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자로
  • 조회 수 1697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3년 7월 28일 17시 35분 등록

五友歌

 

'만남과 만들기'라는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친구가 별로 없다.

아는 사람도 많고 만나는 사람도 많다.

마실 가맹점 사장님들도 많고, 천안 그리고 서울에도 날 기다리고 만나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외롭고 누군가 소주 한 잔 하고 싶을 때 정작 만나고픈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

10여년전 첫 음식점이 망하고 외톨이가 되었을 때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은 몇 되지 않았다.

정말 필요할 때 곁을 지켜준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친구라 부른다.

내게 그런 친구가 몇이나 될까?

 

초중고를 거치는 동안 동네친구, 학교친구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는 딱... 한 명 있다.

시골 옆 동네에서 살았고 나보다 공부도 잘 했고, 노래도 잘 부르던 친구.

중학교  체육대회때면 400m 릴레이를 같이 뛰었던 친구. 우리 둘이가 함께 뛰면 언제나 우승은 우리 차지였다.

나는 첫번째 주자, 친구는 마지막 주자였다.

내 인생의 첫 황금기같이 찬란하게 빛난던 시기를 같이 지내며 함께 경쟁하던 친구였다.

사랑도 우정도 함께 하면서...

고등학교때부터 따로 떨어져 지내면서 지금까지 떨어져 살지만 마음은 언제나 같이 있는 친구다.

시골에 가면 가장 먼저 친구의 부모님을 찾아뵌다.

그 다음 부모님 산소를 찾아간다.

1년에 한 번 정도 만날까 할 정도로 자주 얼굴을 대하진 못하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남아있는 친구.

지금은 부산에 살고 있고 힘들지만 꿋꿋한 중년을 넘어가고 있다.

죽어도 잊지못할 내 사랑하는 친구 강.광.효. 

 

대학을 원하던 곳에 가지 못했다. 재수도 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도망치듯 숨어버린 곳이 군대.

남들 다 받는 혜택도 받지 못한 채 30개월 만땅 채우고 다시 돌아온 대학은 혁명전야같이 불타오르고 있었지.

자연스럽게 합류한 학생운동.

지금 생각하면 치기어린 행동이었겠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준 개똥철학은 온전히 내 삶의 지표가 되었고

광주에 대한 마음의 빚은 지금까지도 건강한(?) 생활을 지켜나가게 만들었다.

20대 10년을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나보다 더한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항상 진중했고 성실했다.

누구보다 전투적이었고 불의에 맞설 땐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리더였고 난 그를 돕는 스탭이었다.

사회에 나와선 그와 난 동업을 했고 사업은 불을 만난 섶처럼 활활 타올라 모두의 선망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우리는 다른 길을 걸었고... 서로 힘든 10년을 보내야 했다.

마실을 시작하게 만든 친구였고 마실을 통해 우린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은 조금 어렵다고 하지만 곧 우뚝 서리라 믿는다.

20년을 한결같이 만나고 있는 후배이자 친구 진.성.범.

 

서른을 앞두고 운명처럼 우린 만났다.

난 용접공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한 달 월급이 30만원이었던 시절.

대충 좋은 게 좋다는 생각을 하는 나와 날카로운 눈매와 투철한 투쟁심에 불타는 그 친구는 자주 부딪쳤다.

그런데 의외로 우린 잘 맞는 한쌍의 바퀴벌레처럼 자주 만났다.

삶과 현장과 투쟁의 장에서 그는 원칙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바위같은 존재였다.

얼마후 돈을 벌어 애국하겠다며 비즈니스세계로 존재를 이전한 나와 그 친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야 했지만...

그 친구는 자기 월급통장을 5년이나 나에게 맡겼다. 힘들 땐 언제든지 찾아 써라며...

급기야는 통장으로는 부족해 친구의 아파트까지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를 요구했을 때에도 한 순간도 머뭇거리지 않았던 친구.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땐 인생의 조언까지 아끼지 않았던 삶의 동지였다.

지금도 원칙중심의 칼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천안에서 사는 삶에 지치고 사람들에 실망해 떠나려고 마음먹었을 때 두 손 두 발로 가로막았던 친구였지.

마실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관심으로 워크샵때마다 인사와 노무관리(지금은 노동자들을 위한 노무사가 되었다)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강의까지 해 주고 있다.

30대 내 화려한 10년동안 수많은 친구들이 스쳐지났지만...

단 한순간도 진정한 우정이 아닌 사심을 가지고 대한다는 느낌을 갖지 않았던

내 삶의 보석같이 빛나는 친구는 이.원.복.

 

첫 식당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세상이 무서웠을 때 구본형변화경영연구원이 되었다.

참 독하게 공부(하지는 않았지만)했다고 말하고 싶은 2년의 책읽기와 글쓰는 수련이

성공한 외식경영자로 만들어 주었고, 2권의 책을 내 외식경영작가가 되었다.

(아! 다음 달에 세번째 책이 나온다)

우린 술이 잘 맞는 친구였다.

그는 노래를 좋아했고 술을 잘 마셨다. 그리고 성실한 독종이었다.

언제나 한 발 앞서 연구원들을 이끌었지.

그러고 보니 책도 나보다 먼저 냈고 지금은 더 많은 책을 썼다.

처음엔 술 친구 이상의 깊은 마음을 주지 않았고 그 역시 그랬던 것 같았다.

그런데...

한 10년 동문수학한 사이로 지내다 보니 자꾸만 정이 가더군.

애정이 가득하고 말속에 뼈와 가시를 적절히 넣을 줄 알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아끼지 않는 친구였어.

얼굴만 보면 내가 동생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나이는 내가 조금 더 많다. ㅋㅋ

우린 주로 술에 취해 전화로 만난다.

얼굴을 맞대 만날시에는 주로 뽀뽀를 한다. 그것도 입 뽀뽀.

징그러운 듯 해도 의외로 남자들끼리 해보면 재밌다. 그치? 오.병.곤.

 

마지막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선배다.

꿈 벗으로 만나 지금은 서로 다른 인생의 긴 항로를 각자 그리고 또 같이 가는 사이다.

우리의 만남은 주로 낮술을 하면서 이루어진다.

한 달에 평균 2번 정도 청하와 소주로 서로를 확인(?)한다.

형님이자 선배인 인생의 조언자이신 이 분은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별볼일 없는 나한테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신다.

힘들땐 소주 한잔 사 주고, 기쁠땐 즐겁게 소주 한잔 나누지.

가끔 메뉴개발실에서 고기구워먹는 호사도 아무나 누리지 못하는 이분만의 특권이다.

마라톤을 하셨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참 내게 마라톤을 알으켜 주셨다.

하루 40분 이상, 일주일에 4일 이상, 그렇게 4개월이상을 연습하면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고 했다.

4번의 풀코스와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형님 덕분이다.

무엇보다 내가 존경하는 이유는 언제나 건강함을 잃지 않는 마음에 있다.

지역과 사회에 그리고 사람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사신다.

그러면서도 사업에도 열정적이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면 첫 자리에 단연 이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한 꿈 벗 회장님. 허.영.도.   

 

선생님께서는 친구를 이렇게 정의하셨다.

 

"삶의 어둠을 견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고통 역시 개인의 몫이다. 각자에게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있고 나눌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지고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혼자 그 긴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짐을 지고 함께 가는 것이다. 외로움은 함께 있으면 훨씬 낫다.

...

따질 것도 없고 계산할 것도 없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함께 가는 것이 친구들이다.

친구란  함께 어울림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 없이는 그 어울림이 빛날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갈지 모르지만... 이보다 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오십 가까운 삶을 살면서 다섯 정도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났으면 잘 산 인생아닐까?

그러고 보니 평균 10년에 한 명꼴로 만난 셈이네.

이들로 인해 내 삶은 한층 빛날 것이고,

소중한 친구를 또 만나겠지만 이들로 인해 내 삶은 한껏 더 풍족해지리라 믿는다.

 

자로 2.0 시대를 함께 갈 친구들, 내 사랑하는 벗들.

 

 

IP *.152.83.4

프로필 이미지
2013.07.29 10:15:31 *.252.144.139

친구가 별로 없다고 하시구선 친구 자랑을 엄청 하셨네요. ㅎㅎ

이 정도 친구들이 있다면 우정에서도 성공하신것 같아요.

저는 만날수록 참 괜찮은 10살 어린 여자 후배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네요.

 

어제 밤 꿈에 사부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날 밤 상황이 펼쳐졌어요.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사부님께서 알려주시려 한것 같아요.

힘을 합쳐 해보아요.

자로 선배를 응원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