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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5일 13시 37분 등록

선생님, 안녕하세요. 편안히 잘 지내고 계시죠?!

선생님의 귀염둥이(?!) 대수 입니다. 선생님, 옆에 계셨다면 제가 귀염 꽤나 떨었을텐데...... 흐흐..... ^^:::

 

 

선생님의 마지막 편지(들)를 읽었습니다.  선생님이 떠난 후에도, 오랜 시간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제자들이 힘을 모아, 선생님의 지난 편지(들)를 엮은 첫 번째 유고집이 나왔습니다. 덕분에 전 다시금 선생님을 기억하고 선생님의 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읽는 내내 많이도 뭉클했습니다. 선생님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 개인적으로 다가왔고, 저 또한 그들 중 하나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그(분)들이 부러웠습니다.. 제가 이 정도로 가슴 절절한데 이 편지를 받아봤던 당사자들은 이 슬픔과 사랑, 벅찬 느낌을 과연 어떻게 추스릴지 걱정이되더군요. 그들도 선생님을 그리고 추억하리라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하늘로 가신지 100일 남짓 흘렀습니다. 이번 유고집도 선생님 떠나신지 100일 째 되는 날 세상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느낌 묘하더군요.

어찌어찌 하다 보니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고, 가장 존경하는 분을 선생님으로 꼽고 있으면서도, 선생님께 편지 한 장 써 본적이 없었습니다. 부끄럽고 쑥쓰럽고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전 처음으로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너무나 소극적인 저 였습니다. 선생님을 알게되고 존경한지는 5년이 넘었는데, 그 사이 선생님의 얼굴을 본 건 단 두번 - 그마저도 한 번은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본 선생님의 공개강연회였습니다. - 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알고 지내질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E-MAIL이 활성화 된 시대에 E-MAIL 한 통 보내질 않았네요. 선생님께 보낸 편지라곤 연구원 지원 자기소개서 보내는 날 보내드렸던 짤막한 안부편지 정도였으니, 저의 소극성으로  선생님과 조금 더 가까운 관계로 지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맘이 아픕니다.

 

선생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자기 소개서 작성하고 책을 읽고 지옥의 레이스를 펼쳤던 시점부터 하면 벌써 반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 참 빠르지요?^^  제가 9기 연구원이 되고 선배님들의 도움과 지원으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지는 약 석달즈음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은 7월 오프 수업하는 날. 주제는 '역사'내요. 역사는 워낙 아는게 없어서 - 사실 그렇다고 달리 잘 아는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닌거, 선생님도 아시죠?! ^^::: - 역사 속의 명장면을 찾는 것도, 그 역사를 내 개인의 '위대한' 역사와 연결시키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어제부터 머리 속에는 '역사, 역사, 역사...... 개인의 역사... 묘사... 해석'과 같은 단어들이 휙휙 날아다니는걸 보면, 조만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쓸만한 문장들이 나오지 않을까 은근슬쩍 기대를 해봅니다.

 

 

요즘 한가지 아쉬운게 생겼습니다. 점점 더 선생님의 이미지가 흐려집니다. 제가 선생님을 뵌 건 4월 7일, 선생님이 입원해계신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을 때 뿐입니다. 5기 장성우선배가 선생님께 9기들이 왔다고 이야기를 하자, 선생님은 예상외로 큰 목소리로 9기들을 부르셨지요. 그 때 전 잘 몰랐습니다. 선생님께서 말 한마디 내뱉기 힘든 상태셨다는걸 말이지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눈을 봤고, 선생님의 손을 만졌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짧은 만남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그렇게 흘려보내지 않았을텐데, 전 눈물이 앞을 가려 선생님을 오래 볼수도, 옆에 서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9기는 선생님 손으로 직접 뽑은 연구원이라 들었습니다. 그 하나의 사실만을 부여잡고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슬픔...... 이 모든 것을 버텨내고 있는데, 선생님과 만난 그 마지막 순간의 이미지마저 제 머리 속에서 점점 흐릿하게 빛바래지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선생님과 함께한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 5분이 채 되지 않는 그 순간마저 신께서 가져간다니, 참으로 야속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오랜만에 8기 진성희 선배가 보내준 동영상을 봤습니다. 연구원들이 병문안 갔던 그 날 찍었던 동영상 속의 선생님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웃으며 춤추고 노래하며 정말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가끔 이렇게라도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소중한 추억이 날아가버리지 않도록 말이죠.

 

 

그래도, 전 잘 지내려 합니다.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가시기 전, 제게 많은 것들을 남겨놓고 가셨으니까요.

 

선생님은 선생님의 생각을 글로 남겨 놓으셨고, 책으로도 남겨 놓으셨습니다. 전 그 안에서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있고, 더 깊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없으실 때를 대비해 많은 사람들도 남겨 놓으셨지요. 선생님과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사람들...... 전 그 분들에게서 아쉽게나마 선생님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 분들 자체도 제게는 소중한 인연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를 대신 할 가장 소중한 인연을 주고 가셨습니다. 바로 우리 일곱빛깔 구스피릿, 9기 동기들이지요.

 

선생님이  참으로 맑은 사람들을 마지막 연구원으로 뽑으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점잖고 묵묵하게 있지만 그 안에 가진 순수한 열정을 조금씩 발산하고 동생들을 사랑해주는 재용이형님(동생들을 너무 잘 아껴주세요^^),

종종 겉으로는 야한  농담을 날리지만 속은 소녀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미경이 누나(누나는 별이 되고 싶데요 ^^),

오랜시간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있다가 이제 막 폭발 시키고 있는 은경이 누나(내공 장난 아니에요~),

강해보이지만 한없이 여리고 여린 듯 하지만 자신의 뚜렷한 주관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다시금 스스로를 찾아가고 있는 진희 누나(열정 200%! 하지만 동생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언제나 정의에 불타오르고 순수한 믿음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형선이형(미소천사!), 겉으로는 거의 표현되지 않는 강직함과 순수함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막내 준영이(막둥이, 꽤 귀엽습니다^^).

 

다시 천천히 들여다보니 모두들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인 우리 일곱빛깔 구스피릿. 9기 동기들은 이제 제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성향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지만 선생님의 제자라는 이유로, 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이렇게 가까워져 버렸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좋은 에너지로 선생님의 뜻을 이어 받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그렇겠지요?!^^

 

" 삶은 지금이며, 생명의 출렁임이며, 거친 호흡이며, 구름처럼 불완전한 끊임없는 변이입니다.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중)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온전히 모셔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선생님을 추억합니다. 하지만, 전 추억 속에 멈추어 있진 않을겁니다. 전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고, 지금 이 순간 함께 있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지내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 가슴 속 열정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려 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간다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훗 날 선생님처럼, 멋진 사람들을 가진 사람으로 자리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말대로, 스승을 욕보이지 않기 위해 스승을 뛰어넘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의 이름을 빛낼 것입니다. 선생님, 하늘에서 꼭 지켜봐주세요.

 

선생님께 보내는 첫번째 편지였습니다. 쑥쓰럽습니다. 허접합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고민이 있거나 힘들 때, 선생님이 그리울 때면 선생님께 편지를 띄우겠습니다. 모른 척 외면하지 마시고 제 편지 기분 좋게 읽어주셔야 해요?!  그렇게 해주실꺼지요?! ^^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P.S 우리 막둥이 준영이, 11월 30일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합니다. 선생님의 주례를 은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아쉬워하네요 ^^:::  하늘에서 축복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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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5 15:09:58 *.153.23.18

이미지가 흐릿해진다는 말은, 언젠가 대수씨가 말했듯이요, 다른 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할 때 나는 나눌 추억이 없어서 외롭다는 말처럼 좀 슬프게 들려요.

 

편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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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8 21:25:21 *.6.134.119

그 분의 빈자리 크긴 하지만,

대신 소중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동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배님들도 소중한 인연이지요.

 

선배님들은 제게 선생님 대신 만난 인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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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5 15:53:47 *.91.142.58

대수야...

 

네가 이렇게 또 나를 울리는구나 ㅜ.ㅜ

 

선생님의 사랑,

네 말대로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많은 것들을 통해 느끼고 배우자!

 

나도 우리 일곱빛깔 구스피릿 동기들이 있어 넘넘 행복하고 감사해 ^^*

너도 말했듯이 난 동생들의 도움(특히, 이해와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지... .

하지만 나도 언젠가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누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ㅎㅎ

 

정말 선생님이 계셨다면 대수 너를 많이 든든해하고 대견해하셨을 거 같아.

 

우리 이것만은 잊지말자.

선생님께서 병마와 투병하시는 그 힘든 시간 중에서도

우리 9기들의 연구원 지원서를 하나하나 직접 읽으셨고

또 마지막까지 우리 9기들에 대해 걱정하셨다는 사실 말이야.

 

선생님의 힘들게 뿌리신 작은 씨앗인 우리들,

아름다운 열매로 결실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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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8 21:26:23 *.6.134.119

이 악물고 힘내셔야 하는거 알죠?!

일곱빛깔 구스피릿은 일곱빛깔 이어야만 합니다 ^^

 

힘내요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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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6 08:06:37 *.62.172.71
나를 울리는구나. 이 글보고 힘을 낸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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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8 21:25:42 *.6.134.119

구스피릿 때문에 제가 삽니다. 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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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6 14:06:43 *.131.45.203

읽는 내내 뭉클했습니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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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8 21:26:43 *.6.134.119

네, 그러려구요 ^^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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