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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휴식 그리고 놀이 - 한경시론 7월, 2000년
우리는 놀고 있을 때 재미있어한다. 재미있는 놀이는 우리를 몰입하게 한다. 놀이에는 어떤 의미 기능이 숨어 있다. 즉 현실을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형상화의 과정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평범한 현재의 자신 보다 더 아름답고 장엄하고 더 모험적인 것을 상상하고 있다. 왕자가 되고 영웅이 되기도 하고 마녀나 호랑이가 되기도 한다. 놀이는 삶의 한 문화적 요소이다. 그래서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는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라고 규정한다.
보통 사람들은 먹고 자고 일한다. 특히 부지런한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한다. 심지어 일을 만들어 한다. 비유컨데 한 곳에 쌓아 놓은 흙더미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일이 끝나면 원래의 위치로 다시 옮겨온다. 이들의 특징은 늘 바쁘다는 것이다. 바쁜 사람은 다른 사람도 바쁘게 한다. 이들은 왜 바쁜 지 결코 알려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근면하지만 획일적이고 단조롭다. 이들에게 휴식과 놀이는 소비이고 게으름이다. 집단으로 부터 '요구받은' 일을 하느라고 자신을 돌아 볼 시간도, 자신을 표현할 여유도 없다. 자신을 지금과 다른 더 아름답고 장엄한 존재라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박탈당한 것이다.
한국의 놀이 문화가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이유는 우리의 휴식 시간이 짧다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짧게 끊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TV 시청, 노래방, 그리고 짧은 여행은 향락적인 소비문화 일 수 밖에 없다. 자유시간이 턱없이 짧기 때문에 놀이의 클라이막스는 빨리와야한다. 뜸을 들이고 전희를 즐길 여유가 없다. 짧은 시간에 농축되어야하기 때문에 진해야 되고 그래서 야만적이며 과격한 몸짓이 된다. 짧은 휴가 동안 보아야할 관광지들울 찾아 새벽부터 움직여야한다. 밤늦게 까지 시달리다가 파김치가 되어 숙소로 돌아온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그냥 잘 수는 없다. 서운하다. 그래서 밤늦도록 놀아야하고 마셔야한다. 왜냐하면 다시 일로 복귀해야할 날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휴가가 휴식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가가 길면 효율성이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걷고 생각하고 쉬고 빈둥거리는 것도 좋은 휴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주 35시간 노동이 확정되자 여름철 파리 대탈출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와 짐에 따라 스스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놀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 복잡한 바캉스 대열에 합류할 것인가 ? 느긋해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면 느긋한 사회가 된다. 언제나 손을 뻗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북새통을 이루지 않는다.
바쁘다는 것, 그리하여 빨라질 수밖에 없게되는 것, 이것은 우리가 놀 줄도 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는 쉽게 말해 잘 노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조직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모자라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유한계급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이다. 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고독하지 않다. 인간은 물리적이며 또한 정신적이다. 그리고 이성적 존재 이상의 무엇이다. 놀이는 바로 비이성적 활동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둡고 답답한 현실을 넘어 현실을 잊지 않으면서, 더 커다란 꿈에 닿도록 도와준다. 바쁜 사람은 그러므로 바보이다. 생각하고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휴식과 놀이를 게으름이고 소비라고 느끼지 않을 때, 그리하여 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창조적인 사회에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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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놀고 있을 때 재미있어한다. 재미있는 놀이는 우리를 몰입하게 한다. 놀이에는 어떤 의미 기능이 숨어 있다. 즉 현실을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형상화의 과정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평범한 현재의 자신 보다 더 아름답고 장엄하고 더 모험적인 것을 상상하고 있다. 왕자가 되고 영웅이 되기도 하고 마녀나 호랑이가 되기도 한다. 놀이는 삶의 한 문화적 요소이다. 그래서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는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라고 규정한다.
보통 사람들은 먹고 자고 일한다. 특히 부지런한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한다. 심지어 일을 만들어 한다. 비유컨데 한 곳에 쌓아 놓은 흙더미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일이 끝나면 원래의 위치로 다시 옮겨온다. 이들의 특징은 늘 바쁘다는 것이다. 바쁜 사람은 다른 사람도 바쁘게 한다. 이들은 왜 바쁜 지 결코 알려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근면하지만 획일적이고 단조롭다. 이들에게 휴식과 놀이는 소비이고 게으름이다. 집단으로 부터 '요구받은' 일을 하느라고 자신을 돌아 볼 시간도, 자신을 표현할 여유도 없다. 자신을 지금과 다른 더 아름답고 장엄한 존재라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박탈당한 것이다.
한국의 놀이 문화가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이유는 우리의 휴식 시간이 짧다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짧게 끊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TV 시청, 노래방, 그리고 짧은 여행은 향락적인 소비문화 일 수 밖에 없다. 자유시간이 턱없이 짧기 때문에 놀이의 클라이막스는 빨리와야한다. 뜸을 들이고 전희를 즐길 여유가 없다. 짧은 시간에 농축되어야하기 때문에 진해야 되고 그래서 야만적이며 과격한 몸짓이 된다. 짧은 휴가 동안 보아야할 관광지들울 찾아 새벽부터 움직여야한다. 밤늦게 까지 시달리다가 파김치가 되어 숙소로 돌아온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그냥 잘 수는 없다. 서운하다. 그래서 밤늦도록 놀아야하고 마셔야한다. 왜냐하면 다시 일로 복귀해야할 날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휴가가 휴식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가가 길면 효율성이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걷고 생각하고 쉬고 빈둥거리는 것도 좋은 휴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주 35시간 노동이 확정되자 여름철 파리 대탈출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와 짐에 따라 스스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놀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 복잡한 바캉스 대열에 합류할 것인가 ? 느긋해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면 느긋한 사회가 된다. 언제나 손을 뻗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북새통을 이루지 않는다.
바쁘다는 것, 그리하여 빨라질 수밖에 없게되는 것, 이것은 우리가 놀 줄도 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는 쉽게 말해 잘 노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조직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모자라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유한계급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이다. 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고독하지 않다. 인간은 물리적이며 또한 정신적이다. 그리고 이성적 존재 이상의 무엇이다. 놀이는 바로 비이성적 활동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둡고 답답한 현실을 넘어 현실을 잊지 않으면서, 더 커다란 꿈에 닿도록 도와준다. 바쁜 사람은 그러므로 바보이다. 생각하고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휴식과 놀이를 게으름이고 소비라고 느끼지 않을 때, 그리하여 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창조적인 사회에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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