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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0일 16시 14분 등록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5.3

그렇게도 대지를 달구던 태양의 열정이 벌써 식어버린 탓일까?
아니면 계절의 회귀구조를 나의 머리는 알고 있지 못한 것일까?
신종플루라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전염병의 대유행 앞에서 잠시 고개 숙여 피하는 것인가?
하여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하루하루의 흐름들이 더디기만 한 가을이다.

2009년 내내 연구소에서 준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었다.
현장에 더 묶여 지내는 것이 편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호흡이 더 기다려졌기 때문이었다.
또 어떻게 바라보면 ‘나의 직업 나의 미래’라는 10년의 풍광을 그리는 중간시점에 와 있다는 점도 지금 정도엔 나름의 아웃풋을 내야한다는 자기강박도 없지 않았다.

1. 내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실험들

지난 몇 년간 나의 비전은 ‘외식경영작가’로 잡았다.
하고 있는 업이 밥장사이고, 이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 좋았고 다행히 이 바닥에는 별다른 경쟁자가 없는 것 같아서 그런대로 괜찮은 그림처럼 보였다.
두 번째 책이 예정보다 늦긴 하지만 내년 초에 출간될 예정에 세 번째 책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느 누구가 보더라도 길을 잘 찾아가는 모양새라고 할 만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내 속의 역마살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일 욕심’증이었다.
워크홀릭과는 별개의 것으로 일에 미쳐 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중증의 병과 같은 것이었다.
마실의 프랜차이즈야 본업을 확산시키나가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이것 외에 2개의 식당을 더 오픈했으니 돈에 미친것은 아니니 달리 무엇으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몇 번의 강의와 외식컨설팅도 적절하게 나의 일 도벽증을 부추겼다.
수강자들은 현장의 경험과 적당하게 믹스한 경영이론들 그리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나의 강의에 환호했고, 몇 건의 컨설팅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으로 성과를 냈다.
어설픈 경험은 또 다른 일을 벌이게 했고 일은 다시 일을 불러들이는 악순환(?)의 구조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외식경영작가, 외식경영자, 외식컨설턴트

나를 설명할 직업이자 미래의 내 모습들이기도 한 세 가지 단어들이 뒤섞여 살았던 지난 몇 개월 동안 어느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지 모를 만큼 엉켜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연말쯤 다시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의 꿈을 만들어 갈 때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리라.

2. 계속되는 실패

고깃집을 정리하고 6월에 기존의 마실과는 다른 한상차림한정식 전문점을 천안에 오픈하였다. 새로운 시도였고 내심 또 하나의 대박을 기대할 만큼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시작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고객들로부터 받은 성적표는 기대 이하의 반응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음식의 질도 결코 나쁘지 않을뿐더러 식당의 입지 또한 괜찮은 곳이었는데... .

그리고 하나 더. 8월엔 시내 번화가에 커피나 음료를 주문하면 정통 이태리 씬피자를 공짜로 주는 아이템으로 하는 커피숍을 오픈했다.
피자헛에서 주는 팬피자가 아닌 직접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피자라는 아이템이라 젊은 층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4층이라는 쉽지 않은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시작했다.
주말에는 웨이팅까지 걸리는 성황을 이루지만 평일 점심시간대 영업이 전혀 되지 않으면서 애초의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실패를 앞에 놓고 머뭇거리고 있다.
일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런 결과가 나오도록 만들어 준 고객들이 무서운 것이다.
고객들이 그렇게도 무서운 존재들인가?
앞으로 남은 시간은 이 두 가지 일에 대한 분석과 개선을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능력에 대한 과신, 성공으로 인한 자만이 언제고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한순간일 것임을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3. 그럼에도 마실은 성장하고 있다

작년 연말 첫 가맹점을 오픈한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7개의 가맹점을 만들었다.
9월 3일 부산 해운대점과 9월 9일 서울 노원점을 오픈하면서 명실공히 전국 전략거점에 하나씩의 마실을 만들어 두었다.
서울, 인천, 광주, 부산, 청주, 안성, 담양 그리고 천안까지.

오픈 이후 시기적인 어려움을 겪은 가맹점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광주, 담양의 성장속도는 이미 그 지역에서 숱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인천과 안성도 초기의 부진을 딛고 안정적인 영업실적이고 청주 역시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점주분의 노력과 직원들의 헌신으로 성업중에 있다.
특히 오픈한 지 불과 열흘밖에 되지 않는 서울 노원점의 경우 점심시간에는 벌써 2회전이상을 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 주위의 시기와 질투가 대단하다.

올 해에는 5개만 개설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초과해 오픈했으니 프랜차이즈사업은 결과가 좋은 편이다. 게다가 각 가맹점들의 성적 또한 나쁜 곳이 하나도 없어서 가맹점주 분들의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상반기 가맹점 워크샵을 통해 교류와 상호발전을 가져왔다면 10월에 있을 하반가 워크샵는 사례발표와 노하우를 공유할 시간도 가져볼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10년에는 더욱 성장하는 마실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4. 점점 게을러지는 공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공부라 했든가.
한 번 책을 놓은 마음이 쉬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매 달 구입한 책들만 주인 없는 책상에서 먼지만 뒤집어 쓴 채 숨소리조차 쉬지 않고 있다.
일주일에 한 권은 고사하고 한 달에 한 권을 보기 힘들 정도로 게을러져 버렸다.
벌써 지난 날이 잊혀져 버린 것은 아닐까?
춥고 배고팠던 날들을 어떻게 이겨냈는데 고작 여기에서 멈춰버리는 것은 아닐런지...

다시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11월까지 두 번째 책 원고를 수정하면서 외식경영자가 읽어볼만한 책 10권을 정리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올 해 구입한 책 10여권 정도를 마저 정독해야지.
책읽기와 글쓰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리고 그것에 더해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리라.

5. 가족, 이보다 더 소중한 단어는 없다

아내의 오십견(?)이 심해졌다 나아졌다를 반복하면서 걱정을 키우고 있다.
단순한 어깨결림 정도로 정도로 여겼다가 지금은 수술이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다. 스트레칭과 휴식만이 통증을 줄여줄 뿐 여러 병원을 다녀도 별다른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남편인 내가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집안에 언성이 높아질 일이 생기면 병이 더 깊어지니 답답하기만 하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완치를 해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가끔 시간을 내서 등산을 같이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재미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마흔을 넘긴 중년의 모습에 앞으로 남은 시간들도 무사하기만을 빌어볼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본다.
가만히 손도 잡고 얼굴도 비벼보면서 세상에 남긴 또 다른 분신인 내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아이들이 고교과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입시학부모란 느낌을 조금씩 받는다.
특히 고등학교에 들어간 큰 애는 지금의 성적이 입시와 맞먹는 것이라 하니 앞으로 3년의 시간 동안 당사자나 가족 모두의 신경이 곤두설 것이라 한 걱정 되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머리를 믿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걱정은 덜 되지만 부모로서의 내 역할을 잘 해야 할텐데 이 또한 짐(?)같기도 하고 당연한 의무 같기도 해 마음이 무겁다.

6. 올해 어떤 꿈을 꾸었을까?

나에겐 남들과 조금 다른 습관이 하나 있다.
10월이 지나면 한 해를 마감 짓고 다음해의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 9월도 중순을 지날 무렵이니 벌써 내년 운운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신의 꿈을 추슬러 바쁜 연말을 고생시키지 않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누구나 스승의 밑에서 평생을 지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언젠가는 내 공간을 만들고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고 그래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가는 것이 우리들 ‘창조적 부적응자’들에게 주어진 운명이 아닐까?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가르침을 내 방식대로 세상에 퍼트리는 것이야말로 내가 배운 빚을 갚는 나만의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2009년 꿈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쓴 내용이다.
유달리 올해는 연구소와 함께 있지 못했고, 선생님께도 제대로 안부조차 드리지 못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입니다.)
2009년은 나에게 마흔 10년의 공부를 가름할 중대한 기로에 있을 것이라 여겼다.
공부와 현장을 접목하고, 이론과 실제를 아우르는 실험적 준비단계인 것이다.
두 번째 책과 세 번째 책을 출간하고 준비하면서, 이것들의 실천적 토대로서의 외식비즈니스를 성과적으로 이끌어내는 과정들. 그리고 앞으로 5년여 동안 이러한 실험들속에서 새로운 외식경영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선생님께 배운 공부를 세상에 나만의 방식으로 퍼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잇따른 실패의 과정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일 중독’과 같은 성격탓도 있겠지만, 지난 날 사업의 실패와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서부터 ‘낮에 꾸는 꿈’을 갖게 해 준 선생님과 연구소에 대한 빚을 갚는 길일지도 모른다.

IP *.152.82.64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09.09.21 03:06:47 *.129.207.200
노원이라면, 미아리에서 가까운데 찾아가서 시식해보겠습니다.

점심때 영업이 안되는 것만을 가지고, 실패라고 하기에는 스스로 매몰찬것 아닐까요?
프로필 이미지
함장
2009.10.31 10:02:31 *.180.231.189
모든 꿈과 사업들이 하나같이 성장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성취감, 공헌력, 실험과 도전, 밥벌이 수단 등으로 나누어 어느정도 수준의 만족감이 있나?  없나?의 문제 아닐까요? 가족, 특히 아내의 고질적인 오?? 을 완치하는 프로젝트도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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