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하는 발명가 소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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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벗 31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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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디어 내 복부에도 왕자가 새겨졌다. | |||||||
지난 몇년동안 이방법 저방법을 써가며 다이어트에 도전하였지만 실패하기 일쑤였다. | |||||||
정상체중까지 체중감량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일시적인 착각때문인지 | |||||||
한두달만에 다시 체중이 불어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 |||||||
나의 로드맵을 새롭게 정립했던 2010년의 크리스마스를 기억한다. 2013년 변리사면허를 취득하기 | |||||||
위해 정신무장이 필요했다. 욕심과 미련을 버리는 것이었고 그것을 하기 위해 정신적으로나 | |||||||
육체적으로 강한 매질이 필요했다. 그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바로 체중감량과 내배의 왕자복근 프로젝트 | |||||||
이었다. 처음엔 너무나도 힘들었다. 의욕만 앞선 나머지 하루 열심히 하고 그 다음날은 힘이 들어 | |||||||
그날 운동을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곁에 있던 와이프의 조언이 내겐 아주 큰 힘이 되어주었다. | |||||||
임신4개월이면서 3살짜리 첫째아이를 돌보는 와중에도 내 운동에 필요한 정보와 식사조절을 | |||||||
맡아주었다. 그 덕분인지 이렇게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다음달 가족 야유회 때 멋진 복근을 | |||||||
자랑할 수 있게되었다. 팬티 한장만 입고 전신 사진을 찍어 서재 벽에 걸었다. 그 옆에는 몇년전 | |||||||
체중110kg 에 허리40인치의 뚱뚱한 사람의 전신 사진이 걸려있다. 바로 나다. 이제부턴 두 사진을 | |||||||
번갈아보면서 계속 다이어트를 하며 건강한 몸을 유지 할 것이다. | |||||||
2013년 12월 15일 일요일 | |||||||
2. 변리사 합격 공지를 보는 순간 | |||||||
대전으로 올라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변리사 시험 합격 통지를 이미 받았기에 나는 | |||||||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했다. 그러나 이 기쁨을 아내에게 더 배가시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 |||||||
대전 특허청 변리사 합격자 공고 게시판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 |||||||
인터넷 서버와 ARS서비스가 해킹을 당해 지금 합격자 공지를 확인하는 길은 대전에 직접 | |||||||
가는 것이라 약간의 거짓말을 했다. 나는 이미 합격사실을 알았기에 맘이 너무 편했지만 | |||||||
아내는 초조해하고 불안해 했다. 4살짜리 첫째와 2살짜리 둘째는 전주 시댁에 맡기고 올라오길 | |||||||
잘 한 것 같다. 와이프는 옆에서 심지어 눈물까지 보이며 연신 기도만 한다. | |||||||
대전특허청에 도착해 공고게시판을 찾았다. 합격자공고게시판에 떡하니 써있는 내 이름이 보인다. | |||||||
그리고 그것을 본 아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어버린다. | |||||||
2014년 9월 21일 일요일 | |||||||
3. 하프-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여해 완주에 성공한다. | |||||||
내배에 복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시에 추진했던 철인3종경기 | |||||||
이건 복근을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수영,사이클,마라톤… 정말 힘들었다. | |||||||
사이클과 마라톤은 다이어트를 하며 동시에 준비했기에 수영에 비해 훨씬 수월했다. | |||||||
그러나 수영은 연습도중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실내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동호회 단체 연습 때 | |||||||
바닷속 실전연습중 숨이 찬 나머지 바닷물을 마셔 기절한 것이다. 깨어나 보니 응급실이었다. | |||||||
너무나도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결승점에 들어오는 순간에 너무나도 많은 기억들이 | |||||||
스쳐지나갔다. 결승점에는 아내와 두아이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나와 맞이해주었다. | |||||||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저녁에는 우리집에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해야겠다. | |||||||
2015년 4월 25일 토요일 | |||||||
4. 여행하는 발명가의 집이라는 내 변리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 |||||||
사무실에는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그전 직장동료가 모두 모여 사무소 개업을 축하해주고 있다. | |||||||
어머니는 자기 평생의 음식솜씨를 듬뿍 담아 갖은 요리를 만들어내셨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 |||||||
회요리를 준비하셨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이 함께 있어서 그런지 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질 | |||||||
않는다. 귀밑 턱근육이 아프다. 너무 웃어서 그런 것 같다. 비록 작은 사무실이지만 기념사진을 | |||||||
남기기 위해 테잎커팅식을 마련했다. 가운데엔 나와 내 아내가 서고 그 옆에 첫째가 둘째의 손을 | |||||||
잡고 서있다. 그리고 양옆엔 부모님과 변리사 선배가 서있다.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 |||||||
2018년 10월 7일 일요일 | |||||||
5. 우리가족 자전거 하이킹 여행을 다녀왔다. | |||||||
아내와 결혼하고 첫 결혼기념일을 맞이했을 때 놀러왔던 제주도. 똑같은 장소에 두아이를 | |||||||
데리고 자전거 하이킹 여행을 왔다. 저녁노을이 조금씩 짙어질 무렵 한라산을 배경으로 | |||||||
가족사진을 찍었다. 둘째아이의 장난끼에 우리 가족은 사진을 몇번 다시 찍어야 했다. | |||||||
아이 둘다 엄마를 닮아 너무 예쁜데 성격은 첫째는 엄마를 닮아 조용하고 둘째는 아빠를 닮아 | |||||||
장난끼가 너무 심하다.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타는 데 겁이 없다. 조금 크게 다쳐봐야 | |||||||
정신이 들지 모르겠지만 정말 크게 다칠까 두려울 정도다. 오늘 저녁에는 첫결혼기념일에 왔던 | |||||||
팬션에 묵을 계획이다. 그땐 너무 추워 밖에서 바베큐파티를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 |||||||
날씨가 좋다. 아이들도 어서 빨리 팬션으로 돌아가자고 아우성이다. 자전거를 타며 두뺨옆으로 | |||||||
스쳐지나가는 가을 바람이 너무나도 좋다. | |||||||
2019년 10월 11일 금요일 | |||||||
6. 우리가족 음악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치다. | |||||||
내 변리사 사무소를 개업하는 날 첫째아이에겐 바이올린을 그리고 둘째아이에겐 유아용 | |||||||
기타를 선물했다. 첫째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빠가 들려주는 기타소리를 너무나도 | |||||||
좋아했고, 둘째아이는 태어나서 아빠의 기타를 두대나 부셔먹었다. 첫째아이는 어디서 듣고 | |||||||
왔는지 유치원다닐 때부터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좋다면 악기를 사달라 보챘었다. | |||||||
4년전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첫째아이에게 선물했을 때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두눈엔 너무나도 | |||||||
기쁜 마음과 정말 열심히 연습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느껴졌다. | |||||||
일취월장이란 말이 이런 것인가? 지금의 첫째아이는 바이올린 연주를 너무나도 잘 한다. | |||||||
둘째아이는 유아용 기타를 가지고 아빠와 함께 듀엣곡도 연주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 |||||||
아내와 나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우리가족 음악 콘서트를 열었다. | |||||||
물론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양가 식구들과 나와 내 아내의 친구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 |||||||
지은들이 다였다. 마지막 곡을 연주하고 나서 인사를 한 후 퇴장하려하는데 앵콜이라는 | |||||||
소리가 들렸다. 특별히 앵콜을 따로 준비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 |||||||
그러나 평소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 셋이서 즐거 맞춰 연주했던 곡이 있다고 한다. | |||||||
아이들이 좋아했던 가요와 동요를 메들리로 엮은 곡이었다. 이날은 우리 가족 모두 너무나 즐거운 | |||||||
날이었다. | |||||||
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 |||||||
7. 우리가족의 첫 우리집을 장만하다. | |||||||
비록 은행빚을 조금 갖고 마련한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집이다. 내 사무실과 아내직장 그리고 | |||||||
아이들 학교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긴하지만 이곳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 |||||||
내년 봄이 되면 집앞 넓은 정원에 고추, 상추, 배추 등 야채를 심을 것이고 마당 한켠에는 | |||||||
사과나무 또는 앵두나무와 같은 과실수를 심을 것이다. 3층에 다락방이 조그맣게 있는 우리집 | |||||||
둘째는 다락방은 자기거라고 이미 찜한 생태이다. 그리고 2층엔 엄마와 딸아이 둘이서 만든 | |||||||
조그마한 비밀 아지트가 생길 것 같다. 아빠는 출입금지란다. 난 영리하고 큰 개 한마리를 | |||||||
마당에서 키우고 싶은데 아내가 반대를 해서 잠시 보류하려한다. 아이들도 엄마를 닮아서 | |||||||
그런지 털있는 포유류 자기품에 와락 안겨드는 것을 무서워한다. | |||||||
1층 거실에는 그동안 아내가 적금을 들어 꼬박꼬박 모아온 돈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장만하여 | |||||||
놓았다. 아침 10시쯤 되면 거실 한쪽 유리벽으로 햇살이 비춰들어온다. 그자리에 따스한 | |||||||
햇살을 맞으며 아내가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 모습을 보고있는 내곁에 아이들이 와서 밖에 | |||||||
나가 놀자고 때를 쓴다. | |||||||
2020년 10월 30일 금요일 | |||||||
8. 여행하는 발명가의 발명품 전시회 개최 | |||||||
내가 변리사면허를 취득한 후 7년이 흘렀다. 대학생때부터 구상했던 것과 변리사 일을하며 | |||||||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 개수가 이제 벌써 100개가 넘는다. | |||||||
그중 가장 재밌고 흥미로운 것들만 뽑아서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전시회장은 아이들 학교 | |||||||
근처에 있는 작은 아트홀이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다 재미있어하고 흥미로워했다. | |||||||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아이의 때쓰는 모습이었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는 내 | |||||||
발명품 중 정말 갖고 싶고 탐이 난 물건이 보였나보다. 공교롭게 그런 딱 하나밖에 안만든 것 | |||||||
이라서 그자리에서 바로 줄 순 없었다. 나중에 전시회를 마치고 그 아이에게 선물해주겠다 | |||||||
약속을 하고 나서야 그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자기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들까지 좋아하는 | |||||||
모습을 보며 두 딸이 아빠를 너무 자랑스러워한다. 아내 또한 좋아하긴 하지만 전시회를 | |||||||
준비하며 남편이 시간과 금전을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표정 뒤로 걱정스런 | |||||||
맘도 살짝 보인다. | |||||||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 |||||||
9. 나의 네번째 음반을 만들다. | |||||||
대학생때 집에서 컴퓨터로 녹음해서 CD에 구워 내 음반이랍시고 친구들에게 나눠줬었다. | |||||||
그 때 나만의 앨범이라고 만들었던 게 총 3장이다. 이번 네번째 음반은 그 때보다 더 많은 | |||||||
추억과 사랑을 담았다. 내가 연주한 것뿐아니라 우리가족들이 함께 연주한 곡들까지 | |||||||
수록하였다. 물론 맨 마지막 곡은 우리가족이 다함께 연주한 합주곡이다. | |||||||
전문 음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때문인지는 몰라도 녹음된 게 실제 우리가 연주한 것보다 | |||||||
더 훌륭하게 들렸다. 처음 아내에게 전문가에게 맡겨 우리가족 음반을 만들자고 했을 때 | |||||||
아내는 금전적인 이유로 반대를 했다. 그러나 막상 음반에 녹음된 우리 가족의 연주를 | |||||||
듣고서는 왜 진작에 이런 걸 만들지 않았나 하며 행복한 후회를 하고 있다. | |||||||
이 음반은 딱100장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음반은 우리집에 방문하는 손님마다 | |||||||
선물로 줄 예정이다. 사랑으로 화목하고 음악과 함께 즐거운 우리집이 있어 나는 너무나도 행복하다. | |||||||
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 |||||||
10. 1년에 한번씩 가족여행 떠나기 | |||||||
거실에 따뜻하게 난로를 켜고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송구영신예배 드리러 가기전 | |||||||
각자 서로에게 얘기하며 지난 한해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위해서이다. | |||||||
아내와 아이들은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며 잘한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 |||||||
반성하고 내년 2021년 계획을 가슴 설레며 말했다. 나는 여행하는 발명가라는 이름하에 | |||||||
지난 10년을 뒤돌아본다. 지난 10년동안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상깊었던 것은 매년 | |||||||
우리가족과 함께 결혼기념일 전후로 해서 여행을 다녀왔던 것이다. | |||||||
첫번째 여행(2009년)은 제주도, 두번째 여행(2010년)은 일본, 세번째 여행은 홍콩, 네번째 여행은 인도, | |||||||
다섯번째 여행은 케나다, 여섯번째 여행은 호주, 일곱번째 여행은 중국, 여덟번째 여행은 | |||||||
인도네시아 발리, 아홉번째 여행은 네델란드와 독일, 열번째 여행(2018년)은 제주도하이킹, | |||||||
열한번째 여행(2019년)은 미국, 열두번째 여행(2020년)은 태국이었다. | |||||||
이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2년전에 다녀온 제주도 하이킹이다. | |||||||
매번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이것저것 부딪히고 막히는 것때문에 가지 못할 수도 있는 | |||||||
경우가 참 많았다. 그러나 몇가지를 포기하고 여행을 다녀오니 차라리 그렇게 하길 잘 | |||||||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쭉 세계 곳곳을 여행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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