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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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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5일 08시 38분 등록

몇 년째 제주에 살고 있는 후배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장마와 무더위를 잘 건넜느냐 묻더니, 제주는 두 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았다며 극심한 가뭄을 염려합니다. 갑상선에 찾아온 이상을 수술로 치료하고 매일 약을 통해 호르몬을 조절하며 살고 있는 울산의 벗은 그곳의 기온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체온보다 높은 기온 때문에 몇 주째 몸이 쳐져서 무력감이 극에 달했다고 합니다. 매달 기고중인 잡지사의 기자는 다음 달 원고를 청탁하면서 나와 여우숲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숲의 여름은 견딜만할 것 같다고, 부럽다고...

 

그렇지요. 하지만 이번 여름은 아닙니다. 이곳도 한 열흘 동안 정말 무더웠습니다. 산중 흙집 오두막에 살면서 선풍기를 켜놓고 밤잠을 청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이곳에 살면서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 괜스레 산사태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두 해째입니다. 이렇듯 도처가 이상기후입니다. 경향 각지,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습니다. 벌써 몇 년째 나는 지구가 보여주는 이 이상기후를 염려하는 편지를 이따금 그대에게 보낸 적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점점 더 더워지고 겨울이면 점점 더 추워지는 이 현상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러브록 선생이 가이아라고 불러 인류에게 각성을 요청한 바로 그 어머니 지구가 통증을 호소하는 증거라고, 이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적어 보낸 편지였습니다.

 

어제는 우리나라 남쪽 바다의 해수온도가 30도를 넘으며 적도의 해수온도 정도까지 올라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날마다 전력난이 비상사태 직전까지 다다랐다가 겨우 위기를 넘겼다는 뉴스가 보도된 지도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암담한 것은 이런 모습이 출구 근처에서 만나는 현상이 아니라 입구에서 만나는 현상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더위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야.”라는 노인의 증언은 이렇게 확장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이런 추위는... 이런 눈은... 이렇게 긴 장마는... 이렇게 세찬 폭우는, 바람은...’ 모두 처음이야.”라고 증언될 가능성이 이제 겨우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암담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기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동물과 식물, 미생물상에도 당연히 변화가 뒤따를 것입니다.

 

솔직히 나는 이 인류 최대의 위기에 출구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과 물질을 기계적 관점으로 이해해온 접근법을 서둘러 폐기하지 않는다면 출구는 없을 것입니다. 지구에 숲이 등장한 이후 대기 속에서 단 한 차례도 최대 0.028%의 농도를 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가 지난 해 0.0405%를 넘었습니다. 북극 빙하가 1979년 대비 50%까지 줄었다는 뉴스가 지난주에 보도되었습니다. 많은 기후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지구평균온도가 2도 상승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이상기후현상 정도를 그리워할 만큼 혼란이 찾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4도 쯤 상승하면 영화 <설국열차>의 설정이 더 실감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먹는 밥 한 끼가 태양빛에서 비롯되고 나무와 풀과 이끼와 바위와 바람과 구름과 미생물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존재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것을 인류와 문명이 지금처럼 헤아리지도 느끼지도 못한다면 출구를 찾기가 너무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무절제하게 먹고 자고 싸고 타고 쓰고 버리는 행동 하나하나가 가이아를 아프게 하고, 그것이 다시 나와 다음 세대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인간이 알아챌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의 생태적 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행인 것은 입추가 지나자마자 이 숲에는 선선한 밤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절기가 살아있다는 것은 희망입니다. 아직은 가이아의 자지조절 능력이 살아 있다는 것일 테니까요.

IP *.20.2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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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6 05:02:50 *.33.184.33
너무 더워 푹 잘수 없어서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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