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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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혀진 것과 펼쳐진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들은 것은 몇년 전입니다. 뭉뚱그려서 우리에게 던져져 있는데, 그것을 접하고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건 우주에 대해서, 진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들은 말입니다. 몇년전 단군의 후예의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설명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접하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진리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그건 부채, 합죽선과 같다고 했습니다. 부채를 펼쳐서 보면 그것에 무슨 말이 씌여있는지,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지만, 접힌 것만을 봐서는 아직 한번도 펼친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모른다구요. 그리고 이미 그 부채를 펼쳐서 본 사람은 접혀 있어도 거기에 무슨 그림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요즘 그 접혀지고 펼쳐진 것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목요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무심하게 모든 조건에서 동일하게 흐느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보다는 먼저 3개월전쯤에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져서 그 안에 무엇인가가 알차게 차버리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그 2가지가 다른 것 같지가 않습니다. 누구나에게나 동일하게 흐르는 펼쳐 보이지 않은 시간의 흐름이나, 어느 한 순간에 무슨 일인가를 계기로 부분을 섬세하게 드러낸 그것이 동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리는 제 머리속에서는 그것들이 다르지 않다고 지시를 합니다. 하나의 생명도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동일한 것으로 되어있다는 말에서 그 생명이 우주의 모든 시간을 다 포함한 게 아닐까하고 짐작해 봅니다. 단지 그것이 살아가는 동안에 펼쳐서 보이는 그것이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것이라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하구요.
하나의 생명을 만나는 그 순간. 그것은 온 우주를 만나는 순간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때 일어나는 일이, 우주를 부채라고 한다면, 우주의 펼쳐진 한 부분을 읽을 수 있는 그 사건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지금 제 머리속에서는 '시간', '공간', '생명', '우주', '진리', '삶'라는 것이 모두 한덩이리가 되어버립니다. 드러나는 형상이 다를 뿐 같은 것일거라는 뒤죽박죽 덩어리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