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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넌 나의 꿈이다. 네가 내게 오기까지 나는 삶의 어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나를 포기하려고도 했고, 삶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도 희망을 찾지 못했었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기원과 꿈, 주술! 그걸 믿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다시 삶의 빛을 찾았다. 그 과정을 네게 알려주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 네게도 삶의 어둠이 찾아올 때 빛이 다시 비추리란 것을 잊지 말기 바라며.
2019년 크리스마스 새벽 6시.
2009년부터 시작된 나만의 새벽 학교는 십년이 지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한 번 나와 한 약속을 십년 이상 지키는 일. 이것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무엇보다 큰 자신감이며, 다시 한번 가슴 뛰는 십년을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십 년 전 오늘을 생각해 보면 나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오래 전 부터 마음 깊은 곳에 원하던 나의 모습이 있었으나 20대를 통해 나에게 온갖 나쁜 습관들과 부정적인 사고를 심었던 우울은 실천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게 했다. 그러던 나에게 구본형 소장님 및 우리 꿈벗 25기와 함께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지난 기억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였다.
첫 번째 풍광, 나는 잊고 있던 나의 강점, 외국어에 다시 집중했다. 고등학교 때 다짐했던 35살 안에 동아시아 언어 마스터라는 꿈을 가슴속에 다시 지핀 것이다. 그를 위해 내 속에 깊이 빠져 접고 있었던 외국 친구들과의 연락을 다시 시작했다. 홍콩의 벤자민, 호주의 앤드류, 네덜란드의 마이까 그리고 일본의 오다, 사또꼬. 연락을 하지 않은지 6개월, 1년, 2년 혹은 5년이 지난 친구들의 이메일을 찾아 그 때의 기억을 더듬고 그들에 대한 잊고 있던 나의 우정을 솔직히 써 내려갔다.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이틀, 일주일, 한 달.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다. 캠프리지 출신 홍콩의 벤자민은 무역공사를 통해 일본 오사카에서 일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퀸즈랜드 농진청 임원이었던 앤드류는 계속 그 일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국으로 한 달간 출장와 있다는 소식을. 나와 함께 와세다에서 여성학에 관심이 많았던 마이카는 네덜란드에서 그 때의 일본 남자친구와 결혼해 네덜란드로 치면 여성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지방자치 제미의 절친들이었던 오다와 사또꼬는 그들의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며 언제 꼭 놀러오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 때 느꼈던 인연의 소중함과 언어를 통한 세계인과의 소통의 짜릿함은 얼마나 달콤했던지. 그 이후 영어, 일본어 뿐만 아니라 중국어를 다시 공부했고. 현재는 그 꿈의 마지막 과정인 러시아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새벽 학교에서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나의 40대에는 꼭 스페인어에 도전해야지.. 하면서.
두 번째 풍광, 2010년 나는 독일 프랑크 푸르트 EURO-KIST에 기후변화특성화 대학원 연수를 4개월간 가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반으로 한 CDM 사업 관련 석사 논문"을 완성했다. 그 당시 기후변화를 위한 정책 및 기반이 가장 잘 되어 있던 유럽. 그 곳에서의 4개월은 나의 지난 10년을 온전히 바친 기후변화 부문의 방향성을 찾은 소중한 기회였다. 그 곳에서 나는 UNFCCC(기후변화협약) 본부에 한국인 처음으로 가서 일하고 계시던 에관공 출신 선배를 만나 또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EURO-KIST는 한국 연구소의 지사였기 때문에 경험할 수 없었던 국제기구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그 분을 통해 파트타임으로 짧게 나마 UNFCCC를 직접 경험해 보았다. 그 곳은 기후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전공했던 온실가스 분야 만이 아닌 CDM, 신재생에너지, 건강영향, 생태계 변화 등 폭넓은 이 분야의 정보 및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던 둘도 없는 기회였다. 연수를 가기 전 미국 유학을 위한 영어 준비를 끝마쳤던 나는 그 곳에서 내가 기후변화 부문에서 가야할 길을 정해 APPLY 했다. 미국의 열 세 개 대학에 APPLY를 했던 나는 가장 가고싶어 했던 스탠포드 대학 기후변화연구소에 스텝으로 계시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님 밑으로 박사과정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나는 기후변화와 보건 분야를 아우르는 논문을 마무리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 번째 풍광,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 곳. 쿠바. 나는 그곳에서 한 달간 오직 라틴 댄스만을 위해 살았다. 어렸을 적 시장입구 전파사에서 나오던 음악소리 맞춰 시장 갈 때와 돌아올 때 꼭 한 번씩 춤을 춰야 해서 엄마를 웃게 했던 나의 천성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그을려지던 피부색과 함께 온전히 내 것이 되어갔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이 있으면 자연스레 춤을 출 수 있었던 그곳에서 나는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가슴이 터질 듯한 희열과 언제든 내가 원하기만 하면 춤을 출 수 있는 자유로움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세계에서 라틴 댄스에 대한 열정만을 가지고 그곳에 모였던 그들 . 풋풋함과 열정이 느껴졌던 프랑스의 에바. 항상 사람 좋은 웃음과 품격있는 매너로 나를 감동시켰던 에콰도르 외교관 출신의 제모. 그리고 함께여서 나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일본의 다나까 부부까지. 맘껏 춤추고 언제든 모여 와인과 함께 춤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때를 나는 죽을 때까지 내 인생의 태양과 같았던 시기라 기억할 것이다.
네 번째 풍광. 아직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때. 나의 결혼식... 20대의 우울 이후 나는 내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남자를 만나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그 이유로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을 떠날 때까지 몇 년간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한국을 떠날 때 나와 주님께 약속한 것은 앞으로 1년간 내 곁에 동생이 없는 상황에서 감정기복 없이 나의 일에 집중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균형감을 찾는다면 결혼할 남자를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님께 매일매일 기도했다. 주님이 만드신 저... 저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은 당신이오니 나의 부족한 부문을 채워줄 수 있고, 내가 그의 그러한 부문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는 봄날의 따뜻함과 가을의 넉넉함을 가진 그런 사람. 우리의 자식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주님 앞에 믿음과 소망으로 사랑의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런 기도를 하고나서도 1년이 아닌 3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나의 남편을 만났다. 그 만남은 아주 자연스러웠으며 누가 우리를 소개준 것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서로 알았다. 그리고 믿었다.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사랑을 키워가 우리는 우리 가족과 그의 가족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이 단촐하게 참석한 더할 것도 감할 것도 없이 딱 그렇게 좋은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을 하며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나에게 살아갈 힘이었으며 동시에 우울의 근원이기도 했던 우리 엄마. 또한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엄마... 엄마는 나에 대한 사랑이 컸던 만큼 내가 결혼할 그 남자, 엄마의 사위에 대한 염려와 기대가 많으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미리 사랑하시려고 준비하고 계셨다. 비록 동생과 나의 결혼식을 함께 하진 못하셨지만 하늘에서 내 옆에 서있는 내 남편. 그리고 그 옆을 지켜준 동생과 제부를 그 날 보시고 분명 눈물 날만큼 기쁘셨으리라....
다섯 번째 풍광, 서른 일곱. 나는 나의 가족인 남편과 함께 유럽 음악 여행을 떠났다. 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작년 영국의 기후변화 연구소 tyndall centre에서 관련 분야의 연구원으로 취직했고, 남편 또한 직장의 영국지사로 발령을 받아 이번 여름에 영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남편은 현악기를 나는 성악을 좋아했던 터라 우리는 유럽 회사들의 특징인 긴 한달 간의 여름 휴가를 통해 유럽 오페라 여행을 떠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그 곳. 골목골목 아기자기해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도 정겹던 오스트리아 빈, 비록 비싼 좌석은 아니었지만 정장을 갖춰입고 그 몇 백년 된 극장에서 달빛과 함께 보았던 내 생애 최고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그 모든 장면들과 함께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동안 조수미의 목소리로 오디오에서 듣던 하이 소프라노의 기교를 들을 때의 그 짜릿함. 또한 웅장하게 울려 퍼지던 클래식 악기들의 향연. 그리고 내 옆에서 함께 눈맞추던 나의 남편 얼굴. 유럽 오페라 여행은 그게 좋았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즐기는 음악 생활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 오페라가 끝나고 우리는 그 감동을 와인과 함께 나눴다. 그리고 우리의 2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나된 느낌을 가진 오늘 그 아이가 와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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