듯,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본래 이렇게 자유롭고 거침없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숲을 뛰노는 짐승들의 주파수대역과 같은 대역에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160. 자자산방이 늘어지고 지친 삼을 추스르는 공간이면 좋겠고, 그대 품은 이야기 글이나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는 공간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자산방에 오면 스스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추운 겨울에는 직접 불을 지펴야 할 테고, 손수 채소를 뜯고 음식을 하고, 스스로 정리를 하며 지내야 할 것입니다. 그대 오시는 날, 나는 다만 그대의 자자를 돕는 투명인간으로 머물고 싶습니다.

163. 수형을 잡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롭게 뽑아 올린 저 가지들을 또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왜냐하면 이간의 조급한 마음에 부합하지 않을 뿐이지, 나무는 스스로 균형을 찾아 저답게 꽃피우고 저다운 열매를 맺을 줄 알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억압했던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사람 역시 마음껏 제 가지를 뽑아 올려 드디어 제 꼴을 향한 삶의 질주를 제 속도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66. 나는 자식이 아비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것을 경계합니다. 아비의 한계가 자식의 한계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167. 기름보일러가 아닌 구들방을 누리기 위해 나무를 하고 불을 지피는 수고를 경험해야 하는 딸,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기 위해 알불이 필요하고 간혹 숯검정도 묻힐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딸, 고구마한 조각을 얻어먹고 싶어 아궁이 앞에 모여드는 개에게 자신이 먹을 한 입을 내어줄 줄 아는 딸,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딸 녀석이 성장의 궁극이 나의 유익만이 아니라 타인과 다른 생명에게로 확장되는 것에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알아갔으면 합니다.

- 아픔, 신이 주는 성찰의 기회
170. '아, 이러다 죽겠구나' 심장 박동이 용량을 초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입구 표지판에 쓰인 '심장 돌연사 예방을 위해 무리한 산행을 하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176. 사람들은 나를 미련한 놈으로 보거나 지나치게 게으른 놈으로 보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방식의 성장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비료나 농약을 주어 단기적 성과를 얻는 성장의 방식은 나의 가난을 구제하는 데 조금 더 보탬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땅을 이어서 써야할 다음 세대에게 더 큰 가난을 안겨줄 것입니다. 지구 전체가 더 크게 병들게 될 것이 뻔합니다.

187. 바다는 며칠간 웅크린 채 스스로 제 상처를 핥고 절뚝이며 걷기를 반복하더니 열흘 정도지나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다시 사냥에 나서 기어이 산토끼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나타났습니다. 이대로라면 바다는 마을 사람들이 고라니로부터 밭작물을 지키기 위해 놓은 덫에 또 다시 걸릴지도 모릅니다. 한편 산이는 나와 함께 있는 한 절대 덫에 걸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생각하게 됩니다. 나의 삶은 저 둘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닮은 것일까요. 혹은 어떤 것이 주어진 삶을 더 맛나게 사는 것일까요.

196. 쓸모없는 도식화라는 점을 알지만, 여전히 머리로 종소리를 잘 듲는 법을 이해해 보려는 사람을 위해 몇 가지 그 원칙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이끌릴 것. 그것을 온전히 좋아하여 그 대상에 이끌릴 것. 둘째, 늘 처음처럼 그 대상을 대할 것. 그리고 아낄 것. 셋째, 분별하지 말 것. 나 스스로 깊이 빠져들어 몸의 아래부터 채워나갈 것, 가슴을 채우고 자연스레 머리에 차오르도록 할 것. 상대가 반응하고 감응하는 것을 즐기며 더욱 더 그 대상을 구석구석 핥고 쓰다음을 것. 온전히 그 순간에 헌신할 것. 그리하여 그대 삶에 날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바랍니다.

206. 귀농해서 몇 년 살아보니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도 하나의 작은 정치판이 존재합니다. 나의 짧은 견해로는 정치란 결국 무수한 욕망이 품고 있는 이해관계를 다루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일 때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하고 평화로운 곳이 됩니다.

208. 그대가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이라면 농촌을 피난처나 구도의 장소로 삼지 마십시오. 대신 그대가 품은 정의로움과 그대가 키워온 노련한 경험이 함께 오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농촌에 부족한 것은 바로 그것이니까요.

214. 농담처럼 나는 인간과 사람을 조금 다른 의미로 구분하여 쓰곤 합니다. 우선 농사해 보았으면 사람, 아니면 아직 인간. 자신 혹은 타인의 자식을 포함해서 생명을 키워본 이는 사람, 아직 아니면 인간.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해본 이라면 사람, 아니라면 아직 인간. 위 세가지 중에 최소한 하나라도 자신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는 그는 사람, 아니라면 인간. 좀 억지스럽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그만큼 생명을 곁에 두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깊이 있는 삶을 위해 주용하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222-223. 아픔은 내게 있어 거울입니다. 아픔은 나를 강제로 눕게 만듭니다. 고열에 몽롱해지고, 뼈마디가 쑤시며 한기가 느껴지면 외로움이 실존으로 찾아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통증, 심지어 외로움에게 나를 맡기는 게 최선입니다. 이윽고 몇 날 만에 회복되어가는 몸과 정신 속에서 비로소 근자의 삶이 맑은 거울 위에 투사됩니다. 그간 느릿느릿 사는 것과 게으르게 사는 것의 차이를 구별 않고 살아왔던 것이 거울 위에서 들통이 납니다. 스승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꾸준함에 나를 바치지 못한 일상도 아픔을 불러온 스트레스를 통해 폭로됩니다.

- 우리가 불행한 이유
227. "자연에는 겨울이라는 시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여서 우리 삶에도 종종 겨울이라는 시간이 찾아들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겨울이 찾아온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맞았는데도 자신의 삶에 꽃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거기에 있어요. 겨울을 맞아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고, 겨울이 온 것을 알지 못한 채 지나온 봄날처럼 여전히 꽃피지기를 바라는 데 우리의 불행이 있습니다."

228. 겨울에는 오로지 자신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이죠. 더 이상 소비도, 생산(인간으로 치면 무모한 모색)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목은 무언가를 생산하려는 시도를 멈춥니다. 당신이 소비도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하고요. 간결해지는 것이고,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만 버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에는 그렇게 버티는 것만이 가장 큰 희망이고 수행인 시기가 있습니다.

- 나이
231. '아, 마흔 다섯의 아침이구나. 서른이 되던 해에는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나이가 내게 당도한 아침이구나.'

234. 우리 마을에는 묘비에 나이를 새기지 않는다오.
사람이 얼마나 오래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오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있고 사랑을 하고,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는
잊지 못할 삶의 경험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기둥에 금을 하나씩 긋는다오.
그가 이 지상을 떠날 때 문기둥의 금을 세어
이렇게 묘비에 새겨 준다오
여기 묘비의 숫자가 참삶의 나이라오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살아지지 말아라>>, <삶의 나이>

===


내가 저자라면>

#1.
이 책은 저가 김용규가 매주 한 편식 숲에서 사람들을 향해서 보낸 <마음을 전하는 편지> 중에 50편을 골라 묶은 것이다. 이미 여러 편을 매주 배달되는 편지 속에서 보았다. 웹으로 전해지는 편지로 읽을 때와 책으로 읽은 때는 느낌이 다르다.

편지를 보낼 당시에 저자 김용규가 보고, 듣고, 고민하고 경험하는 것들을 담은, 딱 그 시기에 맞는, 생생하게 전하는 편지이다.

저자 김용규, 여유숲에 집을 짓기 시작 전부터 글을 썼다. 그 글들은 집을 짓는 동안, 지을 때까지 생생함이 담겼고, 첫책으로 <숲에게 길을 묻다>로 출간되었다. 당시에 저자는 숲에서 글을 쓰면 더 잘쓰게 될거라는 권유를 들었고, 그는 정말 숲에서는 생생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두번째의 편지를 엮은 책도 그러하다. 아침의 새소리, 밤의 고라니소리가, 일찍 닥친 매서운 추위가,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이 편지가 되었다.

생생함, 그 삶을 직접 살면서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진솔함이 편지에 담긴다.

저자가 자신이 '마음을 전하는 편지'의 필진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초기에는 무엇을 쓸까 약간은 헤맸지만, 자신은 뚜렷하게 한 가지 주제만을 가지고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쓰려고 했다고 한다. 이미지 에세이를 쓰려할 때 필자에게 해준 조언이다.

자신의 한 분야에 대해서 일관되게 매주 하나의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매주 한번의 편지로 만난다는 약속을 성실히 지켜왔기에,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같다.

#2.
책으로 나온 편지는 윤광준 작가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한다.

여우숲의 사계절과 저자 김용규와 '산' '바다'의 모습이 평화롭다.

아름답다거나 평화롭다라는 것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건 느끼는 것이다. 사진은 언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숲에서 세상으로 마음을 전한다.

#3.
책은 2~3시간이면 다 읽을 내용이다. 전하려는 메시지도 어려운 용어를 익혀야 개념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고 평이한 에세이다. 그런데, 그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읽어보게 만든다. 저자 자신이 자신만의 세상을 보는 방식을 자신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가슴을 치는 글귀를 옮겨 적으려니, 마땅히 옮겨적을 부분이 없다. 일부만을 떼어서 옮겨적기는 어렵다. 저자가 맞딱뜨린, 경험한 상황과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를 따로 떼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그만큼 일상적인 것에서 자신의 이야기꺼리를 찾아서 편지를 썼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솔솔 풀어내는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어느 한 생명체만을 떼어서 그것이 사는 방법, 사는 환경을 말할 수 없듯이, 그의 이야기도 부분과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처럼 보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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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아카데미와 연계하여, 저자의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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