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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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선생님의 장편소설 '새' 필사를 끝냈어.
한글자 한글자 원고지에 옮겨 적고,
마지막 글자까지 원고지에 마침표 찍는데 성공!
일년이 걸렸지.
친구들은 와아~ 대단하다 이야기 했어.
그리고 물었어. 어떻게 끝까지 쓰냐?
나는 매번 쓰다 말고 다시 또 처음부터 쓰고 또 멈추고 다시 돌아가 도돌이표.
이렇게 앞에 열페이지 정도만 계속 반복하다가 포기하는데.
그러게. 내가 어떻게 책 한권 필사를 끝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질문 속에 있었어.
하다가 멈춘 일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멈춰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거야.
그게 도저히 끝낼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유일한 방법이지.
완벽주의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
삼일정도 쓰다가 멈춰서면 내 끈기가 이것 밖에 안 된다며 스스로 자책하다가.
다시 같은 일을 시작할 때면 새로운 결심을 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하곤 했어.
3일짜리 짧은 인내심의 흔적이 남는 걸 허락할 수 없었거든.
근데 이제 알았어!
이런 방법으로는 3일짜리 인내심을 가진 내가
100일짜리 끈기를 필요로 하는 일을 도저히 해 낼 방법이 없다는걸.
중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는 이상 나는 절대 끝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건데, 내가 마친 필사의 원고지를 후르륵 보면,
석달 넘게 한 글자도 쓰지 않은 기간도 있어.
어떤 날은 원고지 한장도 채우지 못하고 날짜를 넘기기도 했고.
그치만 끝까지 가 보면 이런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지.
하다 말고 하다 말고 하다 말고.
매일 시작만 몇번씩 반복하다가 포기 하던 나에게 필요 했던 건,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밀어부치는 끈기를 키우는게 아니라.
무슨 일이든 중간부터 다시 시작할 줄 아는 거였어.
나는 이제 다시 은희경 선생님의 소설을 쓰기로 했어.
또 다시 일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어.
나는 이제 도저히 끝낼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끝낼 수 있는 비결을 알았거든.
끝나면 다시 소식 전할께! 안녕~
@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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