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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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대 풍광
[풍광1] 2021년 가을. 오늘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르는 날이다. 나의 가족과 사랑하는 지인들은 길 나섬의 준비에 분주하다. 굳이 순례길을 택한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 나는 지난 10년을 원하는 삶을 위해서 걸어왔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내 나이 이제 쉰둘이 되었다. 살고 싶은 앞으로의 10년이 있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면서 지난 10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장대하고 행복할 10년을 아름답게 그려보고 싶다.
[풍광2] 2020년 가을.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워커힐 W호텔 그레이트룸에 와있다. 사부님을 비롯하여 낯익은 얼굴들이 밝게 웃으며 인사하며 간단한 다과를 들고 있다. 모두들 행복한 얼굴이다. 지난 시간 삶의 무수한 편린들이 행복이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계산될 것만 같은 충만함이 가득하다. 오늘은 나의 열 번째 출판기념회가 있는 날이다. 매년 한 권의 책을 쓴다라는 사부님의 삶을 따라 걸었던 길인데 그 길이 이제 '나는 작가다'라며 외칠 수 있는 세월로 쌓여있다.
[풍광3] 2019년 봄. 오늘은 나의 여덟 번째 책의 원고를 덮는 날이다. 이곳은 레만 호수 근처에 있는 스위스 로잔의 작은 임대가옥이다. 나는 지난 1년간 책을 쓰면서 가족들과 이곳에서 살았다. 아내의 꿈이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살아본 새로운 무대에서의 삶은 우리를 풍요케 했다. 가끔은 삶의 한 대목을 떼내어 이렇게 살기로 했다. 5년 후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로 갈 것이다.
[풍광4] 2017년 여름. 누군가 나의 얼굴의 분장을 돕고 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생경하다. 이곳은 MBC 스튜디오에 마련된 분장실이다. 오늘부터 나는 매주 1회씩 1개월 동안 '풍요로운 삶'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이 주제는 라이프코치인 나에게 숙명으로 주어져 있는 주제이다. 지난 2013년 마스터 라이프코치의 인증을 획득한 이후 5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라이프 코치에 대한 우리 사회적 위치도 많이 변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니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많이 행복해 보인다.
[풍광5] 2016년 봄. 아들 경민이가 제법 의젓해졌다. 10살임에도 어딜 가나 제 몫을 해 내는 아이다. 오늘은 캠핑준비를 하고 있다. 자기 이름을 붙인 '경민이의 캠프하우스'라는 캠핑카에 짐을 옮겨 싣는 아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작년에 나의 네 번째 책은 몸 둘 바 모를 만큼의 사랑을 받았다. 그것으로 우리 가족은 캠핑카를 준비했다. 오랜 숙원이 이루어졌다. 삶이 건조하고 생이 무의미할 때 캠핑은 무한 에너지로 나를 살게 했다. 그때의 기억이 사진의 한 장면처럼 생각난다. 작년에 캠핑카를 구입하면서 이것을 경민이에게 선물했다. 물론 운전을 할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 '가족'이라는 매듭이 더욱 탄탄해진 느낌이다. 그 선물로 아이는 부쩍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다.
[풍광6] 2015년 봄. 오늘은 아내의 마흔두 번째 생일이다. 마흔 번째 생일날 마당이 있는 집을 선물하겠다는 나의 약속이 2년 늦추어졌지만 우리는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을 지어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가족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아내는 눈물을 글썽하며 행복해 한다. 이곳은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이기도 하지만 한 켠에는 나의 사무실이자, 연구실로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집의 뒤편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어 그곳의 산책길을 걷는 것은 잡지의 부록처럼, 생의 보너스처럼 그렇게 덤으로 따라왔다. 감사할 따름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풍광7] 2015년 여름. 경민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결혼한지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오늘은 우리 결혼 10주년 기념일이다. 우리 가족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부부라는 삶에 있어서 지혜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우리는 지난 10년을 이야기하면서 많이 웃을 것이다. 그때 왜 그랬냐며 웃고 이야기하면서 앞으로의 의미 있는 삶을 이야기 할 것이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니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
[풍광 8] 2013년 겨울. 오늘은 나의 마지막 직장이었던 혼다코리아에서 강연이 있는 날이다.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냈고, 많은 글들을 기고하였다. 작년에 시작했던 강연이 지난 주 꿈벗 혜진이 모임에 나가 99번째 강연을 했고, 오늘이 100회를 완성하는 날이다. 지난 시간 무대에서의 떨림과 어설픔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 무대에 섬으로써 모호한 지식과 느낌들이 생생하게 나의 것이 되는 것을 마술처럼 경험했다. 3년 전 회사를 떠날 때 있었던 얼굴들이 대부분이다. 3년간의 시간이 나를 참으로 많이 바꾸어 놨구나 생각한다. 선택하는 인생에 감사의 마음이 깃든다.
[풍광 9] 2012년 가을. 설렌다. 두렵다. 걱정스럽다. 기쁘다. 한가지 사건에 이렇게 복잡한 감정이 들 수 있을까. 문득 경민이를 낳아서 두 손에 들었을 때의 기분이 오버랩된다. 오늘은 나의 첫 책이 세상으로 인사 나오는 날이다. 지난 2년간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는 이것이 내 성공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삶이 이 한대복의 확실한 순간부터 다시 태어남에 의미를 두고 싶다. 나는 다시 살고 싶은 삶이 있다. 이제 그 삶의 출발선을 끊는 나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다.
[풍광 10] 2012년 봄. 연구원 1년 생활이 끝났다. 지난 42년의 시간을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1년 동안 고민하고 배웠다. 사부님이라는 큰 나무에 기대서 웃고 울었던 1년의 시간이었다. 정신 없이 흘러갔던 그 시간을 정리해보는 길에 오른다. '100일간의 외로운 늑대의 여행'. 나는 홀로 100일간의 길에 나선다. 수런거리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오늘부터 나는 내 마음속의 또 하나의 나와 동행할 것이다. 일상을 벗어나 위험하게 사는 생의 즐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