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유형선
  • 조회 수 2028
  • 댓글 수 12
  • 추천 수 0
2013년 7월 22일 09시 38분 등록

마음이 번잡할 때 산을 잘 찾는다. 나는 비록 성당을 다니지만 산에서 만나는 절에 들릴 때마다 절에서 풍기는 고요한 기운에 내 마음의 어지러움도 어느새 가라앉는 것 같다. 특히 물고기가 바람을 타다 들려주는 풍경소리는 잔잔한 소리 결에 내 마음도 절로 평안해진다. 불가에서는 물고기 문양으로 풍경을 만드는 이유를 '잠 잘 때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늘 깨어 수도하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이러한 정진의 의미보다는 오히려 좁은 절 속에서 만나는 정신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것 같기만 하다.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면 살 수 없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람 속에 사는 물고기'라면 그 자유로움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을 것이다. '바람 속에 물고기'라는 역설이 나지막한 풍경소리에 실려 꽉 막힌 중생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것 같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라고 말이다.

 

지난 주말, ‘사기열전을 읽다가 장자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오랜 만에 '장자'를 꺼내 읽었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짧은 예화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서술방식을 사용한다. 사마천에게 장자는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노자 한비 열전>에서 나라의 벼슬을 맡아 자신을 도와 달라는 초나라 위왕의 초청을 전하로 온 사신에게 장자는 웃으며 말한다.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노닐며 즐길지언정 나라를 가진 제후들에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오. 죽을 때까지 벼슬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즐겁게 살고 싶소'

 

남들은 임금에게 등용되어 뜻을 펼쳐보려 수레를 타고 여러 나라를 찾아 다니는데, 장자는 이렇듯 찾아온 벼슬마저 거부하며 자유를 누리며 살려 했다. 장자의 호탕함에 덩달아 내 가슴까지 시원해 진다. 장자처럼 자유롭고 호탕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본다.

 

장자에게 자유는 곧 소통이었다. 내 속에 갇혀 살지 말아라! 나와 내가 아닌 것과의 소통이 이루어 지는 자유로움은 어떻게 가능한가? 요컨대 이라는 경계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없을 때 가능하다.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일러 사물의 변화' 라 한다.

 

그 유명한 장자의 호접몽이다. 자아와 타자의 관계는 구별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없는 것이라는 장자의 가르침! 고정된 자아상을 버리고 또 버려 맑은 연못처럼 마음이 맑을 때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것이리라.

 

자아의 삶이 얼마나 짥고도 유한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자신을 비우고 또 비우는 자기수양에 힘쓸 때 비로소 타자와의 진정한 소통의 통로가 마련된다는 뜻이다. 흔히 우둔한 원숭이를 뜻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조삼모사의 비유 역시, 실은 소통의 논리를 의미하는 우화이다. 원숭이의 마음과 셈법을 이해하여 논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른바 열린 소통의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장자의 뜻이 담긴 우화가 바로 장자 제물편의 조삼모사 우화이다

 

주말을 보내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틀 속에 갇혀 생산성을 뽑아 내야 하는 우리네 일상은 늘 고달프고 구속당하는 삶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장자의 나비를 꿈꾸어 본다. 나비와 내가 동시에 보이는 자유로움을 꿈꾸어 본다. 결국 고정된 나를 비우고 관계 속에 담기는 물처럼 자유롭게 변화해야 가능한 일이리라.

 

바람을 타고 노니는 물고기처럼 일상을 헤엄치는 꿈을 꾸어 본다. 나를 버리자. 동시에 나를 세우자. 두 가지 눈을 뜨고 자유로 통하는 문을 두드려 본다.

 

2013-07-22

坡州 雲井에서

IP *.6.57.60

프로필 이미지
2013.07.22 12:58:01 *.50.65.2

내 속에 갇혀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는지


저녁에 만나서 형선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 


나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파~~~ ^__^

프로필 이미지
2013.07.23 21:45:57 *.62.173.172
자신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게 참 어렵더군요.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결국 바라는 데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고 아파하고 성내고. 그리고는 후회하지요. ^^ 알아채는 방법 찾아보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07.22 19:14:50 *.244.220.253

해탈하시겠는데...ㅋㅋ msn026.gif

프로필 이미지
2013.07.23 21:48:47 *.62.173.172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해 하반기 밑그림 잘 그려서 선배님처럼 책 내보고 싶습니다.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07.23 15:01:59 *.91.142.58

진정한 소통을 위해 나 자신을 비우고 자기수양에 힘써야 하겠구나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어.

 

너 이러다가 통합종교 하나 만드는거 아냐?!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3.07.24 17:25:25 *.62.175.64
좀 그렇지요? 아직 사이비성이 짙지요? ^^
프로필 이미지
2013.07.24 10:38:23 *.153.23.18

'바람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 가 시원하고 홀가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조삼모사 고사를 '소통'의 의미로 읽다니, 새로와요!

 

저는 아마 살로9에서 였을 거예요.

맥락을 잊어먹고, 정확한 단어도 휘발되어서요

  '9기는 젖동냥으로 자라고 있어서 관심이 소중합니다' 정도로 제게 기억된 말을 생각해요.

형선님의 말이었어요.

지난 살롱9 목관 5중주 음악회에서 가족 모두 오셔서 들으셨지요

옆에서 가족의 모습을 보았어요.

큰 아이는 아빠를 닮았고, 작은 아이는 친구와 뒤에서 춤을 추었어요.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면서 두 엄마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요.

1 학기 애 많이 쓰셨지요? 정말 힘들던데요. ^^ 수고하셨습니다.

마무리 잘 하시고요. 가족도 회사도 다 놓고 몽골여행 가서 바람과 초원을 말처럼, 새처럼 노니다 오세요.  

프로필 이미지
2013.07.24 17:24:04 *.62.175.64
제 글 읽어주시고 힘주시는 이야기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몽골가서 바람되고 물이 되었다 돌아오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07.24 15:51:50 *.18.255.253

일하고 놀고 먹고 마시고 하는 일상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더 많은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네.

마음 비우고 유유자적한 삶도 좋지만  스코트 니어링처럼 자연 속에 스스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삶도 좋더군.

 어린 두딸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지금의 형선의 모습이 좋네. 산도 가족과 같이 가라고. 애들이 커서 자기만의 세계에 필요할 때까지는.  

프로필 이미지
2013.07.24 17:27:22 *.62.175.64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노래가락처럼 감사하며 즐기며 살아보렵니다.
산에도 늘 자녀들과 함께 가려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13.07.28 22:27:14 *.6.134.119

^^

형님, 도입부와 마무리 글 분위기 너무 좋아요. 오프 수업 글도 좋고, 상승국면으로 들어가시는 건가요?! ^^

 

 

그런데,

도입부에 자유 이야기로 시작해서 중간에 소통 이야기로 갔다가 마무리에 자유 이야기로 다시 가네요.

자유 이야기인지, 소통이야기 인지 조금 헤깔리는 듯. (물론 자유=소통 이라는 장자의 사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헤깔려요. ^^::)

 

역시 형님의 글은 소재 수준이 높아서 저에겐 아직 좀 어려운 듯....

 

사실. 저, 이 글 세번 읽었습니다....(지금 한 번 더 읽어보려고요 ㅋ )

제가 독해력이 좀 딸려서요. 그러니 그냥 참고만 해주세요 ^^::

 

 

p.s. 제가 중 2 수준의 독해력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몰라요 ㅜ.ㅡ

그래도, 딴지 걸고, 딴지 걸리고 해볼라구요. 도움 될 듯~ ^^::

프로필 이미지
2013.07.29 14:18:02 *.58.97.124

"바람속에 사는 물고기.

물고기가 바람을 타다  들려주는 풍경소리...."

 

 

나는 이 문구에서 뻑 갔음....

형선아 정말 멋져~@.@

뺏아서 어디다 쓰고 싶다..

이번 글은 통찰이 있으면서 단아하고 깔끔하다.

바람을 헤엄치듯 일상을 잘 헤엄치고 싶다 나도....^^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92 ....길 위에서 [2] 효인 2013.07.25 1930
3591 [날팸] 23전 23승의 비밀 - 이순신과 마케팅 [2] 거암 2013.07.25 2689
3590 맨공기 속에서 책읽기 [2] 뎀뵤 2013.07.25 2022
3589 (No.3-4) '삼국유사'에 빨대 꽂다 -9기 서은경 [14] 서은경 2013.07.22 3270
3588 [7월 4주차] 사회생활의 네비게이션 file [16] 라비나비 2013.07.22 2046
3587 말은 언격言格이며,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 [16] 오미경 2013.07.22 2646
» 마음의 자유 [12] 유형선 2013.07.22 2028
3585 내 작은 행복 [8] jeiwai 2013.07.22 1968
3584 #12. 삶을 담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 , 글 [9] 땟쑤나무 2013.07.22 1849
3583 #12. 저는 강남에 삽니다. [9] 쭌영 2013.07.22 2096
3582 [날팸#2] 때론 우산이 없어도 괜찮아 [7] 땟쑤나무 2013.07.18 2014
3581 뽕나무 다음으로 감나무 [4] 정야 2013.07.18 3088
3580 분노는 나의 힘 [15] 콩두 2013.07.18 3339
3579 리스트의 눈물 [4] 효인 2013.07.18 2040
3578 [날팸] 개인영업, 딜레마에 빠지다 - 밥 그리고 미성년자 [2] 거암 2013.07.18 2241
3577 발칙한 인사 2. 누구를 버스에 태울 것인가? [3] 강훈 2013.07.18 2837
3576 이것이 내가 바라던 새로운 나인가 [18] 뎀뵤 2013.07.18 1931
3575 류블라냐의 '되나가나' 거리공연 file [11] 단경(旦京) 2013.07.17 3001
3574 [7월 4주차] 지금 나의 컴퓨터는 제대로 기능하는가? [8] 라비나비 2013.07.16 2111
3573 (No.3-3) 내 안에 '창조성' 있다-9기 서은경 [10] 서은경 2013.07.15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