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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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벗 32기는 뫼뵈우스의 띠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5명의 적은 인원이었지만 보이는듯 보이지 않게 이어진 참으로 묘한 인연들!!
낯설은 시작이 그들로 인해 시너지드림이 되는 기적을 맛본 행복한 시간.
고맙습니다~^^
2021. 3. 7. 햇살 부서지는 아침
어제의 흥분이 아직 남아 있다.
춤치료실을 시작하고 맞이한 아침, 커피한잔의 여유를 부리며
10년전 행복한 꿈을 처음 꾸기 시작한 그날을 생각해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진다.
해마다 업그레이드를 하고 꿈을 그리고 또 그려보았는데
말 그대로 꿈이 이루어진다.
내 나이 지천명!
겨울 내 묵었던 대지 기운을 깨우는듯한 바람과 햇살이 참 좋다.
10년전 나를 위로했던 음악들이 이제는 나와 함께 춤을 춘다.
꿈벗 여행 후 준비했던 나의 10년
잔잔하지만 진영이로 살아온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다.
#풍광 하나
2011. 8월 이름을 되찾다
개명이 아니라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잃어버린 이름, 나와 꿈을 잃어버린 아이의 시작으로 여겨지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삶의 나침반 바늘을 이름부터 되돌려 놓고 싶어졌다
엄마는 그냥그냥 살지 뭐 바꾸려 하느냐 하셨지만 이름을 되찾고 그때부터 내 인생이 달라짐을 느끼는건
참 즐거운 일이였다.
이름을 바꾸면서 되돌릴 곳이 한두군데가 아님을 실감하며 삶의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는 이름의 자리에 놀랐다.
주민등록은 물론 병원, 온갖 카드며 통장, 보험, 여권, 그리고 내 싸인까지...
인순이에서 진영으로 다시 되돌아온 나
나이 마흔에 초등학교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
겨드랑이가 자꾸 가려워지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풍광 두울
2012. 1월 히말라야 등반
우연한 기회에 현정이 한테서 히말라야 등반 제안이 왔다.
내가 히말라야를? 와우!!
산에 오르면 힘을 얻고 행복해 하던 나에겐 꿈같은 히말라야 등반이라 서슴없이 응했고
매월 회비를 적립하며 준비해갔었다.
가을에 가자했던 일정이 겨울로 연기되면서 걱정이 잠시 일었지만
그냥 끌리는 것에는 그 무엇도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부터의 설레임, 에베레스트 최고봉에서 구름같이 날리는 눈, 위엄이 느껴지는 산과 산을
직접 내 눈으로 봤을 때의 경이로움은 잊을 수 없다.
각오는 했지만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싶을정도로 쉽지 않은 등반이었고 고산병으로 죽을만큼 힘들었으나
지금은 풍성한 여행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풍광 셋
2012.10월 논문 발표회 날.
단순한 학위를 위한 그렇고 그런 논문이 아닌 가치 있는 논문을 쓰고자 했었다.
암환자들의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survivorship에 대한 나의 논문주제가 알려지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기존 논문이 많지 않아 틀을 잡기가 어려웠고 대상자들을 만나는것 또한 쉽지 않았지만 발표회 날을 생각하니
더없이 행복해 하던 미소가 떠오른다.
1년간 준비한 논문을 차분하게, 그러나 열정을 다해 발표하고 박수가 쏟아졌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강정희 교수님께서 임상적으로 정말 필요한 논문이고 환자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는
코멘트는 잊지 못할 최고의 찬사였다.
#풍광 넷
2012. 12월 춤치료 시연
댄스테라피를 배우면서 내가 더 즐거워 했다.
무용에 대한 미련과 갈증이 해갈되고 나를 여는 이런 치유력에 내가 더 흥분되었던 춤
부인암환자 환우회 모임을 만들고 3번째 연말송년회
오늘은 내가 그동안 배워왔던 춤치료를 처음 같이 해보는 날
그들이 과연 잘 따라 해줄까?
몸이 아직 불편한 사람도 있는데...
음악을 틀고 내가 배운대로 시작을 했다.
나를 풀어놓으라고, 이시간 만큼은 내가 환자라는 생각도 누구의 아내이고 엄마라는 것도 다 잊고 자신만 생각하며 음악에 맡겨 움직여보라고...
처음에 했던 내 걱정은 그야말로 우려였다.
할까 말까 하며 망설이던 그들이 하나둘씩 같이 움직이면서 깊은 열기가 품어져 나왔다.
그들의 얼굴에 생기가 느껴졌고 알지 못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이내 그들의 행복한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내 생애 이런 존재감은 처음이었고 나 또한 기쁨의 눈물이 그냥 주르륵 흘렀다.
참여자들의 반응이 전해지며 병원에서 하는 암환자 교실에 초빙되고 지금의 춤 치료사의 길로 들어서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날이었다.
우연은 운명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2년전 꿈벗에서 우연히 만났던 춤치료사가 인생중반을 멋지게 함께 할 운명이 될 줄이야~
#풍광 다섯
2013. 8월 남편과 함께 여행을 시작
나이 50즈음 퇴직하고 1년간 몰아서 여행을 가려 했지만 마음이 끌리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여행엔 함께 하고 싶었다.
신혼여행이후 둘만의 여행이 거의 없었고 마흔즈음 해서는 한번씩 가자해도 시큰둥하던 남편이 변경연 스위스 여행엔 흔쾌히 그러자 했다.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융프라우요흐에 등산열차를 타고 오르고 좋은사람들과 함께 한 여행은 지금까지도 생생한 행복창고가 되고 있다.
나이 들어가는 부부에게 같은 테마를 갖는건 삶의 활력소가 되고 복된것임을 알게 해준 여행이었고 이후 적어도 2년에 한번은 꼭 여행을 함께 하는 계기가 되었다.
#풍광 여섯
2014. 3월 변경연 연구원
연구원은 몰래 내가 바래온 내 모습중 하나였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어렴풋하게 꿈을 꾸었던 것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되는 순간
푹 튀어나온 운명같은 아이였다.
어쩌면 간호사가 아닌 진영이로서,
경제적 부담을 가지지 않고 치열하게 인생공부 해보는 것,
춤치료사의 길이 그러했듯 내면의 내가 바라던 연구원의 일들은 나를 자꾸자꾸 그쪽으로 이끌어갔다.
지금이 때라는 생각이 들었던 마흔 세 살
20쪽이 넘는 개인사를 쓰고 어렵다고 소문난 레이스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원에 합격했을때
신은 내게 또 다른 운명을 주시는구나 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주저없이 1년동안 안식년 휴직을 내고 전업주부라는 새로운 인생길과 함께 연구원 과정을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인생대학이었지만 최고의 책과 스승, 동료연구원들과 함께 한 인생 가장 큰 자산이 되는 마흔 세 살이었다.
#풍광 일곱
2015. 8월 '여인들의 이야기' 세상에 나오다.
10여년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써왔던 여인들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20년에 걸친 직장생활을 온전하게 모아서 정화수 한그릇으로 응집한 듯한 느낌
책 속 여인들의 삶을 통한 따뜻함, 사랑, 눈물을 함께 하고자 했고 그것을 통한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랬던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모닝페이지로 나를 열고 연구원과정을 통해
거듭난 여인들 이야기!
애인보다도 더 소중하게 책을 만지고 또 만져본다.
너무도 뿌듯하고 예쁘다.
#풍광 여덟
2016. 12월 연말 기타 발표회
막연한 동경으로 배웠던 기타가 5년 넘게 연습해오니 제법 수준급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통한 기타선율에 가슴 아려오기도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했던 기타...
연말 병원 열린 음악회에서 짧게 발표회를 하게 되었다. 전담간호사를 함께 했던 은영이의 플롯과 바이올린 그리고 첼로와 함께 멋진 화음을 이루었고 독주 한곡 을 했을때 조금은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내 기타소리에 모두가 쏙 빨려드는 느낌!
마흔즈음 나를 위로했던 Jesse Cook & Ofra Harmoy의 cancion triste를 내가 연주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풍광 아홉
2020년 2월 병원 마지막 출근 날
병원에서 나이가 다 되었으니 그만 나오라 할 때가 아닌
내가 병원을 퇴직하는 날을 정하고 싶었다.
20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젊음과 열정을 쏟았던 곳
인생을 알게 하고 아름다움과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곳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병원 곳곳이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고 남 다르게 느껴진다.
조촐하게 마련된 간호부의 퇴직기념식
내 프로파일이 간단하게 소개되고 후배들의 노래와 보내는 글 낭독이 있었다.
그간의 일들이 흑백필름의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나의 인사말
“저는 오늘 너무 행복합니다. 간호사로 일해 왔던 이 전북대병원과 시간들이 제게 행복을 깨워주었고 앞으로의 천직을 위해 10년전부터 준비하였던 암치료동행자라는 직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었습니다. 새로운 터전에서 더 아름다운 삶을 꿈꿀 것입니다. 지금 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설레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참 멋진 말이었다.
#풍광 열
2021. 3. 6일 새로운 터전에서 춤치료교실 개소식
어제의 흥분이 아직 남아 있다.
작년에 이사한 이곳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좋다.
아직은 도시의 바람이 이곳엔 약하다.
어머니랑 함께 일구는 텃밭엔 작년가을 고추가 제법 실하게 붉은빛을 내뿜고 고구마 줄기가 힘차게 뻗쳤었다.
내가 꼭 심자했던 감나무잎에 푸른빛이 넘쳐흐른다
작은 돌화단엔 남편의 정성이 가득하다.
암치유 동행자 - 상처와 슬픔으로 날기를 잊어버린 새가 되지 말라.
당신의 상처는 마음을 치유합니다! 그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춤 치료를 시작하게 해준 정명희 교수님, 꿈벗들, 동기연구원.
그리고 누구보다 귀한 구본형 사부님까지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셨다.
구본형샘의 짧은 한마디 “참 좋구나!”
그동안 함께 해왔던 부인종양환우회 회원들과 오랜만에 늦게까지 즐거운 파티를 했다.
춤 치료를 위한 확트인 공간!!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텃밭
오후면 요가를 하고 책을 보는 이곳이 내겐 지상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