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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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는, 자유
자유롭고 싶은가? 미안하지만 당신은 자유로운 인간은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아마 영원히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자유는 신의 것이다. 절대적 자유를 누리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조건 지어졌고 억압 받을 수 밖에 없고 현실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억압과 조건과 현실을 하나씩 넘어서는 일도 인간의 몫이요 제약을 뛰어넘는 일도 인간의 과제다. 우리는 실패한다. 이것은 확실할 지 모른다. 그러나 넘어서려는 시도를 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은 자유에 대한 지분이 다르다는 것 또한 확실하다. 비록 조건 안의 자유일지라도 자유의 맛을 본 인간은 겁 많은 가축과 같은 인간과는 확연히 다르지 않겠는가.
우리는 기계세계에 봉사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수직구조의 위계를 강요 받았다. 우리는 이 사회의 헤게모니를 가진 자들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토록 소망하는 ‘아랫사람’ 으로서의 삶의 방식을 충실히 따랐다. 이성이 행위를 규제하는 생활 즉 성실, 근면하고 사고 치지 않는 인간으로 길들여져 왔다. 가축은 자유로울 수 없다. 울타리를 벗어나면 뱃가죽이 등에 들어붙어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 결국 쫄쫄 굶다 죽는다. 생존 앞에 자유는 개소리에 지나지 않고 밥 앞에 철학은 공허할 뿐이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평수와 몰고 다니는 자동차 메이커, 직장에서의 지위가 자신을 대변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얼마나 유치한가. 어쩌면 이것들을 획득하기 위해 대출이라는 수단을 빌려 꼼짝없이 복종시키려는 체제의 농간에 완벽하게 걸려든 건 아닌가 자문하자. 규율과 치안을 강조하고 이념의 다양성을 막아 제도 전복의 원천부터 막으려는 그 농간 말이다. 개인과 그 다양성에 대해 허용치를 최소화 시키고 체제에 충실한 조직 인간, 회사 인간이 될 수 없으면 차도 살 수 없고 결혼도 할 수 없고 변변한 집도 살 수 없어 사람 노릇하기 힘들게 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고단하다. 어진 표정을 하고 가끔은 웃어가며 인자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늘 따라다니는 단어는 경쟁이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에 목매게 하여 죽을 때까지 경쟁 속에 살게 한다. 이기기 위해 효율을 강조하고 상대를 때려 눕히기 위해 지적 무장과 충성을 강요한다. 권위는 이렇게 지켜지게 되고 지탱된다. 그리하여 선량한 사람들에게까지 내면화 된다. 내 자유의 일차적 걸림돌은 이 지점이다.
고민했다. 이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언젠가 내 스승도 이와 같은 질문을 했다. ‘니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가’. 그때 나는 속에 없는 말들을 이것 저것 끌어들여 말했지만 지금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니 깊이 고민하지 않고 뱉어냈었던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돌아갔다. 나에게 집중하는 것. 모두가 자신의 자유를 갈구하는 것이다. 사회적 잣대와 시선에 의한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 스스로에 의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힘든 일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편견과 맞서는 일, 세상에 반기를 드는 일, 왕따를 감수해야 하고 처자식이 밟혀 할 수 없는 일이고 동료와 친구들을 배반해야 하는 일이다. 부모님과 대립해야 하며 직장 상사에게 찍혀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더 큰 자유를 위해 감행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내 아이들은 이런 조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자유, 보기 싫은 사람은 보지 않을 자유, 굴종하지 않을 자유, 그 어떤 권위가 내 앞에 있더라도 당당할 수 있는 자유 말이다. 어떻게 지닐 수 있을까. 나는 나름대로 고민해 보았고 몇 가지 방법을 간추렸다. 첫째, 나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을 바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것. 이는 곧 나를 제약하는 조건들의 모습과 형태들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내 삶이 몸 담은 이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으며 그 영향은 지금 내가 사는 이 공동체에 어떤 형태로 구현되어 억압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이해다. 둘째,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가질 것. 자유로운 삶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고통을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는 자유를 부여한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유로운 것이다. 억압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내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나의 고통과 인내를 요구할 지 모른다. 뒤쳐지고 괴로워하는 자식을 매일 보고만 있어야 할지 모른다. 그 고통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서는 고통과 맞짱 뜰 수 있는 담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삶의 방향성과 물리적 제약 사이의 간극을 좁힐 것. 밥에 치우친 나머지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도록 한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내 신념을 버릴 만큼 가치있는 일인가를 매번 물어 결정한다. 그러나 그렇게 내린 결정으로 내 가족이 천대받게 된다면 잘한 결정은 아니다. 북극성이 있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 내 자신을 믿으면 어디에도 쫄지 않는다.
햇살이 내 척추를 비추는 이 여름 날, 배롱나무에 꽃이 피었다. 세상 사람들의 꽃, 장미로 피어나지 않은 것을 백일홍은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아름답고 예쁘지만 누구나가 꺾어 바칠 수 있는 장미꽃으로는 살지 않을 작정이다. 비록 화려하지 않고 돈은 안 되겠지만 어떤 꽃으로 피고 지든 내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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