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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3일 07시 39분 등록

20130812 - 농가월령가 

20140809 - 농가월령가(오탈자가 많아서 본문 부분을 수정함)

농가월령가
12달 24절기 소중한 우리 삶, 우리 세시 풍속 
정학유 글/김영호 엮음 / 꿈이 있는 세상 출판 

글쓴이 : 정학유 

정학유(1786-1855) 
조선 후기의 문인으로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이다. 형 학연과 함게 유배중인 아버지의 학문활동을 도왔으며, 한 해 동안 힘써야 할 농사일과 철마다 알아 두어야 할 세시풍속 및 예의범절 등을 기록한 <농가월령가>를 지었다. 우리말 노래로는 처음으로 농부들이 농업기술 내용을 철마다 음률에 맞추어 흥겹게 노래로 부를 수 있게 하였다. 즉, 농기구관리와 거름의 중요성, 나무 가꾸기, 누에치기, 축산, 벌꿀, 산나물, 약초, 김장, 길쌈 등의 다양한 농사 내용과 세배, 널뛰기, 윷놀이, 달맞이, 더위팔기, 성묘, 천렵 등의 민속적인 행사 등이 광범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월령 : 그 달 그 달 할 일을 적어 놓은 행사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예로부터 내려오는 농사와 세시풍속, 놀이, 행사는 물론 제철 음식과 명절 음식 등 우리의 미풍양속을 월별로 나누어 교훈을 알려주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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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옭겨 적으며>

#1. 자연과 함께하는 삶

농가월령가를 어린이 도서관에 앉아서 모두 베껴적었다. 이 내용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였다.

사람이 때를 알아 그것에 맞춰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한데, 도시의 삶은 그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또 워낙 편리하게 짜여진 삶은 때를 모르고 살아도 그럭저럭 살아갈만한 게 만드어 놓은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때를 모르고 사는 것이 어려움이 되지 않게 하려고 편리하게 만들어 둔 것이, 때를 모르고 살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때와 자신의 일을 맞추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자연의 거대한 흐름 속에 살아가는 자그마한 존재이므로.

 

#2. 노래로서 월령가

이름 뒤에 '가'가 붙은... 이것은 노래이다. 노래로 들었다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노래가 아닌 텍스트로 접하다보니 몇 번은 읽어야 기억할 것 같다. 

 

여러서부터 여러차례 들어온 세시 풍속이지만, 처음 보는 것인양 낯선 것이 많다.

 

#3. 날짜에 따른 계절변화 - 기상청 근무에서

기상청에 근무하면서 음력날짜, 양력날짜를 꼬박꼬박 챙기는 버릇이 들었다. 때와 현상을 같이 기록하는 일 때문이었다. 

이 농가월령가에는 자연의 변화에 맞춘 사람의 할 일이 나와있다. 기상청에는 계절관측이란 것을 한다. 딱 그시기쯤에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읽다보니 예전에 근무하던 것이 자꾸 생각났다.

 

#4. 월령가에 드러난 세시풍속의 잡다함과 빈약함

농가월령가 전편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뭔가가 더 있을 것 같다. 

달별로 길이가 들쭉 날쭉이다. 원래부터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중학교때 배웠던 가사시간에 여성이 때에 맞춰 집안에서 하는 일이 아주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에 대비해서 외울 것이 많았다. 그런 것들이 이 농가월령가에 들어있지 않았을까 한다. 

여기에 장담그기나 김장하기가 나오나? 그것외에 떡해서 먹는 날, 화전 먹는 것 등 하는 일이 너무 많았던 것 같은데, 여기에는 별로 없어 보인다. 

 

 #5. 이 시대에 월령가를 새로 짓는다면?

지금 무척 덥다. 피서철 이야기가 들어가겠지. 그것 외에 연말정산, 기획서 작성, 상반기 보고서 제출, 아이 어린이집 등록, 아이 봄소풍 보내기, 재롱잔치 참여? 

현대의 도시의 월령 또한 번잡한 것이겠지만 거기에는 자연에 맞춘 월영이 아닌, 오직 일에 맞춘 월령이다. 여기에는 여유가 없어 보인다. 4인가족 도시남녀 월령가는 조선 후기의 월령가보다는 처절할 것 같다. 만일 내가 쓴다면 그럴 것 같다. 내 친구중에 유머가 넘치는 녀석이 쓴다면 좀 더 재미나게 쓰려나?


입추가 몇 일 지났지만 불볕더위는 계속되고 있다. 열대야도 계속이다. 현대의 월령가에는 지구온난화 이야기도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여름이 늘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면서 혹독하고 봄가을은 게눈보다 빨리 사라지는, 미쳐서 제멋대로인 듯 보이는 자연의 아픔도 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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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령 
하늘과 땅이 처음 생기니 해와 달과 별이 빛이 난다. 
해와 달은 때맞추어 돌고 별들은 제 길이 있어, 
일 년 삼백육심오 일에 제자리로 돌아오니, 
동지, 하지, 춘분, 추분은 해가 도는 길로 알 수 있고, 
상현, 하현, 보름, 그믐, 초하루는 달 모양으로 알 수 있다. 
땅의 동서남북 곳에 따라 다르기에, 
북극성을 기준하여 멀고 가까움을 마련하니, 
이십사절기를 열두 달에 나눠놓아, 
한 달에 두 절기가 보름 사이로 되는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고가서 자연히 한 개 이루니, 
요순같이 착한 임금 역법을 처음 만드셔서, 
자연현상 밝혀내어 온 백성을 맡기시니, 
하우씨 오백 년은 음력 정월로 새해 삼고, 
주나라 팔백 년은 음력 11월로 새해를 삼으니, 
지금 쓰는 역법은 하나라와 한 법이라 
따뜻하고 덮고 서늘하고 추운 기후 차례 사계절에 딱 맞으니, 
공자도 옳게 여겨 하나라 역업 행하셨다. 

봄 
정월령(1월령) 
입춘 : 양력 2월 4일경 - 봄의 시작 
우수 : 양력 2월 19일경 - 눈이 녹아 비나 물이 된다. 날씨가 풀려 풀과 나무들이 싹드는 시기 

봄. 
정월령(1월령) : 양력 2월 4일 ~ 3월 5일경까지 

정월은 이른 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 얼음과 눈은 남았으나 
평야와 너른 들판에 경치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와! 우리 임금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니, 
가절하게 농사에 힘쓰라는 말씀을 온 나라에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모른다 해도, 
네 몸 이익 손해를 생각하여 임금 뜻 어길소냐. 
논과 밭을 똑같이 힘껏 농사지으리라. 
일 년의 풍년 흉년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 면하리리, 
서로서로 격려하여 게으름 피지 마라. 

일 년 농사 봄에 달렸으니 모든 일 미리 하라. 
봄에 만일 때 놓치면 추수 때 낭패되네. 
농기구를 정비하고 일하는 소를 살펴 먹여, 
재거름 썩혀 놓고 한쪽으로 실어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 작년보다 힘써 하라. 
늙은이 기운없어 힘든 일은 못하여도, 
낮에는 이엉 엮고 밤에는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 이으면 큰 근심 덜리로다. 


과실나무 보굿 갂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 
새해 첫날 새벽에 시험 삼아 하여 보소. 
며느리는 잊지 말고 좋은 술을 걸러라. 
봄에 온갗 꽃이 피어날 때 꽃밭에서 취해보자. 
정월 보름달 보고 가뭄 장마 안다 하니, 
늙은 농부 경험이라. 대강은 짐작하나니. 

새해에 새배함은 인정 많은 풍속이라. 
새 옷 차려 입고 친척 이웃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이들까지 삼삼오로 다닐 적에, 
와삭버석 울긋불긋 빛깔이 화려하다. 
사내아이 연 뛰우고 여자아이 널뛰기요, 
윷놀아 내기하기 소년의 놀이로다. 


사당에 새해하니 떡국에 술 과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의 싹에 곁들이면, 
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가 부러우랴. 
보름날 먹는 약밥 신라 때 내려온 풍속이라, 
묵은 산나물 삶아 내니 고기 맛에 바꿀소냐.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히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팔기, 달맞이 횃불 켜기. 
내려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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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령 
경칩 : 양력 3월 6일경 - 겨울 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 나온다. 
춘분 : 양력 3월 21일경 - 어디서나 봄기운 가득 

2월령 : 양력 3월 6일경 ~ 4월 4일경까지 
이월은 한창 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는 풍년 흉년을 안다 하며, 
스무날 맑고 흐림으로 풍년 흉년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싹이 움트기 시작한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산비둘기 소리나니 버드나무 빛이 새로워라. 

보습 챙기 차려 놓고 논과 밭을 갈리라. 
기름진 밭 갈아서 봄보리를 많이 심고, 
목화밭 다시 갈아 적당한 때를 기다리소.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빠를수록 좋으리라. 
집터 주변에 나무 다듬으니 이익도 되는구나. 
첫째는 과일나무요, 둘째는 뽕나무라, 
뿌리를 상하지 않게 비 오는 날 심으리라. 

소나무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담장도 고쳐 쌓고 개천도 쳐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말끔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려니. 
여섯 가축 못 기르지만 소 말 닭 개 기르리라. 
새암탉 두세 마리 알 품어 깨어 보자. 
산나물은 아직 어리니 들나물 깨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우나니,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맞추어 캐어 두소. 
시골집에 넉넉지 못하니 갑진 약 쓰겠느냐. 

음력 2월 1일 -머슴날 
영등제 - 음력 2월 1일 ~20일 사이. 바람 올리는 날 
무신일 : 음력 2월 9일, 귀신 없는 날. 

3월령. 
청명 : 양력 4월 5일경 -만물이 맑고 깨끗하게 자란다.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한식날. 
곡우 : 양력 4월 20일경 - 비가 내리고 못자리를 만드는 때. 나무에 가장 물이 많이 오르는 때. 

3월령 : 양력 4월 5일 경 - 5월 5일경까지 
삼월은 늦은 봄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온갖 꽃은 활짝피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앞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스럽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조상님께 감사함을 술 과일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재질이 첫째로다. 

점심밥 잘 준비하여 때맞추어 배 불리소. 
일꾼의 집안 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그 나머지 삶이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낼 때 어린아니 보호하듯, 
곡식 중에 논농사는 엄벙덤벙 못하리라. 

개울가 바에 기장과 조를 심고 산밭에 콩과 팥이로다. 
들깨모종 일찍 뿌리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다른 품종으로 바꾸시오. 
보리밭 갈아 놓고 모내기를 할 논을 다시 갈아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채소농사 아니할까. 
울타리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을 심고, 
담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덩굴 올리세. 
무 배추 아욱 상추 고추 가지 파 마늘을, 
하나하나 나누어서 빈 땅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울타리 쳐서 둘러막아, 
닭 개를 막아주면 자연히 잘 자라리, 
오이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시골집 여름 반찬 이만한 것 또 있는가. 
뽕나무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었구나. 
어와 부녀들아, 누에치기에 온 힘 쏟소. 
누에치는 방을 깨끗이 하고 모든 도구 준비하니, 
바구니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냄새를 없이 하소. 

한식 앞뒤 삼사 일에 과일나무에 접하나니, 
여러 살구 복숭아며 여러 배와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느니. 
청다래 정을매화는 나무 밑동에 접을 붙여, 
농사를 마친 뒤에 화분에 올려두고, 
추운 겨울 눈 오는 날에 봄빛을 홀로 보니, 
실용적은 아니지만 고상한 취미로다. 
집에서의 중요 하나 일 장 담그는 일이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으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있게 담그시오. 
앞산에 비가 개니 살찐 나물 캐오리라. 
삼주 두룹 고사리며 고비 도라지 개나리를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서 먹세. 
떨어진 꽃을 쓸고 앉아 병술을 즐길 때에, 
아내가 준비한 좋은 안주 이뿐인가 하노라. 

4월령 : 양력 5월 6일경 - 6월 5일경까지 
사월이라 초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가 화창하다. 
떡갈나무 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노래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농사도 한창이구나. 
남녀노소 일에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사립문을 나무그늘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하소 길쌈의 근본이라. 
수수 돔부 녹두 참깨 심어놓고 간작을 적게 하소. 
갈대 꺾어 거름할 때 풀 베어 섞어 하소. 
물을 댄 논에 써래질하여 이른모를 심어 보세. 
양식이 모자라니 환곡타서 보태리라. 

한 잠을 자고 일어난 누에 하루도 열 두 밥을, 
밤낮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뽕 따는 아이들아 나중에 딸 생각해서, 
묵은 가지 따버리고 햇잎은 잘 고라서 따소.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뭄 없을 소냐. 
이때를 놓치지 말고 내 할 일 생각하소. 
도랑 쳐 물길 내고 새는 지붕 손질하여, 
장마를 대비하면 뒷근심 더 없나니, 
봄에 짠 무명을 이때에 표백하고, 
베 모시 형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모든 벌이 한 마음으로 왕벌을 받으나니,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 도리 깨닫도다. 

석가탄일에 등 다는 일 산촌에서 꼭 내걸지는 않으나, 
느티떡 콩찌니는 계절에 맞는 별미로다. 
앞 냇가에 물이 줄어드니 천렴을 하여 보세. 
해 길고 바람 잔잔하니 오늘 놀기 좋겠구나. 
맑은 시내 모래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늦게 핀 수단화는 봄빛이 남았구나. 
그물을 둘러치고 싱싱한 큰 물고기 잡아내어, 
너럭바위에 솥을 걸고 부글부글 끓여 내니, 
팔진미 오후청을 이 맛과 바꿀소냐. 

5월령 : 양력 6월 6일경 - 7월 6일경까지 
오월이라 한여름 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쪽 바람이 때맞추어 보리 추수를 재촉하니, 
보리밭 누런빛이 밤사이에 나겠구나. 
문 앞에 터를 닦고 보리타작 하오리다. 
드는 낫으로 보리 베어 한 단 두 단 헤쳐 놓고, 
도리깨 들고 마주 서서 흥겨워 두드리니, 
가난하여 없던 집안 갑자기 일어난다. 

 

쌀독에 남는 곡식 거의 남지 남았는데, 
중간에 이 곡식이 양식되어 주겠구나. 
이 곡식이 없었다면 여름 농사 어찌할꼬. 
하늘의 뜻을 생각하니 은혜도 끝이 없다. 
목동은 놀지 말고 일하는 소를 보살펴라. 
뜨물에 꼴 먹이고 이슬 풀 자주 뜯겨, 
그루갈이 모심기 할 때 소의 힘을 빌리리라. 
보릿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장마나무 준비하여 걱정거리 없게 하소. 
누에치기 마칠 때에 나새들의 힘을 빌려, 
누에섶도 하려니와 곷나무 장만하소. 
누에고치 따오리라 맑은 날을 택하여서, 
발 위에 엷게 널고 햇볕에 말리우니, 
살꼬치 무리고치 누른 고치 흰 고치를 색색이 나누어서, 
일부는 종자로 두고 그 나머진 실을 뽑으리라. 
자애를 차려 두고 황채를 올려 내니 흰눈 같은 실오라기. 
사랑스런 자애소리 거문고 비파소리를 고르는 듯, 
여자들이 공을 들여 이 재미 보는 구나. 


오월오일 단오날에 풍경이 산뜻하다. 
오이밭에서 처음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반짝인다. 
목 잠긴 작은 닭이 연습 삼아 자주 운다. 
시골에 아녀자들아 그네는 못 뛰어도, 
청홍 치마 창포 비녀 좋은 시절 허송마라. 
노는 틈에 하올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하느님이 인자하시어 뭉게뭉게 구름이 이니, 
때맞추어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후에 
밤 되어 오는 소리 주룩주룩 내리는구나.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준비할 때, 
뒷 논은 뉘가 심고 앞 밭은 누가 갈꼬.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 뽑는 일 자네하고 써래질은 내가 함세. 

들깨 모종 담배 모종은 사내 아이가 맡아서 하고 
가지 모종 고추 모종은 여자아이가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숭아는 너무 즐겨 하지 마라. 
애기 엄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 냉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리되 넉넉히 준비하소. 
새참 때 문을 나서니 개울에 물 넘는다. 
농부가 답을 하니 격양가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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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앙가 
중국 요임금때 한 농부가 태평세월을 노래 핬다고 함. 
'해뜨면 나와 일하고, 해지면 들어가 쉬고, 
우물 파서 물마시고, 농사지어 밥 먹으니, 
임금의 권력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 격앙가

작년 겨울에 선거철이었던가 보다. 도윤이가 격앙가를 칼럼에 쓰면서 예전에는 임금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만큼 태평하게 살았다하나 지금은 임금이 누구인지 알고 살아야 한다고 했던가..... 임금의 권력이 백성의 잘사는 일에 두루 미치면 백성은 임금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도 되는데, 현재는 누군인지 모르고 살면 살기 정말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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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령 : 양력 7월 7일경 - 8뤌 7일경까지 
소서 대서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 비가 자주 오고 더위도 극시하다. 
풀과 나무가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땅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난다. 
봄보리 밑 귀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심어 놓아, 
땅 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밭을 번갈아 서너 차례 김을 맬 때, 
그 중에 면화 밭은 사람 힘이 더 드나니. 
틈틈히 나물 밭도 김을 매고 잘 가꾸소. 
집 울타리 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이 막혀 맥 빠질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는 순서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후에, 
시원한 바람에 배부르고 취하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청태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이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래겠느냐. 
해진 뒤 돌아올 때 노래 끝에 웃음이라.

 
자욱한 저녁 연기는 산촌에 잠겨있고, 
달빛은 흐릿하게 발길을 비추도다. 
늙은이 하는 일도 없다고야 하겠는가. 
아침 일찍 오이 따기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에서 누역 만들기 창문 앞에서 줄 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피고, 
북쪽 창문 바람에 잠이 드니 걱정 없는 백성이라. 
잠 깨어 바라보니 소나기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해지기를 재촉한다. 
할머니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 하여도, 
묵은 솜 틀고 앉아 알뜰히 필어내니, 
잠아 때의 소일이요, 낮잠 자기 잊었도다.

 *누역 = 도롱이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사당에 먼저 올리고 한때 음식 즐겨 보세. 
부녀자들은 헤프지 마라 밀기울을 한데 모아, 
누룩을 만들어라 유두 누룩 알아준다.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로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이 먹어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마소.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비 오면 덮어두고 독 뚜껑을 깨끗이 하소. 
이웃 마을 힘을 모아 삼 구덩이 파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푹 쪄서 벗기리라. 
고운 삼은 길쌈하고 굵은 삼은 밧줄 꼬소, 
농가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 
산 밭 메밀 먼저 갈고 냇가 밭은 나중에 가소. 

유두: 음력 6월 15일 
동류수두목욕 

가을 
입추 : 양력 8월 8일경 
처서 : 양력 8월 23일 경 
백로 : 양력 9월 8일 경 
추분 : 양력 9월 23일 경 
한로 : 양력 10월 8일경 
상강 : 양력 10월 23일 경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곡식이 천석 감한다. 

7월령 : 양력 8월 8일경 ~ 9월 7일경까지 
칠월이라 초가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쪽으로 가고 혜성은 하늘 가운데라. 
늦더위 있다 한들 계절을 속일소냐. 
비가 와도 빨리 개고 바람도 다르구나. 
가지 위의 저 매미는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막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고, 
칠석에 견우 직녀 이별 눈물 비가 되어,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때, 
눈썹 같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에 걸리도다.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다해가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어가나.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낫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거름풀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자체논에 새 쫓기와 오도 밭에 허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쌓인 흙도 쳐올리소. 
기름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깊게 갈아, 
김장할 무우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울타리로 진작 막아 잃어버림 없게 하소. 
부녀자들도 헤아림 있어 앞일을 생각하고,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들을 위함이라. 
저 소리 깨쳐 듣고 마음을 다스리소. 

장마를 겪었으니 잡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바람 쐬고 옷가지도 말리시오. 
명주 조각 어서 모아 춥기 전에 짜아 내고, 
늙은신 어른 기운 빠지니 환절기를 조심하여, 
가을기운 가까우니 의복을 유의하소. 
빨래하여 표백하고 풀 먹여 다듬을 때, 
달빛 아래 다음이소리 소리마다 바쁜 마음, 
아녀자들 바쁜 것이 한편으로 재미로다. 
채소 과일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 호박 썰어 말리고 오이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보소 귀한 반찬 아니 될까. 
목화밭 자주 살펴 올다래 피었는가.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도 달렸느니. 

==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을 늘인다. 

8월령 : 양력 9월 8일 경 - 10월 7일경까지 
팔월이라 한가을 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칠성 자루 돌아 서쪽 하늘 가리키니, 
선선한 아침 자녁 가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 사이에 들리누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온갖 곡식 열매 맺고 결실을 재촉하니, 
들에 나가 돌아보니 힘들인 보람 나타난다. 
온갖 곡식 이삯 패고 무르익어 고개 숙여, 
서쪽 바람에 익는 빛은 누런 구름처럼 일어난다. 
흰눈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송이,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 볕에 맑고 밝다. 

안팎 마당 딲아 놓고 발채 망태기 장만하소. 
면화 따는 바구니에 수수이삭 콩가지요. 
나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 산과일이로다. 
뒷동안 밤 대추는 아이들 차지구나. 
아람 모아 말리어라 때가 되면 쓰게 하소. 
명주를 끊어 내어 가을 햇볕에 말리우고, 
알록달록 물들이니 울긋불긋 색색이라. 
부모님 나이 드시니 수의를 지어 놓고, 
나머지는 마련 놓아 자녀의 혼수하세. 

*발채 : 지게 위에 올리는 부채꼴 모양의 나무로 엮은 채반 비슷한 그릇, 발채를 올린 지게를 '바지게'라고 한다.

   
집 위의 단단한 박은 쓸만한 그릇이라. 
댑싸리 비를 매어 타작할 때 쓰오리라. 
참깨 들깨 거둔 뒤에 일찍 여문 벼 타작하고, 
담배 녹두 아쉬워도 팔아다가 돈 마련하고,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 젓조기 사다 추석 명절 쇠어 보세. 
햅쌀로 만든 술과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성묘하고 이웃집과 나눠 먹세. 
며느리 휴가 받아 친정집 찾아 뵐 때, 
개 잡아 삶아 내고 떡 상자와 술병이라. 
초록 장옷에 남빛 치마 차려 입고 다시 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 되었느냐. 
추석 날 밝은 달에 마음 놓고 놀고 오소. 
올해 할 일 못 다 하여 내년 계획 짜오리라. 
덩굴풀 베어 내고 더운갈이하여 밀 보리를 심어 보세. 
충분히 안 익어도 급한 대로 걷어 가소. 
사람 일만 그러할까 자연현상도 이러하니, 
잠시도 쉴 틈 없이 마치면 시작이니. 

==
9월 
한로: 양력 10월 8일경 
이 시기에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는 풍습이 있다. 

9월령 : 양력 10월 8일경 - 11월 6일경까지 

구월이라 늦가을 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는가. 
푸른 하늘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온 산에 단풍은 붉은 물감으로 물들이고, 
울타리 밑 노란 국화는 가을 빛깔을 자랑한다. 
9월 9일은 좋은 날이라 꽃부침개로 제사 올리세. 
계절을 따라가며 조상 은혜 잊지 마소. 
경치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습한 논은 베어 깔고 마른 논은 곧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 탯돌 : 개상질할 때, 타작할 때 쓰는 돌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 콩 팥 더미, 
벼 타작 마친 뒤에 틈나거든 두르리세.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이삭으로 먼저 잘라 내년 종자로 따로 두소. 
젊은이는 메어치고 여자들은 낫질이라. 
아이는 소 몰리고, 늙은이는 섬 싸매기. 
이웃집과 힘을 합쳐 제 일 하듯 하는 것이 
낱알 줍기 짙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한쪽에서 면화 트니 씨아 소리 요란하다. 
틀 차려 기름짜기 이웃끼리 힘 모으세. 
등불 기름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쌉을 마련할 때 
찬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하오리라 닭고기 막걸리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게 훌륭하게 차려 놓고 
배춧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 가마솥에 앉힌 밥이 태반이나 부족하다. 
한가을 흔할 때에 나그네도 대접하나니, 
한 동네 이웃하여 같은 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아무리 일 많으나 일하는 소 보살펴라. 
여물 잘 먹여 살을 지워 제 공을 갚을지라. 


10월령 : 양력 11월 7일경 - 12월 6일경까지 
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 했구나.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작은 독이요 그보다 작은 항아리라. 
양지에 헛간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무우 아름 한 말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흙 바르기, 
창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워 땔나무로 쌓아두소. 
우리집 부녀자들아 겨울옷 지었으냐.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발라 떡을 하고 메밀 빻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푸짐하다. 

들 마당에 천막 치고 동네 사람 모여 자리 깔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 하소. 
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흥겨워라. 
북치고 피리 부니 여민락이 제법이라. 
이 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술 취하고, 
최권농 강약정은 꼭두각시 춤을 춘다. 
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위에 앉아,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 덕인고. 
하늘 은혜도 그지 없고 나라 은혜도 끝이 없다.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면하도다. 

 

약은 못하여도 마을 규약 없을소냐. 

효제충신 기본으로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하며 길러 내어 결혼을 하게 되면, 
자기들만 생각하고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쇠약해지면 바라는 것이 젊음이니, 
옷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드려, 
행여나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섭섭하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삐죽거리며 대답 말고 부드럽게 대답하소. 
시집온 아내는 남편의 행동 보아,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나누지 않고 한데 합쳐 네 것 내 것 따지지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의견 달라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라서 하리. 
목막짐에 먼저 할 일 공손함이 제일이라. 
내 부모 공경할 때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하는 것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지켜야 할 도리 높고 낮음이 분명하다. 
내 할 도리 다하게 되면 죄 되는 일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 되어 그 은혜로 살아가니 
하찮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갚아야 될 곡식 부역 그 무엇이 많다 할꼬. 
기일 전에 갚는 것이 도리에 마땅하다. 
하물며 토지세는 토지로 등급 나누니, 
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면재해 주니, 
이런 일 자세히 알면 세금 내가 거부할까. 
 

한 동네 여러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서로 믿지 아니하면 어떻게 화목할꼬. 
혼인 때 서로 돕고 장례와 병든 사람 보살피며, 
수재 화재 구원하고 가난한 사람 꾸어 주어, 
나보다 넉넉한 사람 욕심내어 따지지 말고, 
그중에 환과고독 특별히 보살피소. 
제 각각 정해진 복 억지로 못 바꾸니 
자네들 생각해 보고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다 보면 딴 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 
우연히 잘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네들 조심하여 잘못을 짓지 마소. 
*환과고독 :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고독한 사람을 일컫는 말. 홀아비, 과부, 자식없이 늙어서 홀로된 사람, 고아 등 (鰥 : 홀아비 환, 寡 : 적을 과, 孤 : 외로울 고, 獨 : 홀로 독)


11월령 : 양력 12월7일 경 - 1월 5일경까지 

십일월은 한겨울 되니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내리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던고. 
몇 섬은 환곡 갚고 몇 섬은 세금 내고, 
얼마는 제사쌀이요 얼마는 씨앗이며, 
소작료도 헤아려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꾼 돈과 봄에 꾼 벼를 낱낱이 갚고 나니, 
많은 듯하던 것이 남은 것이 거의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양식이나 아끼리라. 
콩기름 우거지로 조석반죽 다행이다. 
부녀자들아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좋은 날이라 해가 질어지는구나. 
특별히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이 길어 지루하다. 
공채 사채 다 갚으니 빚 독촉 아니 온다. 
사립문 닫았으니 초가집이 한가하다. 
짧은 해에 아침 저녁 저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배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뽑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재잘거리니 집안이 재미있구나. 
늙은이 일 없으니 돗자리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짚 넣어 만든 두엄 자주 쳐야 모이나니. 

==
12월령 
대한이 소한이 잡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의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12월령 : 양력 1월 6일경 - 2월 4일경까지 

십이월은 늦겨울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눈 덮힌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로다.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남았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색을 들여 내니, 
빨강 보라 연노랑에 파랑 초록 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면 한편으로 지어 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설날 고기 계를 믿고 북어는 장에 가서, 
납평일에 덫을 놓아 잡은 꿩 몇 마리인고.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밤이라. 
술독에 술들이니 돌 틈에 샘물소리 같고, 
앞뒷집 떡 치는 소리는 여기도 나고 저기도 나네. 
새 등잔 세발 심지 밤새도록 불 켜둘 때에, 
위 아랫방 부엌까지 곳곳이 떠들썩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 
 

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일 년 내내 고생하지만 그 가운데 즐거움 있네. 
위로는 나라 받들고 사적으로 부모 봉양, 
형제 처자 혼인 장례 먹고 입고 쓰는 것이 
농사짖지 아니하면 돈 감당을 어찌할꼬.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배를 부려 직업삼고 말은 부려 장사하기, 
전당잡고 돈 꿔주기 장날에 이자 놓기, 
술장사 떡장사며 주막 차려 가게 보기, 
한 때는 잘사는 듯하나 한 번을 실수하면, 
거지 빚쟁이 되어 살던 곳 흔적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자기 몸에 달렸으니, 
절기도 해마다 조금씩 다르고 농사도 풍흉있어, 
홍수 가뭄 태풍 우박 없기야 하랴마는, 
극진히 힘을 들여 온 가족이 한마음 되면, 
마무리 흉년이라도 굶어 죽지 않으리니, 
내 고향 내가 지키어 떠날 뜻 두지 마소. 
하늘이 너그러워 화내는 것도 잠시로다. 
자네도 헤아려보아 십 년을 내다보면, 
칠년은 풍년이고 삼년은 흉년이라, 
쓸데 없는 생각 말고 농업에 마음 쏟으소. 
하소정 빈풍시를 성인이 지었는데, 
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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