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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8일 10시 34분 등록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휴머니스트, 2013


‘현대인의 표정전’은 아주 멋졌네. 나는 거기서 많은 순간들을 보았네. 그 순간들이 사람의 얼굴에 남긴 ‘바로 그때’의 섬광 같은 눈빛과 감정을 잘 보았네. 그들은 다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그 표정들은 모두 다 내 것이었네. 마음을 빼앗긴 그 찬란한 기쁨의 순간, 황당한 새로움에 대한 놀람, 예기치 않게 맞닥뜨린 두려움, 뜻밖의 횡재가 주는 행복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것이겠는가! 나는 무수한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를 찾아내곤 했다네. 우리가 하나이며, 바로 그 동일한 인생의 순간순간 바로 그 사람들이 내 위로이고 기쁨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즐거움에 젖어 보았다네.

 


구본형선생님의 장례식은 대단했다. 제자들이 몇날며칠 빈소를 지키고, 노래와 시로 추모하며, 마음을 다 해 보내드리는 광경은, 직계자손조차 눈물을 보이지 않는 작금의 세태에 보기 힘든 것이었다. 장례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께서 부러움을 드러냈고, 유골 안치식을 주도한 신부님께서는, 안치소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왔다며 '구바오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이토록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일까?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말을 들어 주셨다. 진심으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들어 주시고, 그 사람의 미래를 앞서서 보아주셨다. 짧은 시간이라도  이처럼 진정한 환대에 부닥뜨린 사람은 그것을 잊지 못한다. 많은 것을 건성으로 하는 척, 듣는 척만 하며 살아 온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솜털이 오소소 서는 경험이고, 마침내 도달해야 할 눈부신 고지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시선 하나, 인정 한 구절을 품어 인생의 경로를 바꾸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거니와 위 단락은  ‘화가가 되고 싶은 한 생활인’의 미래 모습을 미리 보아 주신 것이다. 솜씨는 좋지만 아직 브랜드는 되지 못하였으며, 밥벌이와 예술 사이를 오가느라 자주 지치던 누군가는 이 편지 한 단락으로도 거뜬히 10년을 걸어 갈 기운을 얻게 되고, 내 안의 잠재력을 나보다 먼저 알아봐 준 분에게 뜨거운 감사를 품게 되는 것이다.  ‘얼굴의 화가’로 우뚝 서기 위해 오늘도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꿈벗을 보려면 이 곳으로!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imgessay&search_keyword=%EC%86%A1%EC%95%94+%ED%99%8D%EC%A0%95%EA%B8%B8&search_target=target_default&page=4&document_srl=489577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해라. 너무 진지하게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해라.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을 하지 마라. 우리의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해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을 재미로 하자.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 데이비드 로렌스 -

 

 

선생님은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하는 분이 아니셨다. 난해한 개념을 열거하며 지식을 과시하는 지식소매상도 아니었다. 오직 ‘좋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철학을 추구하고, 그것을 온 몸으로 살아낸 분이셨기에 감화력이 강했다. 빠르게 지식의 외연을 넓혀가기 보다, 일일이 삶으로 검증하며 가느라 자칫 더디게까지 보이는 그의 행보는  모든 저서에 고루 녹아 있다.

 

선생님의 첫 유고집인 이 책에도 '생의 철학'이 낭랑하다. 오늘 아침, 인용구 하나를 통해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다.  인생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살고 있는 내가 보이고, 스스로 낙천적이라고 생각해 오던 것과 정반대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나에게 경악하고,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머리가 뜨거워진다. 소유와 위선이 지배하는 미친 자본주의 시대에서 한참 벗어 나 있는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은, ‘정신의 귀족’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러려면 '재미'를 회복해야 한다. 자유와 창조를 회전시키는 중심축인 '재미'를 불러오기 위해,  전에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들을 시도해야겠다.  지지부진하던 슬럼프가 바닥에 닿는 것이 느껴진다.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실로 오랜만에  팔다리로 퍼져가는 활기가 짜릿하다. 

 

2,3년 전 모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니 엄밀하게 말하면 ‘마지막 편지’는 아니지만, 그의 소신이 압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편지’ 맞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우리의 무대를 주관하는 손길에 일관성이 없어, 그처럼 지극정성으로 살아도 느닷없이 막이 내리기도 한다는 것, 돌연 길이 끝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신 선생님의 목소리를 아직도 거부한다면, 나는 사람도 아니다.

 

삶이 인생의 전부입니다. 그러니 매순간 살아 있어야 합니다. 삶은 과거처럼 이미 결정된 것도 아니고, 미래처럼 머릿속에 정형화된 완벽도 아닙니다. 삶은 지금이며, 생명의 출렁임이며, 거친 호흡이며, 구름처럼 불완전한 끊임없는 변이입니다.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이 긴 편지를 쓰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이름의 카페에서 글쓰기, 책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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