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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8일 10시 57분 등록


내가 여인의 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야기의 시작은 내면의 방황이 절정을 이루고 있던 30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절 우연히 참석하게 된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나는 백발의 노신사를 만났다. 이 백발 노신사와의 만남으로 나의 30대 중반의 방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백발의 노신사는 고려청자의 비색을 최초로 재현해내신 장인이셨다. 원래 법학을 전공하셨지만 젊은 시절

국내 청자도요지 발굴과 청자인양사업에 참여하면서 잃어버린 청자비색을 재현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게 되셨다. 10여년 넘게 지칠 줄 모르는 연구와 실험을 통해 마침내 청자비색을 재현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강진 고려청자사업소가 만들어졌다. 나는 무등도요 청자전시관에서 그분이 만드신 청자의 비색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하늘빛을 꼭 빼닮은 수려하고 고운 색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청자의 고운 선과 비색은 내가 찾고자 했던 잃어버린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분의 작품을 접하면서 더욱 간절하게 나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느꼈고 청자의 비색은 내가 회복해야 할 나의 컬러color가 되었다

 

삼십대 중반 청자의 비색과 더불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노래가 있었다. 자우림 김윤아의 야상곡’, 가스펠

가수 박종호의 나사로야 나오라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Deliver me’이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련,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로 시작하는 뮤직비디오의 영상은 바로 내 이야기였다. 죽어 어두운 무덤 속에 갇혀 있는 나사로에게 나사로야 죽음에서 나오너라!’라고 애타게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은 바로 나를 부르시는 것이었다.

Deliver me, out of my sadness. 인도해주세요 나의 슬픔으로부터

Deliver me, from all of the madness. 인도해주세요 모든 나의 광기로부터

Deliver me, courage to guide me. 인도해주세요 나를 이끌어 줄 용기에게로

Deliver me, strength from inside me. 인도해주세요 내 안의 강인함으로

 

All of my life I've been in hiding. 내 모든 삶속에서 나는 숨어 지내왔습니다.

Wishing there was someone just like you. 당신 같은 분이 계시기를 원했습니다.

Now that you're here, now that I've found you, 이제 여기 계신 당신을 찾았습니다.

I know that you're the one to pull me through. 당신이 나를 이끌어주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세 노래는 나의 간절함이 무엇인지 말해주었다. 나의 간절함은 나를 이끌어줄 누군가를 찾는 것이었다. 이 간절함이 청자비색을 만나게 해주었다. 청자비색은 내가 회복해야 할 모습을 색으로 보여주었다.

 

융은 서른 살 후반까지의 인생은 균형 잡혀 있기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불균형적이라고 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자아의 소중한 측면들이 소홀히 되었거나 억압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년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이전까지 세상의 빛을 만나지 못한 내면의 원형들이 지하에서 으르렁대기 시작한다. 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면의 욕망을 따라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개별화 과정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는 중년의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내 삶에 의문을 던지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기에 들어 선 것이었다. 애벌레의 삶에 의문을 던지고 내 안에 있는 나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비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열망에 나를 맡기고 있었다.

 

3년 정도 청자할아버지와 만남을 가졌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아직도 가끔 꿈에 자신의 비색처럼 밝게 웃으시는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내 마음속에 들어온 청자의 비색은 20089월 청량산 시축제로 나를 이끌어 간다. 제자가 준비가 되면 스승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아무런 연고도 아는 사람도 없는 청량산 계곡에서 나는 드디어

그분을 홀로 만나게 되었다.

 

 

 

IP *.249.254.12

프로필 이미지
2013.08.16 17:45:18 *.153.23.18

3년 정도 창자할아버지와 만나면서 도자기 만드는 걸 배우셨을까나요? @@

뒷글을 읽고 이 글을 읽었는데 연재가 재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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