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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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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9일 12시 49분 등록

 

칼럼3. 역사

--- "역사의 현장, 지금 만나러 갑니다

 

 

 

3-1. 역사 속 한 장면 - 일본군 위안부, 자발이냐 꾀임에 의한 동원이냐?

3-2. 어떻게 쓸 것인가 역사기록,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먹먹함

3-3. 창조적 거장 따라잡기- 내 안에 창조성 있다

3-4. 영감을 주는 역사서- 삼국유사에 빨대 꽂다

3-5. 만나러가야 할 길 나를 붙잡아 끄는 역사 속 사건 하나

 

 

 

 **** 7/27 (토) 살롱구에서 오프라인 연구원 역사 수업 때 발표한 자료입니다.

 

                                                                                   * * * * *

 

 

 

@ 역사의 세 장면 @

 

 

1. 문무왕

 

#. 문무왕(법민)의 침실

 

며칠 밤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함성소리, 말 발굽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

오른쪽 귓가에 ~’ 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무엇이 지나간다. 순간 멈칫,

 

아 피했구나...’.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고구려 군사의 화살촉이다.

 

갑옷을 두른 몸은 뜨끈한 땀줄기가 흔건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순간

바로 옆을 지키던, 묵직한 무언가가 땅바닥에 툭 떨어진다.

옆을 휙 돌아보는 법민.

아바 마마~!”

 

번쩍 뜬 두 눈.

며칠을 꿈 속에서 헤맸는지 모른다. 법민은 당신의 뒤를 이어 삼국통일을 이루어달라는 말을 남기고 간 아버지, 태종 무열왕을 떠올리며 다시 두 눈을 감는다. 전쟁터에서, 자기 바로 옆에서 운명을 달리한 아버지 태종 무열왕. 이제 그도 아버지를 따라 하늘로 가야함을 직감한 듯

느리고 작은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이어간다.

 

짐은 죽은 뒤에 이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소. 부처님의 불법을 높이 받들어 이 나라를 지키겠소. 비록 짐승으로 태어나는 축생도로 떨어진다 하여도 나는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통일된 이 나라를 지키는 동해바다의 용이 될 것이요.”

 

 

 

2. 김구

 

 

# 38선을 건너는 김구

 

이승만 동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조선이 두 동강 나겠소. 남과 북이 따로 정부를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소. 내 북쪽 땅에 가서 이 의지를 표명하여 하나 된 조선을 꼭 이룰 것이오

 

김일성 동지, 내 꿈은 3천만 동포와 함께 통일된 조죽을 건설하는 것뿐이오. 나는 통일된 조국 건설 위해 삼팔선을 베고 쓰러졌으면 쓰러졌지, 남과 북이 따로 정부를 세우는 데는 결코 협력하지 않을 것이오.”

19484, 통일을 위한 남북연석회의를 마치고 38선을 넘어 다시, 남쪽 땅으로 향하는 김구의 눈가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독립을 위해 광복을 위해 그간 얼마나 많은 젊음들이 산화해 갔던가!

 

그는 무거운 한걸음 한걸음을 떼면서 38선을 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민족의 염원을 양 어깨에 짊어진 듯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의지를 꺾을 김구가 아니었다. 김구는 낮지만 힘을 주어 말한다.

오늘의 내 발자국 한 걸음 한 걸음이 내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길이 될 것이다...”

38선은 그렇게, 무명 마고자 옷자락을 나부끼며 통일의 길을 놓은 김구를 오늘도 기억하고 있다.

 

 

 

3. 어느 탈북 소녀

 

# 중국과 북한의 국경, 압록강 변

 

걸쭉한 개펄 속에 발목까지 푹푹 빠진, 남겨진 흔적을 보고 누군가 막 달려들어 목덜미를 움켜쥘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가면 강물이다. 터질 듯 한 긴장을 누르고 한걸음 또 한걸음 내디딜수록 강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갈대밭이 끝나는가 싶더니 앞이 확 트이면서 드디어 넓은 강물이 내 앞에 펼쳐졌다. 압록강이다. 잠시 뒷면 내 목숨은 저 강물 속에서 판가름된다. 잘하면 헤엄쳐서 중국 단동까지 건너갈 수가 있다.

 

얼마나 헤엄쳤을까.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강물을 꿀꺽꿀꺽 마시기를 수 십 번, 중국 쪽 불빛은 더 가까워진 것 같지 않은데 내가 떠나온 기슭은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다. 돌아가려해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악물고 발버둥 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 가장 끌리는 한 장면 선택 & 중요 동인(動因)은 무엇? @

 

 

 

너는 혹시 어제 밤에 꿈을 꾸었니? 혹시 연거푸 똑같은 꿈을 계속 꾸었던 적은 없었니? 나는 초등 4~5학년쯤인가 부터 매번 똑같은 꿈을 꾼 적이 있었어. 계속 꾸는 걸로 봐서 예사 꿈은 아니었어.

 

꿈속에서 나는 늘 긴장감에 싸여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어. 적막감이 감도는 어두는 밤이야. 몇몇의 친구들과 함께 철조망의 철사 줄을 자르고 땅바닥을 기어서 어디론가 몰래 숨어들어갔지. 매일 밤 왜 그곳으로 가는지는 나도 몰라.

 

나는 휴전선을 넘어서 북쪽 땅으로 갔어. 북한 인민군의 감시를 피해야 했어. 총을 매었지만, 졸고 있는 인민군 옆 초소를 지나서 살금살금 숲길을 빠져 나간단다. 꿈속이지만 가슴은 콩당 콩당 뛰고 머리칼이 주빗 주빗 선다. 그 군사가 깨어나 내게 총을 쏜 적은 단 한번도 없어. 그곳만 통과하면 나는 일사천리로 숲길을 달음박질 치지. 온통 어둠 속이야. 덜컥 낭떠러지가 나오고, 나는 단숨이 뛰어내리지. 아주 느린 슬로우 동작으로 내 발은 땅바닥에 딱 안착하는데 바로 거기가 평양시가지야. 다시 한 낮이 되고, 나는 평양시민인 척 행동을 하며 돌아다니며 누군가와 접선을 하여 도움을 주게 되지. 그리고 똑같은 방법으로 다시 휴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는거야. 십년감수한 듯 한숨을 내쉬고 꿈에서 깨어나지만, 그 꿈을 꿀 때마다 기분은 은근히 좋았어.

 

왜 이런 꿈을 매번 꾸는 걸까?

지금 생각하면 그 꿈은 내 인생의 하나의 방향을 알려주는 꿈이 아니었나 싶어. 그 꿈과 비슷한 탈출 장면, 중국 인접, 북한 국경지대를 탈출한 한 소녀 이야기를 접했었을 때,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었지. 나는 그녀가 남 같지 않았어. 정말 그녀가 궁금했고 만나보고 싶었어.

 

그래서일까? 몇 년 전, 나는 중국 단동 땅에 가게 되었어. 압록강 변, 정말 북한 땅이 보고 싶었지. 중국인 가이드랑 고무보트를 타고 북한 신의주 땅 압록강 기슭인 북쪽 땅에 거의 가까이 다다르게 보트를 대었지. 내 눈 2~3미터 앞 강 기슭에 북한 주민들이 앉아 옹기종기 앉아 있었어. 나는 미리 사간 담배 몇 갑을 그들에게 건네주었지. ‘남쪽에서 온 관광객이라며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르는 지금은 중국이 되어버린 옛 우리의 땅, 그곳에 사는 조선족과 그 이웃의 북한 동포들..... 이곳에 무언가 내가 풀어야 할 열쇠가 있어. 가슴 아리고 복 바치는 숙제가 있은 듯해.

 

 

 

 

 

@ 끌리는 한 장면 나의 개인에 담기 @

 

*

나는 모험을 좋아한다. 나는 행동주의자다. 나는 우리 역사를 좋아했고,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을 답사하기 좋아했다. 또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힘들고 속상한 문제들이 보다 술술 잘 풀리기를 늘 바랬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거라고 믿는 이상주의자였다.

 

나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음을 느낀다.

앞을 알 수는 없지만 내 눈 앞에 놓여 있는 과거 내 인생의 장면들이, 내 머리 속에 가득한 상념들과 만나고 또 현재의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늘 언제나 그랬듯이 겁없는 모험을 지시하는 개나리 봇짐을 내 어깨 위에 짊어준다. 내 인생의 이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은 때론 나를 깊은 공상에 잠기게 만들어 현실을 떠나 살게 하기도 한다.

 

 

나는 분명 안다. ‘탈북소녀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

만일 지금 나에게, 당장 책임져야 할 남편과 자녀가 없다면 아마도 나는 이미 만주 땅을 내 집으로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탈북자를 돕거나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는 어떤 단체의 일원이 되어 카메라를 들고 쑹화강으로 하얼삔으로 두만강으로 옌벤으로 우리의 옛 고구려 땅을 누비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어린 시절 매일같이 잠 자기 전에 부처님께 기도했다. “남북통일이 되게 해주세요...” 그 시절 나는 모든 어린이들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늘 불렸으니까. 부처님께 올렸던 남북통일의 기도는 내가 점점 커가면서 마음 속 염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왜인지 모르게 나는 역사에 관련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끌렸다.

 

 

**

초등시절,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봄의 황룡사 절터 앞을 자전거로 달리다 1000년의 고도 경주로 나는 빨려들었다. 그리고 중학시절, 인도에 있는 타지마할건축이 담긴 사진 한 장에 끌려 늘 인도를 동경하며 꼭 가보고 싶었다. 15 여 년 지나서 나는 인도여행을 가게 되었다. 타지마할을 눈에 담고 나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소를 방문하게 된다. 인도 북부, 중국의 티벳 자치구와 인근한 히말라야 산맥 줄기의 다람살라’. 이곳은 독립을 꿈꾸는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다. 나중에 삼국유사를 통해 안 사실이지만, 경주 황룡사의 절의 부처님은 인도(서천축국) 아육왕이 보내 온, 황철 57천근 황금 3만분을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대학시절 경주 유적 답사 길에 저녁 놀 질 무렵 감은사 터에 서게 되었다. 절 건물은 모두 사라지고 날쌔게 뻗은 두 석탑들만 남아있는 그곳. 감은사지 절터에 섰을 때, 나는 마치 그곳이 황량하고 더 넓은 만주 벌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황량한 벌판의 느낌에 사로잡혀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감은사는 용이 되어 통일된 신라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문무왕을 위해 지어진 절이다.

 

 

***

신라 황룡사 절터, 불심 깊은 할머니 따라 불교와 가까웠던 나, 미지의 인도 땅과 타지마할, 인도에서 알게 된 독립투쟁 중인 티벳의 달라이 다마,

 

문무왕의 절 신라 감은사, 나라 통일 이루고 용이 되어 끝까지 나라를 지키는 고마운 문무왕, 감은사 절터에서 만난 황량한 만주 벌판의 느낌. 조선족들, 38선 넘는 김구의 눈시울, 생존을 위해 압록강을 넘는 탈북소녀의 모습 그리고 나.....

내 인생의 퍼즐들은 알 수 없는 의미를 던지며 내 앞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그 퍼즐들은 점점 큰 그림의 형체를 드러내며 조각이 맞춰져 가고 있다.

 

내 인생에 화두로 꽂히는 장면들은 일제히 이 나라의 통일을 향해가고 있다. 이 땅의 평화와 보다 넓은 코리아를 꿈꾼다. 중국 서쪽 끝의 티벳 자치구가 보다 느슨한 형태로 중국으로부터의 자유와 자치를 얻어내면 분명히 중국 동쪽 끝의 조선족 자치구도 중국으로부터의 통제의 끈이 느슨해질 수 있다. 한반도가 통일을 하고 한반도의 문화가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옛 고구려 땅에 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며 되면, 우리의 심리적 문화적 영토는 보다 확대될 것이다.

 

나는 통일 운동하는 단체에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 쯤은, 단군 이래 변화무쌍하게 나눠지고 빼앗기고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한 우리의 영토와 그 위에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북한 땅의 동포 이야기, 간도 땅 조선족들, 러시아 땅 고려인 이야기, 나는 보다 넓은 우리로서 그들까지 보고 싶다. 그들이 살아온 역사와 인간미 묻어나는 속살 이야기가 궁금하다. <삼국유사>의 문무왕 닮은, 만파식적 닮은, ‘백성이 영원토록 편안할 수 있도록 똘똘 뭉친 믿음 하나를 얻을 수 있는보다 주체적이고 확대된 한반도의 미래를 일연처럼 맛나고 담담하게 그려보고 싶다.

 

 

 

 

 @ 인물 이력 @

 

문무왕

 

626년 법민 탄생

661년 문무왕 즉위

676년 제 30대 문무왕의 삼국통일

681년 문무왕 21, 56세의 나이로 승천

 

 

김구

1876년 황해도 출생

1910년 나라 뺏김. 신민회 참석 만주 무관학교 설립 독립군 양성 결의

1919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 경무국장 됨

 

....이후 중국에서 독립운동

192853살 백범일지 쓰기 시작

1945701123일 귀국 국민 총동원 위원회 만들어 반탁 운동

194873419일 평양의 제 정당 사회단체 남북 연석회의 참석

194974살 안두희 총탄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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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7:13:47 *.94.41.89

전 지금의 북한이라면 통일이 좋을지 의문입니다. 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세금의 압박도 받고요. 하지만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의 의견은 존중합니다. 그것이 민족의 과업인 것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고요. 여튼 '통일'은 저에게는 혼란이에요. 그나저나 오프 수업때는 이해가 잘 안갔는데, 글로 보니깐 재밌네요 ^^;; 누나가 기획하는 책은 확실히 '스케일'이 클 것 같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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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20:08:05 *.58.97.124

이게 첫 책의 내용은 아니고....

모르겠네 잠시 한 토막 사용할 수도 있고....

 

일단 아무 방향 안 잡고 마구 마구 쓰기만 해야 겠어.

늘 생각했고 한번쯤 정리 해 보고 싶은 것을  마구 적어봐야 겠어, 속 시원하게

그리곤 그것들을 다듬어서

대중과 눈높이를 맞춰야 할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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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9:16:01 *.7.21.2

우와! 서은경님! 그래서. 삼국유사를 그리 좋아하셨구나 싶습니다

힘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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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20:09:19 *.58.97.124

고뤠요?

불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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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1 21:57:59 *.18.255.253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것 ,요즈음에 은경이의 글에서 받는 느낌이야. 누구나 예상하면 재미가 없잖아.

난 솔직히 첫해부터 책을 쓰기 위한 자신의 관심사와 연계시키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다양한 내용, 다양한 주제로 그때 그때마다 마음에 와닿는 예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올해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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