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968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2년 12월 25일 13시 10분 등록
나를 움직인 한 구절, 1999년 3월 23일
아직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근 30 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 파란 바다를 잊을 수 없다. 햇빛은 맑고 밝았다. 절벽에 부셔지는 파도는 눈부셨다. 바람은 그 속을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이미 너무 늙어 청춘을 즐길 수 없게 된 죄수 하나가 뗏목에 누워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얼마나 통쾌한 엿먹어 라였는 지 모른다. 자신을 가두었던 사람들, 자기의 실패를 즐겼던 사람들을 향한 악의 없는 조롱, 나는 그 때 그 늙은 몸 속에서 싱싱한 소년을 느꼈다.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주인공의 외침은 내게 이렇게 입체적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 통쾌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 후 이 영화를 다시 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것을 기억해 낼 수는 없다. 단지 '인생을 낭비한 죄'를 짓고 싶어하지 않았던 한 사람을 뚜렷이 기억할 뿐이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범생처럼 곁눈 팔지 않고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하여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일까 ? 아무런 정신적 방황도 없이 평생 앞만 보고 달려가 사다리의 꼭대기에 가있는 야망을 이룬 거물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허망한 짧은 인생, 실컷 퍼먹고 퍼 마시다 가는 것이 오히려 남는 인생일까?

이제는 알게 되었다.
내가 되어 치열하게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원치 않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지 않을 것이다. 기름 진 저녁 한 상을 벌기 위해 자유로운 시간을 팔지 않을 것이다. 처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내 시간의 일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어 산다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몸 속을 흐르는 피가 되고 골수가 되어 태어난 그대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인생을 낭비한다는 것은 남이 되어 사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가 인정해 주는 기준, 즉 출세하면 그것이 저인 양 거들먹거리며 사는 것이다. 반대로 사회가 알아주지 않으면, 가슴이 떨리고 기가 질려 어쩔 줄 몰라 때로는 우울하게 때로는 난폭하게 살다 가는 것이다.
부를 팔 수밖에 없다면 즐거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나의 삶을 즐길 것이다. 언젠가 그 하루 전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삶은, 온통 자유로운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를 얻기 위한 싸움과 인내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건져 낸 슬픔과 깨달음 그리고 행복인지 모른다. 나는 오직 내가 되어, 60억 인류 속에 서로 같지 않은 하나로 살다 가고 싶다. 그 때 신은 나에게 '자신이 허락한 유일한 인생을 낭비한 죄'를 나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IP *.208.140.138

프로필 이미지
2014.12.01 14:11:39 *.254.118.78

남을 위한 삶,,,이젠,,나를 위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그러기위해 지금 즐거이 새벽2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고자 연습중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6.07.25 11:25:35 *.212.217.154

타인의 삶이 아닌,

나만의 인생을 찾기 위한 투쟁.

쉽지 않겠지만, 이룰수 없는 목표 또한 아니겠지요.

스스로 그 목표를 향할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7.18 09:59:48 *.212.217.154

이 글이 쓰여질 즈음

글을 고민하며 써 내려가는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20여년간 몸 담았던 조직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앞에 선

처 자식을 걱정하는 40대 중년의

무거운 어께를 본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동자 깊이 이글거리는 사자

젊음의 욕망이 꿈틀대는

하나의 꿈을 본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인생을 훌륭하게 사는 법은 아주 많다 [3] 구본형 2007.02.12 9154
102 아프리카로 가자, 순수한 인류의 소년시대로 - 카를 구스타프 융, 생각탐험 26 [7] 구본형 2010.07.07 9175
101 50대 퇴직 후의 인생을 위한 준비 [2] 구본형 2004.03.03 9176
100 자연스러운 마음이 사라지니 예의가 생기고 예의가 사라지니 합리적 사고가 생겼다 [7] 구본형 2008.10.24 9226
99 야생의 사유 속에 감춰둔 인간에 대한 진실 file [8] 구본형 2012.03.19 9230
98 굿바이, 게으름 [10] 구본형 2007.02.12 9231
97 이런 책 이렇게 [2] 구본형 2003.01.30 9252
96 전문가의 뜻을 세우고 절실하게 추구하라 [10] 구본형 2008.10.19 9318
95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 니체, 생각탐험20 [8] [1] 구본형 2010.06.20 9334
94 경험이 무력해진 시대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법-국민일보 [7] 구본형 2002.12.24 9357
93 자기결정의 원칙-동아일보 [2] 구본형 2002.12.25 9369
92 나를 오래도록 미치게 하는 법 [9] 구본형 2010.10.22 9434
91 스물 아홉과 설흔 아홉에 결심해야할 것들 [9] 구본형 2004.11.12 9459
90 실패를 경영하는 법 file [4] 구본형 2009.09.08 9483
89 분노를 다스리는 여덟가지 비계 file [7] 구본형 2012.04.02 9572
88 인문학적 감수성에 대하여-국민일보 [5] [6] 구본형 2002.12.24 9576
87 상사의 분노에 대응하는 법 [8] 구본형 2007.04.12 9576
86 고전에 다가가는 법 - 청소년들에게 주는 독서 조언 file [17] 구본형 2009.11.08 9594
85 꿈꾸는 훈련을 하자 [16] [2] 구본형 2010.11.18 9648
84 프레젠테이션, 처음 2 분에 그들을 사로 잡는 법 [6] [1] 구본형 2010.04.18 9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