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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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종이를 앞에 두고 추상명사 그리기를 했습니다. 개인이 한 장식 그리는 게 아니라 2절 종이에 같이 그렸습니다.
여러가지 이상한 말들을 그려보고 싶었으나, 심적으로 부담이 있어서 그중에 몇가지를 그렸습니다.
1) 일상의 공포
2) (연애에 있어서) 여성의 수동성
3) 권력
4) 여성의 치명적인 섹쉬함
하나 그리고 이야기하고, 또 그리기 전에 이야기하고 그리고 이야기하고를 했습니다. 우리는 '자기발견을 향한 드로잉'이란 것을 하고 있으니까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와, 자신의 생각한 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고민하면서 자신을 발견하는거죠.
위에 사진은 일상의 공포입니다.
- 뭔지 모를 엉킨 것, 뭔지 모를 혼란, 어두움
- 털이 곤두서는 것
- 날카로운 것에 찍릴 것 같은 두려움,
- 유리에 베이는 것은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 작은 것이 떼로 몰려오는 것도 징그럽고 끔찍합니다.
연에에 있어서 여성의 수동성을 이야기할 때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지난주 교회에서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하는 농담을 들었거든요. 남성을 유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물었는데, 좋은 답이 없지요. 여성이 적극적으로 고백하는 것은 좋지않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노새님이 초등학생인가 유치원생인가 아이들에게 들은 것이며 전해준 것인데, 어린 여자아이들이 했던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안돼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고백하면 안되고, 고백하게 만들어야 하는게 우리의 현실적인 연애인가 봅니다. <봄날의 간다>의 명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처럼 여자는 무심한 듯이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밥(음식)을 핑계로 사적인 공간으로 끌어들여서 유혹을 완성하는 존재인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밥을 밥을 잘 주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 제 머리속에 콱 박혀있습니다. 이래서 연애를 할려면 10만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건가 봅니다.
저야 워낙에 여성 우월주의자이다보니 여성의 수동성은 포용성으로 나온 것이라는 위험스런 발언을 했습니다. 여자들은 복잡한 것을 잘 이해하고, 이 후에 어떤 행보가 될지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수동성이라기 보다는 전체성과 포용성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노새는 여성의 여러빛깔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경직된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을 형상화했습니다. 안쪽에 3면만 보이는 상자를 하나 그려넣었는데, 그건 여러 모습 중에 일부만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거기엔 수동성을 대표하는 색을 칠해 넣었습니다. 유약함의 노랑, 여성의 색이라고 하는 핑크, 그리고 수동성의 초록. 니다는 관계를 여성과 남성을 모두 그렸는데요, 완전하게 원을 이루지 않고 한쪽 귀퉁이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 남성이라고 하네요. 가운데 커다랗고 까만거는 뭐라고 했더라,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바탕에 핑크 비슷한 살구색(살색)을 칠했고 그것을 여성의 전체성이라고 말했는데, 노새가 그것에 대해 여자아이들이 핑크를 좋아하는 다른 이유를 말해주었습니다. 그건 노새의 경험에 의한 추론이고 노새가 본 사회에 대한 이해입니다. 여자아이의 옷과 물건들은 핑크가 많는데 그건 여자아이들이 처음부터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닐거라는 게 노새의 말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 아이들은 시력이 약해서 채도가 낮은 핑크나 하늘색의 물건들은 그냥 흐끄무레한 색을 한 것들로 보인답니다. 아이들이 원색을 좋아하는 건.... 빨갛고 파랗고, 초록이 진한 것은 눈에 확 들어와서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연한 파스텔톤의 핑크나 하늘색은 엄마들이 좋아하는 색인 거죠. 그리고 핑크가 여자아이와 결합한 것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예쁜 옷을 사서 입히고, 머리게 핀을 꼽고 예쁘게 꾸며주면서 '예쁘다'라는 칭친과 관련되었다고 합니다. 예쁘다라는 말을 들으며 그때 입고 있던 것, 머리에 하는 것, 물건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말들과 결합해서 나중에는 핑크색 물건만 봐도 행복해진다는 거죠. 노새는 언니와 같이 사는데, 언니는 온통 핑크랍니다. 성인된 지금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노새는 언니의 핑크를 끔찍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언니중에 리본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옷에는 장식적인 리본이 많이 달린 것을 좋아하고, 본인도 리본이 있는 옷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저는 노새가 여성의 핑크는 칭찬과 결합되어 있다. 수동성을 나타내는 색이라는 이 말에 동의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핑크나 살구색은 다른 의미이지만, 현재 우리 문화에 있는 여성과 핑크의 결합헤 대한 노새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권력'에 대해서도 그려봤습니다.
이것도 지난주에 들었던 것이 있어서 떠오른 추상명사입니다. '라틴 아메리카'를 공부했거든요. 권력이나 계급같은 것들을 여러차례 들은 터라 그 말이 생각나서 그려보자고 했습니다.
이건 수직적인 이미지가 될 것 같아서 상하를 정해놓고 그렸습니다.
검은색, 자주색, 세로선, 계단, 강남구청의 문양에서 따온 것, 밖으로 뻗어나가는 어떤 이미지.
이런 것들이 권력하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이미지를 해석하는 것은 이전에 본 어떤 것, 교육받은 것, 얼마전 경험한 것들이 해석하는 키가 되는 듯 합니다. 제가 이전주에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 혼종과 계급투쟁, 혁명, 총, 노예, 독재자 대통령 이런 것들을 들어서 그런 쪽으로 해석이 작용했듯이, 지난주에 강남구청에 들를일 있었다는 니다의 말처럼 말입니다.

여성의 치명적인 섹쉬함. 그건 정말이지 갖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섹쉬'라는고 여기는 코드가 이미지에 등장만 하면 제 머리속에는 '아 섹쉬하다'라고 머리속에 불이 들어옵니다. 약간은 남성적인 시각을 갖은게 아닐까 의심을 해봅니다. 전 콜라병 몸매를 보면 불이 들어오고, 엉덩이를 예쁘게 흔드는 여자를 보면 거기만 쳐다보느라고 정신을 못차립니다. 예전에 왁스의 노래 '오빠' 뮤직비디오에 하지원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와서 긴바지를 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지요. 그런데 카메라가 엉덩이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잡아서 '아, 바지 입은 여자도 섹쉬할 수 있구나'했습니다. 전 그 이전까지는 여자는 무조건 '치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건 제 아버지께서 심어준 고정관념이고, 그리고 제가 고스란히 가지고 있던 것이었는데, 하지원의 엉덩이를 보면서 그게 깨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예전의 그 치마 코드나 엉덩이 코드나 마찬가지 상징에 저는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여성의 하체의 풍성함이니까요. 거기에 세세함을 알 때 섹쉬함이 더해진다는 생각에 무늬도 그려넣었습니다.
니다는 치명적인 매력을 형상화했는데, 빨갛고 톱니모양으로 강렬한 것을 그렸습니다. 이것에 한번 잡히면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매력을 갖고 싶습니다.
노새가 그런 것은 겨드랑이 털입니다. 이건 가리지 않고 드러냈을 때 아주 섹시하다고 합니다. 동의 합니다. 아주 은밀한 것이라서 아무나 안 보여는 주는 것이고, 여름철에 민소매 옷을 입을 때 여성들이 애써서 제모를 하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걸 보일 수 있는 상대와 함께 한다거나, 그 상대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면 많이 야합니다. 색계의 정사장면에 여자배우가 겨드랑이 털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야했다고 하더군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을 맵으로 그려보자는 아이디어를 따라서 그렸습니다. 만난 사람을 그리지 말자고 해서 안만난 사람을 그리려니 전 그릴 사람이 몇 없습니다. 아마도 이거 제안한 노새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현재의 관심사 등의 정신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준 사람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제안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만나는 편이라서 그려넣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노새는 아주 많이 그렸고, 니다와 저는 2명정도를 그려넣고는 막혀 버렸습니다. 니다는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인식의 전환점을 준 인물을 그러넣었네요. 전 학교에 대한 꿈을 심어준 사람을 그려 넣었지요.
이렇게 몇 가지 그리고 이야기하는 중에 시간이 3시간 반이 훌쩍 지나버려서 우리는 노새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헤어졌습니다.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 보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이미지라는 것은 '단어'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먼저 단서가 나오면 그것을 잡고 미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은 무엇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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