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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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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5일 10시 08분 등록

브베는 스위스 레만 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이다. 찰리채플린이 사랑한 도시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노년을 보내고 싶은 마을이기도 하다. 커다란 포크가 호수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상징처럼 되어 버린 브베. 그 마을의 호스텔에서 하루 묵었다. 호스텔 데스크에 앉아 있는 직원은 전화를 받을 때면 merci, thanks, grazie, danke를 한꺼번에 같이 썼다.


가방을 던져두고 호수로 나갔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는 알프스와 어우러져 몽트뢰까지 이어져 있다. 산이 초록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호수와 길 사이에는 아무렇게나 의자가 놓여 있다. 제대로 설치해 놓지도 않았고, 줄을 맞춘 것도 아니다.  그냥 돌 위에 아무렇게나 얹어 놓은 듯 자연스럽다. 누구든 길을 걷다가 지친 사람이면 어디든 앉아서 쉬거나 이야기를 한다. 양복을 입고 퇴근을 하던 사람들도 양복을 옆에 걸어 둔 채 그냥 벤치 아무 곳에나 앉아 쉬었다. 아이들은 자전거로 달렸고, 어른들은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유모차를 끌었다. 호수 멀리 요트가 보인다. 그 요트가 전혀 부럽지 않은 한가로움이다.


한참을 걸어 해를 마주볼 수 있는 위치까지 걸어 갔다. 해를 정면으로 마주 보며 글을 쓰는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너무 멋진 모습이었다. 나도 나중에 이렇게 맨 공기 속에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과 닮고 싶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 곳의 배경이 되고 싶다. 누구도 나를 여행자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도 보지 않고,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갈 만큼 그냥 배경처럼 존재하고 싶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나는 브베의 맑은 공기에서 책을 읽었다. 스위스 사람들은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뭔가 배달을 하거나, 보트를 손보고 있었다. 그런 아침 풍경 속에 나도 들어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유럽 사람들은 집안에서 벌어질만한 일들도 다 싸 들고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햇빛이 흔하지 않은 곳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든 일상을 널어 말리듯이 자주 맨공기 속으로 출몰 시켰다. 평범한 저녁을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서 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돗자리 하나만 들고 길거리 아무데서나 펼쳐 드러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광장이든 어디든 새로운 공기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멈춰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디서 베껴쓴건가? 내 글 같지가 않네. ;;;)


맨 공기 속에서 무언가 소일 거리를 소닥 소닥 하는 것은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공기가 새로운 생각을 더 할 수 있게 만든다. 맨 공기는 언제든지 사람을 붕 뜨게 만드는 신기한 마법이 있다. 그날 아침 아무도 모르는 동네 벤치에서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

 

 

* 목요일인걸 깜빡하고 있다가 부랴부랴 예전에 여행하면서 썼던 메모 글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

달리면서 쓴 글이기에 많이 엉성하고 부끄럽지만,,, 여기는 이런 실험이 가능한 곳이기에...


IP *.169.2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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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5 15:07:55 *.153.23.18

긴 여행을 다녀오셨다 했지요? 들었어요.

그 여행이 한 권의 책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했었어요.

일상을 널어말리는 거 저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스위스에 저도 가 보고 싶습니다. 유럽에 있는 나라 중에 프랑스와 스위스가 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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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12:07:49 *.77.227.117

여행책. 쓰려 했는데 블라블라해서 못 썼어요. ^^

블라블라는 다음 기회에 술 마시면서 ㅋㅋㅋㅋㅋ

저는 스위스 너무 좋았어요.

다만 너무 비싸서,,, 제 발로 쫓겨났지만요. ^^

일상을 널어 말릴 수 있는 가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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