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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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자신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이다. 삶의 이야기에는 주제가 있다. 중년의 대표적 주제는 ‘전환’이다. 직업을 바꾸거나, 집을 바꾸거나, 차를 바꾸거나, 스타일을 바꾸거나, 취미가 바뀌거나 뭔가 바꾸는 시기다. 흰머리가 나오고 배가 나오고 이마가 넓어지는 것 같은 변화도 중년이 맞는 변화이지만 이런 변화는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전환은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다. 이러한 전환은 변화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만남을 요구한다. 전환을 위해선 새로운 관계가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이다.
나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사부님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읽으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2003년 이 책을 통해 사부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후 사부님의 책을 몇 권 더 읽어가면서 사부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가끔 변화경영연구소 홈피에도 가보았다. 하지만 홈피에선 사부님을 만날 기회를 찾지 못했다. 일상의 수레바퀴 안에서 별다른 생각 없이 시간은 계속 흘러갔지만 ‘나 언젠가 반드시 그분을 만나리라’는 생각은 이미 무의식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2008년 9월, 우연히 변경연 홈피에 들어갔는데 경상북도 청량산에서 시축제가 있다는 공지를 보았다. 내용을 읽어보니 사부님도 오신다는 것이었다. 참가신청기간이 며칠 지났지만 나는 참가신청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나는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시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데 지금도 접수가 가능하나요?”라고 물었다. “네, 가능합니다. 어디에 사시는지요?”라는 친절한 목소리에 안심이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친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춘희였다. 며칠 뒤 나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불편함과 간절히 그리던 사부님을 만난다는 설레임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에 도착한 후,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을 차례로 구경한 후 청량산으로 이동했다. 안동을 구경하는 동안은 먼발치에서 사부님을 뵈었다. 청량산에서 저녁을 먹은 후 시축제가 시작되었다. 누군가 기타를 들고 나와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멋지게 불렀고 각자 준비해온 시들을 낭독했다. ‘껍데기는 가라’는 시를 처음 그곳에서 들으면서는 정신이 아찔했다. 나중에 자연스레 알게 되었지만 멋진 가수는 병곤이었고 우렁차게 시를 낭독한 여인은 써니 누님이었다. 계속해서 많은 노래와 시가 흘러나왔고 축제가 절정에 달할 무렵 사부님께서 산신령 복장으로 나타나셨다. 나는 약간 어리둥절했고 이런 분위기에 쉽사리 적응이 안 되었다. 이후 캠프파이어가 있었고 사람들은 밤새도록 노래를 불렀다. 모든 것이 어색했던 나는 좀 일찍 숙소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방을 정리하고 이불을 깔아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한 참 지난 후 누군가 잠자리에 들어왔다. 그곳에선 두 사람이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했다. 누군가 내가 덮고 자는 이불에 들어왔는데 사부님이셨다. 벼개가 모자랐기에 내 벼개를 사부님께 드리고 잠을 청했다. 이렇게 나는 사부님을 만나 뵌 첫날에 한 이불에서 잠을 자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시 축제에 가기 전날 밤에 나는 꿈을 꾸었다. 시 축제 그곳에서 사부님과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꿈이었다. 물론 사진으로만 사부님을 뵈었지만 나는 분명 꿈에서 사부님과 한 이불을 덮고 잤다. 그런데 실제로 사부님과 한 이불을 덥고 자게 된 것이다. 기쁨과 흥분 때문인지 나는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모두 잠들어 있었고 사부님께도 바로 옆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정말이었다. 얼마 후 사부님께서 깨어나셨다.
사부님께서 “청량산 폭포에 가서 세수나 할까”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말없이 그분을 따라 나섰다. 잠시 후 청량산 폭포 아래서 맑고 차디찬 물로 사부님과 함께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한 후에 나는 정식으로 사부님께 나를 소개했다. “오로지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광주에서 온 김홍영이라고 합니다.” 사부님께 정식인사를 드린 후 나는 선생님이란 칭호는 버리고 바로 사부님이라 부르게 되었다. 내가 사부님을 만나뵙기를 열망했던 그 순간부터 그분은 이미 내 사부님이셨다. 10달이 지나면 여인이 해산을 하듯 마음속에 품은 생각도 언젠가 현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청량산은 내 꿈이 현실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청량산을 등반하는 내내 사부님과 동행하였다. 어제까진 낯설던 변경연이 이제 가족처럼 느껴졌다. 백산형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변경연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청량산에서 만남은 다음 단계의 만남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2박3일을 온통 사부님을 가까이서 뵐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청량산에서 돌아온 후 바로 참가 신청을 하였다. 나는 새 술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나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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