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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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숨죽인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날아오르는 말없는 새이며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 어느 아메리칸 인디언의 기도
뭐랄까. 써야는데 써야는데 하면서 시작하지 못했다. 노트북 앞에 앉으면 구본형 선생님이 떠올랐고 머릿속은 멍했고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묘한 느낌들이 뚝뚝 끊어지면서 정리되지 않았다. 선생님과 내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고 아무 때고 불쑥불쑥 찾아왔다. 아버지가 2001년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손가락을 헤아려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잊고 산 것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구본형 선생님을 떠나보낸 2013년 4월과 5월은 카페가 전부였다. 눈부시게 피어난 벚꽃과 그 좋아하던 목련도 그저 덤덤할 뿐이었다. 출퇴근이 따로 없었고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 기록하지도 못했다. 매주 추모의 밤이 열렸고 수많은 사람이 셀 수 없는 사연을 안고 합정동 카페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 다녀갔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만이 위로였고 위안이었고 숨통이었다. 그리고 6월, 카페는 미쳤다. 메뉴개편에 따른 주방 공사와 인원배치 이후 매출이 늘면서 식당이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구원 회의가 열렸고 오만가지 논의가 계속되었다. 누군가는 매일 카페에 와서 고민했고 누군가는 멀리서 또 누군가는 가까이에서 앞다퉈 고민에 고민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바닥들이 드러났다. 조직적이지 않은 조직임을 알게 되었고 우리 모두는 서로 잘 알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했으므로.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숙제가 꽤 많다. 앞으로 이 숙제들을 누군가와 재미있게 즐기면서 잘해나간다면 선생님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
지난 4월.
‘선생님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이 갑작스레 전해지면서 연구원 단체 카톡 방이 생겼다(이거 강미영이 만들었다). 구본형 선생님 소식도, 스마트폰에 뜨는 수두룩한 카톡 메시지도 당황스러웠다. 그러다가 인원이 많으니 네이버 밴드가 좋겠다며 갈아탔다(이것도 강미영이 만들었다). 운수 좋은 날이던가. 좋긴 개뿔. 선생님 별세 소식과 이후 진행되는 장례절차며 추모행사 관련 안내를 밴드에서 확인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소란스레 분주한 시간이 마구마구 흘러갔다.
그러던 6월의 어느 날, 연구원 패밀리가 구성되었다(이거, 맞다. 강미영이 만들었다). 멤버까지 정해주었고 만남을 부추겼다. 어쩌겠는가. 만나야지. 그렇게 7월 3일 수요일 오후, 1패밀리 모임이 합정동 크리에이티브 살롱9 카페에서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냥 헤어졌겠는가. 매주 칼럼 하나씩을 강제하기로 결정했다. 오마이갓!
글을 만들어내는 건 재능도 노력도 아니고 그저 마감이라고? 하나 더 추가하자. 벌금이라고. 나는 오늘 3만 원이 아까워서 이 글을 쓴다. 강.미.영. 요 녀석!
어머. 언니 정말 나를 위한 글이네!
나를 위한 글이라고 하기에는,,, 칼럼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요. ^-^
언니 글 읽고 보니 나 정말 그 동안 뭘 하고 다닌건가요? ㅎㅎㅎㅎㅎ
그래요 언니.
누군가는 달리고 누군가는 정신없고.
누군가는 앞서고 누군가는 따라오고.
누군가는 말하고 누군가는 듣고있고.
그러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요... ;;;;; 그렇지요? 그래야지요....
벌금 삼만원 세이브한걸로 돈사돈 궈궈궈~? ㅋㅋㅋㅋㅋ
노노노! 제가 돈 마니 벌어서 지호한방삼계탕 사 드릴께효!
토닥토닥.
ps. 취중집필 이거 괜츈네~ 나도 담주에 도전!해야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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