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5천만의

여러분의

  • 자로
  • 조회 수 4668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8년 11월 1일 15시 14분 등록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4.5


10여년을 같이 알고 지내던 분이 갑자기 승복을 입고 나타났다.

작년에 시작했던 식당이 어려워져 문을 닫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한동안 휴식을 하고 오겠다던 분이 이번 달 친목계에 머리를 밀고 온 것이었다.

웃음보다는 침묵으로 자리를 지켜야 했고, 모임 내내 가슴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 분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자유로운가를 되물어보았다.

- 아냐, 절대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아.

- 그렇다고 생각만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갈 수는 없는 거잖아?

- 그래도 싫어. 난 멋지고 재미있고 폼 나는 인생 살고 싶어. 그게 내 꿈이야.

- 그럼 지금 넌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과연 지금이 그런 생활이란 말이야?

- 몰라. 하지만 내겐 꿈이 있고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럴려고 노력할거야.


1. 지겨운 친구, 당뇨


작년 봄 무렵 3년 정도 치료를 하던 당뇨가 이제 잡혔다고 약을 끊어도 좋다는 의사를 판정을 받았었다.

첫 번째 식당이 망해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모든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으면서 슬그머니 당뇨라는 놈이 내 인생에 스며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운동이라는 좋은 친구와 당뇨라는 나쁜 친구를 한꺼번에 만나야 했다.

런닝머신부터 시작해서 마라톤과 올 해 재미를 붙인 배드민턴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 운동을 해야 했고, 그때마다 나쁜 친구는 술과 음식으로 나를 유혹했다.

끈질기게 스토킹하는 이 친구를 운동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어 엄청 좋아했는데 불과 1년이 조금 지나자마자 다시 옛 친구가 그리워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술이 원인이었다.

주량이 세지는 않지만 워낙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에 술과 친구가 없으면 정말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 할 정도로 나는 술과 사람을 좋아한다.

오죽하면 나의 가장 큰 장점이 ‘만남과 만들기’가 아닌가?

길게 생각하고 너무 멀리 떼어 놓지 말라고 담당의사가 말했다.

그래, 좋은 친구가 있으면 나쁜 친구도 한 놈 정도는 있어줘야지.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살면 되지 않겠어.


2. 두 번째 교육사업의 아쉬움


봄 ‘요리아카데미’를 준비했다가 준비미숙으로 중간에 접고 조용히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 여름에 ‘맛있는 창업(www.jumpo119.biz)'과 연결되어 ‘식당마케팅 아카데미’라는 과정을 준비하였다.

사이트에 외식마케팅에 관한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고정 독자수도 적지 않아 내심 기대가 적지 않았는데 역시나 수강생이 부족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사렛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준비한 강의도 인원 부족으로 폐강되고, ‘명강사 명강의’의 강의요청도 이런 교육 때문에 고사했는데 ...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역시 교육 사업은 나하고 잘 맞지 않는 것일까?

다른 일들은 계획했던 대로 잘 맞는데 유독 교육관련 일은 안 된다.


먼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날 새벽 뒷통수를 치듯이 쳐들어왔다.

- 그래 내 꿈이 ‘외식경영작가’였어. 이것에 먼저 집중하고 일가를 이룰 수 있어야 해.

- 대한민국 누구라도 ‘외식경영’하면 날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거야.

- 내가 날 자랑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실력과 실적이 날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해.

- 고객의 요구는 분명히 있다. 그 고객의 만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내용이 우선이지 그것을 알아달라고 여기 저기 나방처럼 달려드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 돈이 되고 안 되고는 나중 일이잖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것은 내 장점이 아니야. 내가 잘하는 것은 현장에서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해서 재구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란 말야.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씨줄 날줄로 묶어 책으로 만드는 것이지.


1년 동안 또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다. 적지 않은 비용도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류의 비즈니스가 나에겐 맞지 않다는 것도 배운 셈이다.


3. book 2


8월 말 원고를 마감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탈고는 아직도 요원하다.

첫 책이 너무 쉬웠던 탓일까?

만만하게 보고 덤볐던 두 번째 책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러 온 몸의 진을 다 빼내고 있다.

내용을 바꿔 보기도 하고 목차도 다시 배치해 보는 등 있는 것으로 대충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워낙 기본 글이 부실해서 차별화된 책으로 나오는 것이 무리였다.

출판사 관계자도 솔직히 말해 주었다.

아직 내용이 기대한 만큼 되지 않는다고.

에둘러 돌려대긴 했지만 그 말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늦더라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초안으로 쓴 내용을 반 이상 쳐내고, 이 책을 읽을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을 보완할 것이다.

올 연말까지 다시 고치고 가다듬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밥장사를 하면서 느끼고 배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 보련다.


4. 마실(www.masilfood.com)


10월에 3년 재계약을 다시 하였다.

내년 2월이 계약만기일임에도 불구하고 5개월이나 일찍 재계약을 하게 된 것은 워낙 주변에서 말이 많고 덤비는 인간들이 있어서였다.

건물주인은 별 생각이 없는데 인척들과 부동산에서 흔드는 통에 단판을 졌다.

다시 3년을 연장했으니 앞으로 3년하고도 4개월은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은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좀 거시기한 면도 없진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에서조차 소비심리가 싸늘히 식어 경기가 말이 아니어서 하루하루 긴장이 말이 아니다.

밥 장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업인데 하루라도 장사가 안되면 무슨 일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거린다.

다른 식당들은 어떤가 싶어 밤이라도 염탐을 돌기 일쑤다. 남들도 다 안되면 맘이 놓이지만 다른 식당들 자리가 꽉 차있으면 부러움과 질투, 시기심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애간장을 태우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하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겠다는 사람이 네 명을 만났다. 전화문의는 많았지만 직접 대면을 하고 실제 입지와 조건을 따져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릉역 부근, 홍대 부근, 화곡동, 청주지역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장사를 오래하지 않은 것과 갈수록 줄어드는 매상에 지쳐있었다.

그만두기엔 달리 할 것도 없고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었다.

아직 한 곳도 가맹계약을 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서두르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마실 프랜차이즈에 관해 신뢰를 가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마음이야 이런 저런 조건을 다 들어주고 시작하고 싶지만 ...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차별화된 원본, 시장에서의 성공모델”을 그들이 인정할 때 나와 그들은 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공부와 건강


올해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핑계를 대려면 이유야 많겠지만 어쨌든 예전에 비해 반 이상으로 줄어버린 독서량이 빈약한 글쓰기 수준으로 바로 나타나 버렸다.

대충 어찌 때워 보려 했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나태해졌고 행동보다 말이 앞섰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두 번째 책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과 함께 공부동계훈련을 강도 높게 시작해야겠다.


지겨운 친구 당뇨가 함께 데리고 온 운동도 술 먹는 만큼이나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배드민턴 집중레슨을 두 달 동안 해 이젠 초보딱지를 떼야 한다.

벌써 후배들이 열 명이나 더 들어와 몇 몇은 나를 추월해 가고 있어 나중에 꼬래비가 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 열 개의 풍광과 다시 내년을 꿈꾸며


해마다 이맘때부터 내년의 꿈을 그리기 시작한다.

작년에 가졌던 꿈을 되돌아보고 그 꿈들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또는 시들어버렸는지 반성하고 사색하는 시간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 올해 내가 클래식을 배우고 싶었었네. 그런데 왜 못했지? 지난 긴 시간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음악하고 친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꿈으로 포장시켜 놓았던 것은 아닐까?

- 대학원을 졸업하면 설악산과 지리산을 종주하려 했던 꿈도 해내지 못했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도전해 볼까? 지난 번 가까운 산에 단풍구경가는 것도 얼마나 귀찮아 했는데 지리산이라니? 말도 안 돼. 원채 산을 싫어하잖아. 산을 싫어하는 놈이 왜 산을 간다고 했니?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한 것 아닌지 반성해야 해.

- 그리고 꿈 벗 재단은 또 뭐니? 버젓이 올려놓고 한 게 뭐가 있는 거야? 선생님과 꿈 벗들에게 자로가 한다고 큰소리만 뻥뻥 쳐놓고 말이야. 어이구, 이 한심한 놈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 꿈이라고 다 꿈이 아니라 하고 싶고 할 수 있도록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마음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며칠 후면 큰 애의 고등학교 진학이 결정 난다.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가는 것을 존중하기로 가족회의에서 논의하였다.

작은 애는 여중에 가고 싶어 한다. 공학은 부담된다나. 어쨌든 그 역시 아이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다음 주 큰 애 시험이 끝나면 조촐하게나마 가족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일밖에 몰랐던 내게 가족과 스승이자 친구인 벗들이 가르쳐 준 가난한 여유를 알게 된 이후 더 이상 세속적인 성공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되었다.
다른 사람이 맞춘 성공한 노예라는 틀에 벗어난 나는 전환점을 돌면서 4년 전 앞으로 10년 동안 열 개의 꿈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해마다 10개씩의 작은 꿈을 그리는 작업을 한다.

올해는 다시 [내 꿈 찾아가기 3개년 계획]을 시작하는 해이다. 지난 3년이 새로운 삶으로의 방향 전환기였다면 앞으로 3년은 내가 살 집에 터를 다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3년 동안 건물을 짓고 인테리어를 하면 마흔 10년의 준비를 마감하게 될 것이다.
그 첫 해가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IP *.145.231.25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08.11.02 01:26:05 *.129.207.121
잘 읽었습니다. 몸 건강하시고요. 마실 한 번 가야 하는데, 서울에서 좀 멀어요.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8.11.04 17:14:04 *.138.37.132
자로!

요즈음 쉽지 않네, 그래도 잘 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항상 자네에게 많은 것을 배우네
도움은 못되고..^^

혼자 일하지 말고 누군가를 가르쳐서 키워 보는 것은 어떤가?
나이도 됐고 하니... 싱싱한 놈!?으로 하나 골라서,

교육사업을 할려고 했던 것처럼, 프랜차이즈를 할려고 했던 것처럼,
책을 써낼려고 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면 그 안에 모든게 다있을 거 같은데...
피드백도 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시너지효과도 있고

건강하시게..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