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5348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3년 7월 11일 09시 01분 등록

가만 살펴보니 숲을 기반으로 오가는 날짐승의 세계에도 각자의 길이 있습니다. 창공의 강자인 매나 수리류들은 높은 하늘을 납니다. 녀석들은 몸집이 상대적으로 매우 큰 편이지요. 한편 딱새나 박새 같은 작은 새들은 지면에서 멀지 않은 높이를 사용하며 날아다닙니다. 녀석들의 몸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녀립니다. 물론 꿩처럼 특이한 녀석도 있습니다. 꿩은 비교적 몸집이 크지만 몸이 둔하고 비행의 모습도 어설픕니다. 한번 도약하여 비행할 수 있는 거리도 무척 짧고 높이 날지도 못합니다. 한 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경우도 많은 새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산’과 ‘바다’는 이 꿩들을 사냥해보겠다고 이리 쫓고 저리 뛰며 종종 흥분하곤 합니다.


새가 사용하는 하늘의 길이 이렇게 각기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그 새들의 욕망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고 삶을 이어가기에 각자 그 높이가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오랜 세월 이어온 삶을 통해 알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맹금류들은 높이 날아 멀리 보아야 훌륭한 사냥감을 구할 수 있지만, 박새나 딱새 혹은 참새나 오목눈이 같은 녀석들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풀씨, 나무열매, 곡식, 애벌레나 곤충 따위의 먹이는 모두 땅에 붙어있는 식물 높이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길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모든 생명은 각자 제 욕망을 따라 길을 걷거나 혹은 날아갑니다. 하지만 그 길이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도 각자의 길 위에서 비틀대고 넘어지고 심지어 길이 뚝 끊겨 절망의 협곡에 갇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창공을 비행하는 새들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말똥가리처럼 높이 나는 맹금류도 때로 땅바닥에 너부러져 죽음을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농약을 먹고 죽었거나 죽음 직전에 있는 사냥감을 먹이로 삼았다가 동네 형님 손에 의해 박제로 변한 말똥가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우숲 숲학교 건물의 넓은 창이 또 다른 창공인줄 알고 힘차게 날아오다가 머리를 부딪고 기절하거나 죽음을 맞이한 딱새도 몇 마리 있습니다. 특히 주로 숲이 헐벗은 계절에 그런 사고가 있습니다.


이 숲에서 새들이 뜻하지 않게 맞이한 죽음을 볼 때 마다 나는 가슴이 아픕니다. 숲 경계지대에 건축물을 앉혔더니 그것이 낮게 나는 새들에게 혼란을 주었구나 생각하면서 그렇고, 인간이 만든 맹독성 농약이 또 푸르름 마음껏 누리며 높이 날던 새들의 삶을 주저앉힌다는 생각에서 또 그렇습니다. 그렇게 죽어가는 새를 보며 내가 갖는 첫 번째 인식은 미안함입니다. 여우숲의 카페 여우비 사장은 그래서 넓은 창에 나뭇잎 스티커를 붙여두었습니다. 여기는 길이 아니라고... 그 마음이 참 곱게 느껴져 볼 때마다 흐뭇합니다.

다음 편지에는 그렇게 느닷없는 절망 혹은 중도하차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생명의 입장에서 사유해 보겠습니다. 폭염과 장마 잘 건너시기 바랍니다.


IP *.226.199.1

프로필 이미지
2013.07.12 08:37:15 *.246.146.108

백오, 유리창에는 나뭇잎 스티커 보다는 맹금류 스티커 (버드세이브 스티커)를 부착하심이...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54 엄마, 자신, 균형 [1] 어니언 2024.12.05 1280
4353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어니언 2024.12.26 1300
4352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불씨 2025.01.08 1320
4351 [수요편지] 발심 [2] 불씨 2024.12.18 1359
4350 목요편지 - 아내의 눈물 [2] 운제 2018.10.18 1396
4349 [일상에 스민 문학] 에필로그 [4] 정재엽 2018.12.26 1415
4348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1. 정재엽 2018.08.15 1423
4347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1423
4346 [금욜편지 89-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4] 수희향 2019.05.24 1431
4345 목요편지 - 요가수업 [2] 운제 2019.05.09 1440
4344 목요 편지 - 회상 [1] 운제 2018.11.01 1447
4343 목요편지 - 북수꽃이 피었어요 [3] 운제 2019.02.21 1450
4342 누리는 걸까, 소비당하는 걸까 [1] -창- 2017.09.09 1451
4341 개들은 모르는 것을 보면 짖는다 옹박 2017.10.16 1452
4340 ‘1인 기업가’ 차칸양의 직업, 일, 미션 이야기 file [6] 차칸양 2018.06.12 1452
4339 [수요편지] 위대한 근대인 [2] 장재용 2019.04.03 1453
4338 핀테크는 왜 '개인금융의 미래'라 불리는가?(2편)-레이니스트 [2] 차칸양 2017.10.10 1454
4337 목요편지 : 가을바람이 분다 운제 2018.09.06 1457
4336 목요편지 - 5월을 열며 [1] 운제 2019.05.02 1457
4335 [수요편지] 불안의 짐짝들에게 장재용 2019.10.23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