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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건으로 대전지역을 방문하다보면 기차 역사안 진기한 풍경 하나를 만나게 된다. 티켓 구매도 아닌데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 처음에는 무언가하고 쳐다보니 빵가게 앞에 빵을 살려고 잔뜩 진을친 이들의 모습 이었다. ‘참내, 많고 많은 빵집 중에 별일이네.’ 도대체 저게 어떤 맛인데 기다리면서까지 구입을 할까 의구심을 가지다 나도 호기심에 이끌려 그 대열에 동참하였고, 명물이라고 하는 튀김 소보로 빵을 맛보았다. 2011년 국내 제과점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에 등재 되었다는 ‘성심당’. 인기에 힘입어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의 특별 초대전 나들이에서도 대박을 쳤다. 7일간 찾은 방문객이 자그마치 1만 7000명에 달했고 1500~5000원짜리 빵으로 1억 5000만원어치의 매출을 올렸다. 백화점 관계자들의 입조차 떡벌어지게 만든 그 인기의 비결을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동네 빵집도 돈 없고 사람 없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집념과 끈기를 갖고 자신만의 '필살기' 상품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필살기(必殺技). 국어사전에서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구본형은 <필살기> 저서에서 이의 중요성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필살기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죽여주는 기술이다. 내 평범한 재능을 비범하게 숙성시키기 위해 내일이 없는 듯 오늘을 다 던져 얻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우리 자신을 걷어차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삼십대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 현재의 업종과는 전혀 다른 직장에서의 이직 생활 중 우연찮게 미술치료라는 수업에 참여 하게 되었다.
“현재 본인들이 지니고 있는 물건 중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나타낼 수 있는 것 하나를 고르세요.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유형이든 무형이든 상관없습니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물건이라? 교수의 뜻밖의 과제에 모두들 진지해하며 머리를 싸맨다. 누구라도 쉽게 답할 성질의 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지. 뭘까? 나를 돌아보았다. 앞길이 보이질 않아 그냥 하루하루 그저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 그런 가운데 참석자들 각자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시계, 안경, 목걸이, 반지…….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나는 무얼 말하지. 차례가 되었다.
“저는 목소리라고 생각 합니다.”
그랬다. 나를 곰곰이 뜯어보며 나를 나타내는 상징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목소리라는 존재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목소리라는 요소를 통해서 앞으로 먹고 살아야 되는구나. 그때부터 나의 필살기의 갈고 닦음의 연마는 시작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여러 인체 장기의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것 중에 하나가 목소리였다. 낮은 저음의 톤으로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나의 그것이 사뭇 매력적으로 들린단다. 덕분에 뭇여성들의 마음을 조금은 설레게도 하였으니.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강사의 강의에서 목소리라는 요소는 중요한 임팩트이자 강력한 무기로 작용을 한다. 음색의 고저, 맑음, 메시지 전달력 등이 분명하면 아무래도 어필하는 요소들이 빠르고 호소력 있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유리한 면을 타고났다. 장시간 소리를 높여 크게 질러대어도 여간해서는 갈라지거나 쉬지를 않는다. 그 덕에 열정의 산물로서의 표징이란 것도 있지만 적잖은 참석인원에도 웬만해서는 마이크를 사용치 않는다. 남다른 자신감에서의 발로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내면 에너지를 끓어오르게 하기위해 열정적인 구호와 색다른 분장의 행위를 행하고, 개그맨과 유명 강사의 유행어를 모방하며, 황수관 박사 같은 음색을 내보기도 하였다. 나아가 목으로만 내는 소리만이 아닌 강의중 나만이 할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해보는데 그중 하나가 스토리로써의 퍼포먼스이다.
최근 인사동을 찾다가 중국 상점 안에서 우연히 눈에 띄는 상품을 발견 하였다. 이름을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싱잉볼로 불리는 것이었다. 영혼이 담겼다는 티베트 청동 주발로 고대부터 스님들의 명상과 수행을 돕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고, 서양 의학계에서는 질병 치료의 접근법의 하나로 이용하기도 하는 물품이다. 테라피에서 사운드 힐링으로 사용되는 것인데 이것을 강의 현장에서 응용해 보기로 하였다.
“이게 뭘까요?”
생소한 도구에 청중들은 일단 관심을 보인다. 성공이다. 인트로 부문에서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건 강사에게 주도권의 지휘봉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다양한 답변이 쏟아진다. 징, 재떨이, 소품 등.
“티베트 승려들이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소리를 내볼 테니 잘 보십시오.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시범을 보인다. 먼저 작은 막대로 종을 치듯이 하니 뎅 소리가 난다. 하지만 얼마못가 금세 멈춘다. 다음으로 막대로 다시 친 다음 이번에는 둥근 테두리의 원형몸체를 몇 번이나 돌리며 울리는 작업을 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싱잉볼의 울림은 여운을 타고 점점 증폭되어 모여 있는 공간 가득 산 정상에서의 메아리처럼 똬리를 치게 한다. 진동의 세계를 시각과 청각으로 실질적 체험케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에 우와 하는 반응을 절로 보인다.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관련된 멘트가 이어진다. 당신이라면 어떤 이야기로 이를 뒷받침 할 것인지? 나는 이렇게 각색을 한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 시도를 합니다. 한번, 두 번. (다시 한 번 막대로 소리를 울린다) 그러다 흥미가 없어서, 힘들어서, 두드려도 문이 열리질 않기에, 적성에 맞지 않아서 등의 사유로 포기 및 체념을 하고 맙니다. 한 분야에 장인이 되고 그 분야에 프로페셔널이 된다는 건 이 진동을 통한 공명의 효과처럼 지속적으로의 바탕이 있어야 가능 합니다. (몸체를 돌리는 시연의 반복)”
필살기라고 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인생 후반부를 먹고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기에 자신만의 필살기를 창조해 내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발견하고 끊임없이 연마해 내어야 한다. 나를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죽여주는 기술. 당신의 어디에 있을까.
삼국지의 관우에게는 적토마가 있었고,
스타워즈의 제다이에게는 강력한 포스의 광선 검이 있습니다.
헤르메스에게는 카두세우스라는 지팡이가 있었고,
잭 웰치에게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무기는 무엇입니까?
- 임헌우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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