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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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누군가 내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나는 알지 못한다.
- 아우구스티누스
오늘은 뭘 쓰나? 온종일 머리를 굴렸지만 뾰족한 뭔가는 떠오르지 않았다. 게으름 탓이다. 틈만 나면 뒹굴뒹굴, 달콤한 휴식 뒤의 일상이 그저 피곤하기만 했다. 다시 긴장하고 가방 속 가면을 주섬주섬 뒤집어쓰고 산다는 것이 그랬다. 돈벌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면을 벗고 만나는 가족도 그랬다. 남편도 그랬을까. 서로 조금씩 예민한 시간을 보냈다. 열대야는 핑계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며칠째 이어지는 한여름 밤의 열기를 탓하기엔 그동안 먹어댄 나이가 아깝다.
누군가를 만나고 살짝 소통하고 돌아서 혼자가 되는 시간, 지금껏 해왔던 그 시간이 새삼 낯설었다. 7년 차 학습지 교사인 밥벌이라는 가면 속의 나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갑이 아닌 을의 자리를 기억해야 하고 반복되는 감정노동을 감당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먼 모양이다. 일을 줄이긴 했지만, 강도는 다르지 않다. 스트레스도 압축되는지 모른다. 모든 건 그저 지나갈 것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되뇌며 지금 내 삶의 3분의 1쯤 되는 시간을 보낸다. 나머지는? 나머지 3분의 2, 그중의 반은 카페다.
카페는 활기차다. 휴가 기간이라 한산한 도심과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고 물어물어 찾아오는 사람들과 세미나실 예약문의로 전화기가 바빠졌다. 일손도 늘어났다. 매일 뭔가가 변하고 오히려 변화가 자연스러운 곳이 되었다. 속도를 따라가느라 바쁘다고 할까. 그 속에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만난다. 나름 편해졌다고 여겼던 관계들에서 당황하고 머뭇거린다. 낯선 나의 바닥들이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살아도 또 살아도 이놈의 소통은 숙제다. 더 깨져야 할 모양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라.
내일은 그림 그리는 정화와 함께하는 손글씨 엽서를 보내는 날이다. 7월부터 격주 금요일에 만나고 있다. 놀이처럼 재밌게 뭔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자유롭고 좋다. 발신인은 크리에이티브 살롱 9, 수신인은 카페에 명함을 남긴 분들이다. 주소가 있는 명함이 많지 않아서 순서대로 보내고 있다. 엽서를 받은 이에게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으면 왠지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기분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보너스다. 이제 시작했으니 오래가면 더 좋겠다. 아, 손글씨 엽서가 궁금하신 분들은 카페에 주소를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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