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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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이삼 – 구본형 사부님과 아홉 명의 23기 꿈벗(일명 : 구본형과 아홉 명의 아이들)
2박 3일 동안 나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쉽게 찾았으면 꿈벗 여행에 가기 전에 찾았으리라. 나는 다른 이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장담하기 때문에 찾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떠났다. 선생님과 동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학교 숙제 하듯이 억지 소설을 써 갔다. 전부는 아니어도 굳이 거짓으로 나를 포장하고 싶지 않다. 나를 포장하면 할 수록 난 내가 아닌 ‘거짓자아’만 남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사부님과 벗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난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 난 아직 내 꿈이 뭔지 모른다. 꿈도 찾고 싶고 소명도 찾고 싶다. 어떻게 찾아야 할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찾고 싶다. 내 청춘을 다 바쳐 찾을 것이다. 찾으리라 믿는다. 이것도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배워가며 내 소명을 찾으리라.
욕심이 너무 많을 수도 있다. 이만하면 충분한데 과욕일 수도 있다. 넘쳐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해 어리광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소명을 찾는 과정을 '즐거운 고통'이라 칭한다. 즐거운 고통의 산출물을 채워 나가며 소명을 찾아 나갈 것이다.
내 인생 두 번째 막에서의 내 이름은 ‘깊고 맑은 눈’이다. 깊고 맑은 눈으로 나를 볼 것이며 어기여차 노 젓는 소리에 산도 물도 푸르리라.
스승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일단 풍광을 그리는 것이 중요해. 언제라도 고쳐 쓸 수 있어.
풍광을 상세히 묘사 할수록 실현 될 수 있어.』
10가지의 풍광 중 설레임으로 작성된 풍광만 작성할 것이다. 버전업을 해 가며 상세히 묘사 될 것이다. 단식하면서 그리워했던 포도 한 알처럼 보듬으며 탱글탱글하게 묘사할 것이다. 포도알은 한 알씩 증가할 것이며 점점 탐스럽게 열릴 것이다.
첫 번째 풍광 – 2010
-. 새로 이사한 방 4개짜리 아파트에서 내가 가장 신경 쓰던 개인서재가 완성 되었다. 반 이상의 책장이 비어있는 상태였지만 한 권씩 한 권씩 채워나갈 때마다 가슴 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서재에는 인문학과 사회학을 비롯한 다양
한 종류의 서적들로 가득 찼다. 아내와 아이들이 질투를 해 벽면마다 개별 서재를 만들어야 했다.
두 번째 풍광 - 2011
-. 대학로 상명대학교 콘서트홀 1관에서 나는 아마추어 뮤지컬 배우로 데뷔를 했다. 뮤지컬 카페에 합류한 지 1년 만에 주인공으로 발탁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객석에는 아내와 아이들, 구본형 선생님, ‘함께 쓰는 글터’ 문우들 그리고 많은 꿈벗 분들이 찾아와 주셨다. 짧은 기간의 준비였지만, 마지막 1주일 동안 서로 협력해 훌륭한 공연이 되었다. 작은 실수들이 있었지만 아마추어이기에 더 당당했다. 공연의 반응이 좋아 정기 공연을 같은 장소에서 매주 주말에 하기로 했고, 나는 트리플 캐스팅의 한 명이 되어 한 달에 한 번씩 꿈같은 공연을 했다.
세 번째 풍광 - 2013
-. 나의 소명을 찾기 위해 시작한 개인대학의 수료식을 가졌다. 모든 커리큘럼과 수업시간을 내가 직접 설계했고 철저하게 지켜냈다. 수료식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전부지만, 중간에 작은 소명을 찾았기 때문에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였고 무한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네 번째 풍광 - 2015
-. 구본형 선생님의 내 고뇌의 깊이를 알고 계셨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시다며 연구원 도전에 매번 낙방 시키셨지만, 다년 간의 무한학습을 통해 재도전한 변경연 연구원(9기) 수료의 영광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날 나의 첫 책이 나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심심한 재미를 내포한 나의 첫 책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섯 번째 풍광 - 2019
-. 15살이 된 현욱이가 ‘가와사키병’ 완치 판명을 받아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생후 100일전부터 내가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시절 아빠 없이 엄마와 둘이 수도 없이 다녔던 지긋지긋한 병원 응급실의 차디찬 냉기를 느끼지 않아도 됐다. 현욱이는 이 날을 자기의 진짜 생일로 하기로 했다. 새로 태어나 꿈을 향해 정진하는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고 있었다.

더 깊이 고민하고 더 깊이 갈등하며 자신이 나아갈 방향설정을 제대로 했었더라면 50이 다 되어 가는 이 나이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같은 건 없어도 좋았겠지요.
젊음을 낭비한 죄값을 평생 감옥에서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며 빠삐용이 치루게 되었듯이
저 또한 나를 더 사랑하지 못한 죄값을 톡톡히 치루면서 젊은날의 방황과 갈등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입니다.
병진씨가 자신의 나아갈 방향 설정을 위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은 더 분명한 자신의 길을 설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더 사랑하는 방법이며 더 행복해지는 지름길로 나를 인도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