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효인
  • 조회 수 2039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3년 7월 18일 11시 24분 등록



하루의 경계인 자정이 오면 찬란했던 하루는 고요히 숨을 거두고 깊은 어둠 속에서 또 하나의 날이 태어난다. 하루의 죽음과 탄생의 순간에 가끔 듣고 싶은 두 곡의 음악이 있다. 먼저 듣고 싶은 곡은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이다. 페르골레시는 바로크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명이다. 스물여섯 살 나이로 세상을 마감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훌륭한 음악하나를 세상에 남겨놓고 떠났다. 그가 남긴 최고의 아름다운 음악은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스타바트 마테르는 십자가에 못 박힌 아들의 주검 앞에선 어머니의 마음을 그린 것이다.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더불어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도 유명하나 로시니의 작품은 한참 뒤에 나온 것이다.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내게도 로시니의 작품보다는 페르골레시의 작품이 더 좋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픈 마음이 아름답게 감동적으로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온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하루의 죽음과 탄생의 순간에 듣고 싶은 또 하나의 음악은 쇼팽의 녹턴(nocturn)'이다.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통한다. 서양 음악사에서 쇼팽만큼 피아노를 사랑했고 피아노를 위해 죽어간 작곡가는 없다. 피아노와 함께 살았던 그의 39년의 짧은 생애 또한 슬프도록 아름다운것이었다. 쇼팽은 생애동안 21곡의 녹턴‘(Nocturn, 야상곡)을 작곡했다. 쇼팽은 자신의 녹턴을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내게 있어서 쇼팽의 녹턴은 나의 마음에 평온을 만들어 주는  노래다깊은 잠에 빠져든 세상 위에 달빛만이 빛나고 있을 때, 쇼팽의 녹턴은 고요하고 부드러운 사랑의 터치로 마음을 울리고, 내 마음도 달빛처럼 어둠 위에서 빛나게 해준다. 쇼팽의 야상곡에 대한 나의 느낌과 비슷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리스트의 눈물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리스트는 쇼팽보다 한 살 적은 같은 시대의 음악가다. 리스트가 쇼팽을 초대한 어느 날, 리스트는 쇼팽의 야상곡을 자기방식으로 변형하여 멋지게 연주를 하였다. 잠자코 리스트의 연주를 듣고 있던 쇼팽이 리스트에게 다가가서 내 작품을 내가 연주할 수 있을까요? 쇼팽만이 쇼팽의 작품에 변화를 줄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리스트가 쇼팽에게 자리를 내주고 피아노에 앉자마자 나방 한 마리가 램프 속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램프의 불이 꺼져버렸다. 리스트가 다시 불을 켜려하자 쇼팽은 켜지 마세요. 대신 다른 모든 촛불도 꺼 주세요. 내겐 달빛만으로도 충분합니다.”라며 희미한 달빛 아래서 피아노에 영혼을 불어 넣으며 연주를 했다. 쇼팽의 연주는 시간이 흐름을 멈추는 듯 했고 리스트도 몰아의 경지에 빠져 쇼팽의 녹턴을 듣다가 눈물이 가득 고이게 되었다. 쇼팽의 연주가 끝난 후 리스트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피아노의 시인이며, 나는 하찮은 어릿광대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당대 피아노의 거장들인 쇼팽과 리스트는 라이벌이면서 진정한 동료였다는데 이 일화도 둘의 사이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하루의 경계는 죽음과 재생의 순간이다. 무엇이 죽고 무엇이 탄생한다는 말인가? 십자가는 죽음과 재생의 상징이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마리아의 슬픔을 노래한다. 한마디로 애도의 음악이다, 애도는 사랑이 떠난 빈 곳을 메우는 슬픔이다. 죽음은 사랑이 떠나버린 것이다. 사랑했기에 사랑이 떠난 빈자리에 슬픔이 가득고인 것이다. 가득고인 슬픔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 다시 기쁨으로 변형된다. 사랑이 없던 죽음은 그동안의 날들이 삶이 아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애도가 없기 때문이다. 삶의 영혼이 사랑이라면 사랑의 자식 중 하나는 애도일 것이다. 삶은 자식을 낳지 않던가! 애도는 사랑의 자식이다.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석양은 치열하고 찬란했던 오늘 하루 삶의 자화상이다. ’얼음하며 오늘 이 하루가 이대로 멈춰지길 간절하게 열망했던 적은 언제였던가! 찬란했던 하루이든 우울했던 하루이든 죽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갈망하는 충만한 삶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다가온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 사랑이 떠나는 것도 함께 온다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만남과 이별, 죽음과 재생이 삶의 얼개인데 만남만이 삶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니 이미 죽어 칙칙해진 사랑의 주검만 붙들고 하루하루를 맞이했다. 애도가 없으니 오늘 새롭게 주어진 날에 대한 새로운 사랑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스타바트 마테르녹턴은 내게 하루의 죽음과 재생을 일깨우는 음악이다. 나는 오늘도 두 곡의 음악을 듣는다. 자정이 되기 전에 오늘 하루의 사랑을 다 털어내고 사랑의 죽음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빛을 타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가 끝날 즘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의 선율과 쇼팽의 녹턴이 흘러나오길 기대한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IP *.249.254.12

프로필 이미지
2013.07.18 11:35:19 *.244.220.254

형님 글을 오늘로 2번째 읽었는데.... 역시 경영학은 어울리지 않는듯~ ㅋ

형님만의 시적인 경영학 분야를 만들어 보심이...msn032.gif

프로필 이미지
2013.07.18 15:15:54 *.43.131.14

http://jsksoft.tistory.com/2745 

페르골로지 <스타바트 마테르>

 

저만 들어보고 싶은 건 아닐겁니다.

 

하루가 죽고 또 다른 하루가 태어나는 자정에 들어보고 싶지만, 저는 초저녁에 자므로 불가능함다-_-

하루에도 죽음과 재생이 있다는 생각이 신선해요.

0시에 태어나 24시에 죽는다는 거요.

삶과 죽음이 주 관심사 중 하나라 하시더니....

프로필 이미지
2013.07.18 17:28:21 *.216.38.13

캬악~! 감솨~!!!

프로필 이미지
2013.07.19 17:50:00 *.41.190.73

형님 어제 글을 읽고 어려웠지만 부러웠습니다. (와~~ 유식허다!! 하면서...)

하루의 죽음과 재생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어제는 퇴근하고 늦은 저녁에 베란다에 누워서 발음하기도 어려운 <스타바트 마테르>를 들었습니다.

그래고 아침에 눈뜨자 마자 여전히 발음하기 어려운<스타바트 마테르>를 듣고 쇼팽의 녹턴을 들었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다시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

암튼 존경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92 ....길 위에서 [2] 효인 2013.07.25 1930
3591 [날팸] 23전 23승의 비밀 - 이순신과 마케팅 [2] 거암 2013.07.25 2689
3590 맨공기 속에서 책읽기 [2] 뎀뵤 2013.07.25 2022
3589 (No.3-4) '삼국유사'에 빨대 꽂다 -9기 서은경 [14] 서은경 2013.07.22 3270
3588 [7월 4주차] 사회생활의 네비게이션 file [16] 라비나비 2013.07.22 2046
3587 말은 언격言格이며,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 [16] 오미경 2013.07.22 2646
3586 마음의 자유 [12] 유형선 2013.07.22 2028
3585 내 작은 행복 [8] jeiwai 2013.07.22 1967
3584 #12. 삶을 담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 , 글 [9] 땟쑤나무 2013.07.22 1849
3583 #12. 저는 강남에 삽니다. [9] 쭌영 2013.07.22 2096
3582 [날팸#2] 때론 우산이 없어도 괜찮아 [7] 땟쑤나무 2013.07.18 2014
3581 뽕나무 다음으로 감나무 [4] 정야 2013.07.18 3088
3580 분노는 나의 힘 [15] 콩두 2013.07.18 3339
» 리스트의 눈물 [4] 효인 2013.07.18 2039
3578 [날팸] 개인영업, 딜레마에 빠지다 - 밥 그리고 미성년자 [2] 거암 2013.07.18 2241
3577 발칙한 인사 2. 누구를 버스에 태울 것인가? [3] 강훈 2013.07.18 2837
3576 이것이 내가 바라던 새로운 나인가 [18] 뎀뵤 2013.07.18 1931
3575 류블라냐의 '되나가나' 거리공연 file [11] 단경(旦京) 2013.07.17 3001
3574 [7월 4주차] 지금 나의 컴퓨터는 제대로 기능하는가? [8] 라비나비 2013.07.16 2111
3573 (No.3-3) 내 안에 '창조성' 있다-9기 서은경 [10] 서은경 2013.07.15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