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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lf2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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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2일 14시 58분 등록
*추모게시판에 사진업로드가 되지 않아 이 곳에 올립니다.


4월, 선생님께서 떠나시고 그 많은 추모행사에도 한 번 참석하지 못 해 
불효자식같은 마음으로 한발치 멀리서 연구소를 바라보았었습니다.

두달여가 지난 즈음 선생님의 유고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지난 주말 구매한 책이 오늘 오전에 배송이 되었네요.

목차를 보다보니 결혼을 앞둔 J를 위하여라는 글이 보입니다.
저는 이미 결혼을 한 몸인데 왜 이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띄고 이 글을 먼저 보았을까요.

책장을 넘기다 50페이지를 열고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사부님께 보낸 때가.
혹시나 했던 J가 저였다니요.


첫 애를 낳고 무지막지한 해외출장으로 매번 꿈벗 소풍도 참석하지 못하고
선생님을 뵐 기회도 줄어 나름 선생님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듯 했습니다.
많은 제자들과의 시간에 제가 더이상 끼어들 시간은 없다고 생각했고,
먼발치서 선생님의 글로나마 가르침을 잊지 않는 정도로만 선생님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항상 주례를 하시면서 신랑신부에게 주신 숙제를 저도 받았었지요.
게을러서 7개의 풍광밖에 그리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신기합니다.
첫 아이를 낳고 이 곳 변경연에 신고했을때도 말씀드린 것처럼
풍광에서 그린 날짜와 한달 차이로 정말 그녀를 닮은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로 그려져 있던 둘째, 딸아이는 6월말에 태어났습니다.
사실 둘째아이는 계획과 상관없이 만들어졌구요.

이렇게 아름다운 생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그릴 수 있었을까요.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이룰 수 있었을까요..




사부님.jpg






선생님과의 모든 만남과 꿈벗들과의 만남이 그렇듯, 2008년의 봄소풍은 
저에게 정말 특별했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 선생님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선생님과 나누었던 상처에 대한 이야기도 역시요.

사부님,
편지에서 주신 말씀대로 많이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서로가 많이 조율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 큰아이와 저희들. 이제 막내와 우리모두가 서로 조율을 해 나가게 되겠죠.
서로가 서로를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봄 날, 찬란하게 피는 꽃이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주한 올림.


P.S. 선생님께서 주신 진짜 마지막 편지는요...

그랬구나.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행복하리라

꼭 그리 될 것이다.   축하한다

그러자 월요일 보자.
























IP *.33.10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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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07:26:52 *.97.72.106

주한 아우, 나도 그 글 밤새 읽었다우. 그대 얼굴과 음성을 떠올리며 말일세. ^^

사부님께서 병상에서 우리들을 뵈올 때에도 나는 그대가 사부님과 우리들을 향해 "김주한입니다. 다시 한 번 김 주한 입니다. 한 번 더 김주한 입니다." 그렇게 수도 없이 외치던 때를 기억했다오. 아마도 사부님께서도 그러하실 거라 생각하면서...

 

그 해 적벽강가 폐교를 리모델링한 곳에서의 우리 꿈벗들의 모임 정말 즐겁고 아름다웠지.

그러게 말야. 정양수님의 딸 소미는 어쩌면 그리 똘똘하고 의젖하던지. 왕방울 눈을 하고서말야.

그 부녀가 참여하면서부터 아니 그 가족이 몽땅 참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꿈벗 모임은 가족모임이 되는 단초가 되기도 했지.

자네는 그 모임의 특별함을 위해 천 장의 사진을 찍어댔더랬지 아마? 그러면 명장면 하나를 얻을 수 있다 하면서 그렇게 또 수도 없이 찍어대며 좋은 장면들을 선물했지. 몰론 전시회도 가졌고 말야.

 

그 고운 아내와 함께 나타나던 날. 그대의 조심스러움이 내게도 전해졌더랬지. 과천에서 그녀 얘기를 처음 할 때도 생각나는구먼?

그래, 그 때 그대는 그토록 신중하고 깊었던 것 같아... 그러기에 오래 아름다울 수 있을 거야.

사부님께서는 늘 말씀하시지. 좋은 무언가를 응원한다고 누군가 부추겨 소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그 당사자가 목적하는 바의 그것을 덥석 깨물어 맞부딜 칠 때 꿈(계획/역사)은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항시 높이 평가하시지. 그러기에 자네의 진지함과 진정성를 사랑하고 응원하셨던 거지.

 

비갠 이른 아침 자네 글을 만나니 반갑네그려. 안 그래도 "이거, 주한이네!" 하며 밤새 읽었거덩.

잘 지내시게나. 

참, 나중 공지나가면 북콘서트에 가족 모두 오시게나. 사모님께서도 반기실 거네.

 여러 벗들에게도 깨소금내도 피워주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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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4 08:59:43 *.33.109.132

네, 누나. 이렇게 또 한번 사부님께 고마움을 느끼네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북콘서트에 기회되면 가족들 데리고 한번 가보려구요.

누나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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