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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5일 11시 32분 등록

 

조산사(助産師) 구본형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그녀의 추억이 서린 책이다. 그녀는 아마 잊었을 거다. 나는 그녀와 줄리아 카메론의 창조성 회복을 위한 책 <아티스트 웨이>에 나오는 12주 프로그램을 같이 했다. 우리는 2008 7월에 만났다. 금주 모임인 AAA에서 힌트를 얻은 줄리아 카메론은 이런 자조집단을 포도송이 모임이라 부른다. 줄리아 카메론은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와 이혼한 후 술에 의지하지 않고도 창조적인 일을 해 내는 치유를 위해 허드슨강이 보이는 도시로 이사를 갔다. 느릿느릿 낯선 도시를 걷고 강물 위로 솟구치는 독수리를 바라보다 홀연히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일어나자 마자 쓰는 3쪽의 모닝페이지와 1 2시간 자신만을 데리고 노는 아티스트 데이트 두 가지가 근간이다. 그리고 그게 창조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하고 작가, 시각예술가, 나중에는 많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창조성 회복 강연을 주관했다. 우리의 모닝페이지 모임은 강남, 가로수길, 삼청동의 카페들을 순례하면서 이루어졌다. 나는 생전 처음 가보는 카페를 탐방하는 호사를 누렸다. 그녀는 조용히 실행하는 사람이었다. 아티스트 데이트로, 국가대표 운동선수도 아니면서 불함산을 달렸고 쿠키를 구웠다. 내가 첫 모닝페이지를 쓴 날은 2008 6 29일이다. 날짜를 기억하고 기념할 만큼 내겐 매우 의미있는 출발이었고, 그 모임 덕분에 지속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때 내 옆에 있었다. 고마운 인연이다. 

 

12주 모임이 끝났는데 전화가 왔다. 효자동의 한옥을 개량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새로 문을 연지 얼마 안되는 데다. 창가에 조그만 식물 화분이 있었다. 나에게 생크림 위에 초컬릿 시럽이 뿌려진 갓 구운 와플을 시켜주었다. 나는 MBTI 일반강사 자격증이 있다고 그녀에게 진작에 자랑을 해둔 참이었다. 그녀의 검사결과를 해석하러 만난 자리였다. 그녀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포도단식 중이라 했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읽고서 자신에 대해 궁금해서 나와 만나자 했단다. 그녀는 <떠남과 만남> 책을 들고 남도여행을 갔었고 벌교 문학관에 들렀다는 말을 지나가듯 한다. 나의 결론은 구본형씨를 그녀의 롤 모델로 삼아보면 어떻겠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는 이 책을 지도삼아 자기 혁명을,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구나. 혼자서 포도단식을 했구나. 자신의 욕망목록을 만들고, 재능목록을 만들고 개인명함을 만들었겠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전작주의를 그녀는 그때 이미 시작을 했던 거구나. 그리고 저자에 대한 사전 지식과 신뢰를 가진 채로 정말로 그를 향해 갔었구나. 나의 말이 영향을 주었을까? 그거 아마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으리라.   

 

오늘은 그녀에게 했던 말을 나에게 한다. “과묵하지만 연이가 한겨울에 딸기를 따러 갔다가 버들청년을 만났던 동굴처럼 넓고 환한 자기 세계가 있어요.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비슷한 기질인데 그 기질답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을 롤 모델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구본형 선생님은 좋은 롤모델이 되어 주실 거예요. 그의 무릎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자리로 가보면 어떨까요?” 

 

저 말은 때를 맞게 오지 못했지만, 나도 그녀처럼 연구원이 되었다. 그녀보다 몇 년 늦었다. 나는 엉터리 야매 불량 저질 삼류 연구원이었다. 선생님의 건강에 어려움이 없어서 더 에너지가 있었다면 유급되었을 거다. 아님 장풍에 회오리급 에네르기파의 부지깽이 삼단 혼구녕을 여러 번 당했을 거다. 나는 재수 전문이라 2년 걸러 지원서를 보냈다. 첫 해와 두번째 도전의 차이점이 있었다. 마흔 기점의 전후라는 것 말고도 첫번째는 충동적이었다. 눈이 많이 내렸던 1월 초, 마흔살을 대비해 가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여자가 있었다. 자기는 머리카락을 은빛으로 탈색하고 로커나 집시들처럼 귓바퀴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서 삔침처럼 생긴 귀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다닐 거라고 했다. 문신도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번역한 신화와 꿈에 대한 책을 2권 읽었다. 수줍어서 눈도 잘 못 마주쳤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을 번역한 이의 건너편에 우연히 앉아 식사하는 것만도 영광스런 느낌이었다. 그녀가 정말로 그런 마흔 의례를 했을까? 하는 김에 혀, 배꼽, , 눈두덩도 같이 뚫고 엉덩이나 뒷목에 뱀이나 나비, ‘차카게 살자문신을 새겼을까?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 대답이었다. 그날 나는 대답을 생각하는데 1초가 걸리지 않았다. “저는 아이를 낳고 싶어요. 아이를 낳지 못하면 책이라도 낳을 거예요내 안에서 그런 게 불쑥 튀어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만약 수녀님이 운영하는 피정의집에서 몇 박 며칠 열리는 꿈워크샾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그런 질문을 던질 사람도 없었을 거고, 그녀가 마침 내가 신뢰하는 책의 번역자가 아니라면 그 질문이 그리 깊이 내게로 들어올 수는 없었을 거다.

 

책을 임신해서 출산하기 위해서 돌아오자 마자 나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지원서를 썼다. 1차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다. 그게 남사스러워서 비밀로 부쳐 두었다. 이렇게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는 건 연구원이 된 이후의 일이다. 좀 먹고 살만해 졌다. 

 

두번째 지원서를 보낼 때는 나에게 커다란 변화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아이를 낳겠다는 집착이 수그러들었다. 아이 대신 책을 낳겠다는 보상 욕구가 거의 없었다. 이건 마흔 즈음 남자들이 늦여름 폭염 같은 사랑을 꿈꾸듯 가임기를 가임으로 보낼 수 없는 여자들 중 모성본능이 좀 강한 축들이 지나오는 일종의 애도과정인 듯 하다. 마흔이 넘자 즐겁게 지내고 싶어졌고, 나답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다. 내가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다른 것들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에너지, 시간을 써 본 적도 없는 일에 인제는 나를 할애하고 싶은 마음이 과격하게 찰랑거렸다. 과격함은 행동을 부른다. 그건 쉬폰 꽃무늬 원피스를 사입는 일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입고 싶었는데 여지껏 못해봤어요. 근데 마흔 넘은 사람이 뭐가 무섭겠어요?’라고 묻지도 않은 진술을 했다. 고전을 읽고 칼럼을 쓰는 일이 그것과 연결되리라는 심증이 막연히 있었다. 또 하나는 시간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독립을 해서 원가족의 의무에서 자유로왔다. 독립은 나의 유혈, 무혈의 독립투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조건 때문에 문득 주어진 것이었고 3시간의 왕복 출퇴근이 돌볼 사람과 동시에 사라졌다. 전세금 대출을 받아서 내 명의 집을 얻고, 결혼한 후에 새 살림 사고 지금은 대충 세간살이를 구하라는 어른들의 충고에 나더러 언제까지 임시로 살라는 거냐며 버럭버럭 화를 내며 양문형 냉장고와 이불을 빨 수 있는 용량의 세탁기를 샀다. 나만을 위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가장 넓고 좋은 방을 내가 썼다. 예전에 나는 남동생들에게 좋은 방을 주고 문간방을 썼다. 독립에 대해 나는 두 가지 마음이 있었다. 원하면서도 나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마녀의 탑에서 쫒겨난 라푼젤처럼 가시덤불이 있는 황야에 홀로 사는 듯 했다. 그리고 직장에서 본격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마음이 여린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얼굴에 기미가 끼고, 위장병과 탈모, 근종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사흘 걸러 한 번씩 하소연하는 전화를 걸었다. 그 시기를 새벽활동을 하면서 버텼다. 그 프로그램이 변경연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서 매일 들어와야 했고 그러다 잊고 있던 연구원이 다시 각인되었다. 다음해 가을 겨울을 걸쳐 지원서를 썼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딱히 할 일이 없어서다. 쓰는 과정에서 나를 돌아볼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엔 진짜로 봉투를 발신할 엄두를 감히 못냈다. 남한산성 절에서 도반이 어머님 건강을 발원하는 초를 밝히는 동안저지르고 실패하라는 엽서를 읽었다. 포교용 전단지 같은 거였다. 나는 시도하고 실패하기 위해 확 질렀다. 우리는 약속을 했었다. 연구원 첫 해는 스승과 도반과 같이 공부하고 두번째 해는 혼자서 공부한다고, 그리고 책 한 권을 내겠다고. 기한은 2014 3월 말이다. 오늘이 8 14일이니 인제 반년 남았다.       

 

어제는 말복이었다. 조선간장으로 맛을 내어서 니글거리지 않는 갈비탕을 한 그릇씩 종로에서 먹고 인사동에서 부채를 고르고, 대추와 곶감을 넣은 팥빙수를 먹었다. 빙수의 팥이 딱딱해서 주인장을 향해 궁시렁거렸다. 생활한복 바지를 보며 걸어오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 갔었다. 거기 한번 팔렸다 다시 온 수많은 책들이 있었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에서 그가 고전 독서의 보조자료로 극찬했던 고우영 만화 초한지 전집을 반값에 샀다. 고우영은 해방 전 만주에서 태어났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만화를 그려온 양반이었다. 이미 이 세상에는 넘치게 많은 책들이 있고, 도서시장은 전반적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책을 쓰려고 하는 걸까? 저 서가에 또 한 권을 올리려고? 여전히 책을 출산하려고 하나? 책이 아이의 대용이었다면 인제 결혼을 했으니 진짜 아이를 낳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면 굳이 책을 쓸 필요가 없지 않겠나? 내 책은 파토나 종이 쓰레기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구본형 그에게는 책이 어떤 의미일까?

 

나는 여전히 그에게책을 낳도록 돕는 조산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조산사는 말 그대로 출산을 돕는 사람이지 임부가 아니다. 태어나는 아이도 아니다. 출산의 징후와 기미를 살펴서 자연이 자연스레 제 할 일을 하도록 거들 뿐이다. 예전에는 출산 경험이 많으면서 지혜로운 할머니가 그 역할을 했고, 요즘은 산부인과 의사의 전문 영역이다. 가끔 우리 엄마처럼 아이를 넷이나 낳으면서도 돕는 전문가 근처에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 엄마는 대충 출산 예정일을 알고 있는 바람에 넷 중 한 아이는 남편이 일하러 간 사이에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역산이라 두 목숨이 간당간당 했었다. 그래도 다산이었다. 구본형은 다산했다. 일년에 한 권씩 책을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편집인이자 발행인인 김학원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서 편집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제일 나쁜 저자는 1권으로 끝나는 작가라고 했다. 

 

구본형 그에게는 책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이었을까? 나는 그의 책을 전작주의하고 있으므로 이것에 대한 구절을 몇 개 만났다. 그에게 책 쓰기는 개인 혁명 중 하루를 재편하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고, 학습과 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40 10년간의 자서전 <,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또는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에 잘 나와 있다.

 

그는 새벽에 4시에 일어나서 책을 썼다. 이 새벽 시간을 모아서 1년에 한 권씩의 책을 썼다. 그 시간대를 대단히 사랑하고, 또한 그렇게 한 자신을 자랑스러워 한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글 쓰는 일에 몰두하는데 이 시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선택했다. 나는 시간의 불모지를 내게 불하했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나만의 시간대로 만들었다. 마치 모두가 버린 시간의 밭을 일궈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찾아내지 못했다면 영원히 잠 속에 묻혀버릴 뻔한 보물 같은 땅이었다. 하루 시간의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두 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는 내 작업시간이다. 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늘 가족과 친구들에게 우선적으로 열려있다.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138)

 

책쓰기는 처음에는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그는 2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기 전 3년에 걸쳐서 3권의 책을 썼다. 자연 특히 나무에게서 사사 받았다는 마케팅에 대해 들어보자. 그는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대단히 수줍어하고 낯을 가리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84 나는 세일즈 대신 나를 마케팅할 방법을 모색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85 적극적 수동성, 즉 유혹은 늘 설득의 강력한 수단이 되어 왔다. 경영학은유혹이라는 싱싱한 단어를 죽은 단어, 즉 마케팅이라고 불러왔다. 마케팅은 유혹이다. 달콤해야 하고, 향기로워야 하며, 엄청난 새로움에 대한 약속을 흘려야 한다. 유혹은 올가미고 덫이다. 사냥은 창을 들고 소리 지르며 짐승에게 덤벼드는 것만이 아니다. 온몸에 쥐가 날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다 덮치는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다. 덫과 올가미를 놓고 편안한 집에서 술 한잔 하고 푹 쉬고 나서 그 다음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덫과 올가미에 걸려 있는 짐승을 향해 다가가는 것도 사냥의 한 방법이다. 세일즈가 도망치는 고객에게 달려들어 창을 꽂는 것이라면, 마케팅은 짐승이 다니는 길에 온갖 화려한 미끼를 주렁주렁 단 덫과 올가미를 놓아두는 것이다. 유혹은 설득 이전에 이미 성득당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설득이란 언제나 스스로 이미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 설득할 수 있다. 이것이 설득의 제1법칙이다. 설득은 늘 미리 이루어진다. 미리 이루어진 설득, 무너진 자기방어를 유혹이라고 부른다.

 

나무는 다른 것에 대해서도 그에게 속삭여 준 모양이다. 그가 1년에 1권의 책을 내게 하는 가르침을 어떻게 받고 있는 지 나와 있다.

 

169 나무도 또한 해마다 새로운 자신을 분만시킨다. 수없이 자신을 탄생시킨다. 사는 법은 죽는 법에 있다. 자라는 방법은 스스로를 죽이고 다시 탄생하는 과정이다.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다. 이것이 나이테다. 그 외의 방법은 없다. 늘 자신의 시체를 내다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나무는 그 일을 아주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169 낙엽은 나무의 지혜다. 혹독한 겨울에 살아남기 위한 창조적 해결책이 바로 버리는 것이다.

169 나도 죽어야 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죽어야 한다. 나무가 죽을 때 나도 죽어야 한다. 나에게 낙엽은 내 책이다. 꽃과 나뭇잎, 그리고 열매는 나무의 일 년의 삶이다. 내 책도 내 일 년의 삶의 기록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내 일 년도 떨어진다. 그리고 열매를 남기듯 나도 내 책을 남긴다. 책 한 권이 쓰여지면 내 일 년도 지난다. 나무가 다음 해에도 똑 같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이 혹독한 죽음과 재생의 의식을 거친 나무는 이미 전 해의 그 나무가 아니다. 나도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영원히 죽은 것이다. 살아 있으나 이미 죽어버린 정신을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174 스스로 정정한 나무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그 그늘에서 쉬고 그 나무를 부러워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나무의 열매를 가져다 심고 싶어할 것이다. 스스로 좋은 나무가 되는 것은 씨앗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며,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즐겨라. 삶 자체가 유혹이 되게 하라.

로댕의 말을 잊지 말아라.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면그 삶은 매우 매혹적일 것이다. 날마다 그렇게 살아라.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좋은 인생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변화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일 년에 적어도 책 한 권은 써라. 이것이 열심히 일을 한 기준이다. 세상을 향해 많은 시그널을 보내야 누군가 대답하게 된다.

 

나는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개념을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이 참 좋았다. 나는 나의 삶을 유예시켜오고 있었다. 갤러리와 들러리의 삶, 해야 할 과제를 못해서 늘 보상을 해얄 것 같은 20대와 30대였다. 그에게 책 쓰기는 자기혁명 또는 자기경영의 일환이다책 쓰기는 결코 삶보다 우선되지 않는다. 그는 무엇을 자기혁명 또는 자기경영이라고 하였나?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것은 생긴 대로 사는 것이다자기 안의 욕망을 긍정하여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며 사는 거다그에게는 최고의 욕망이 읽고 쓰는 일이었나 보다. 그는 그걸 일상 속, 특히 아무도 방해 받지 않는 시간대에 배치하여 매일 시간을 확보했다그는 중요한 것은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삶답게 사는 거라고 잘라 말한다. 관련되는 구절들을 모아본다.

 

나는 개인에게 있어 변화라는 것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본래의 자기란 무엇일까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기질을 이해하고 그 강점을 계발하여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자기다움으로 돌아가는 좋은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306) 

 

113 욕망이 자신을 충족해가는 것이 개인혁명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욕망은 부숴뜨려 땅에 묻어야 하는 것이 끔찍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힘과 에너지다.

 

107 법정스님의 글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다. 그분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감동은 글 속에서가 아니라 삶 속에서 오는 것이다

 

273 나는 살고 싶다. 삶만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 내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건강한 변모의 예술이다. 학습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늘 버리고 늘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282 혁명은 늘 하루를 바꿔줌으로써 스스로를 실현한다.

 

283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자기만의 하루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없다. 만일 하루를 춤추듯 보낼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매일 그럴 수 있으면 자신의 행복을 찾은 것이다.

 

283 새로운 장르의 일상적 삶을 창조하는 것이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실천적 개혁이고 혁명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에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낼 수 있으려면 내가 새로운 일상을 하나 말들어 냈다는 사실 때문이어야 한다. 그 새로운 일상이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때 내 삶은 그들에게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306 내 글은 강력한 유혹이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지배해서는 안된다. 삶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서 나는 내 삶 자체가 매혹적이기를 바란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다는 것, 이것을 나는 매혹적인 삶이라고 부른다. 나는 나에게서 이것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서 이것을 보고 싶다. 끝없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여행, 이것이 내가 그리는 삶이다.”

 

그에게 책 쓰기는 그가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학습방법이었다. 이건 아마도 다산 정약용이 닭을 키우겠다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다각도로 실험하고 연구하여 '계경'을 써보라는 말과도 비슷한 뜻인듯 하다.

 

297 내가 배우는 방법으로 가장 그럴 듯 한 것이 배운 것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여 책을 내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책을 읽고 감동적이 곳을 골라내어 내 상식으로 걸러 재편하는 데 꽤 능숙하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그것들을 재결합하여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는 작업 역시 즐긴다. 책을 볼 때변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집중한다. 소설이나 시를 뒤적이거나 역사서를 보거나 전문 서적을 읽을 때 내 주제는 늘변화의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281 배움은 결국 삶의 실천에 의해 가장 잘 얻어진다. ‘천국이란 새로운 생활방식이지 신앙이 아니기때문이다.

 

281 내게 배움이란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로서의 철학 또는 자기경영은 가능할까?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삶의 방식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기경영 철학은 가능할까?

 

288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아경영 철학, 이것이 바로 내 학습의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한 줄기를 이룬다. 또 하나의 줄기는 변화의 기술이다. 나는 이 테마 속에 조직의 진단부터 조직의 변화 모델로 이어지는 기술을 담으려고 한다. 변화의 철학과 기술, 이 두 개의 축을 나에게 적용해봄으로써 변화경영을 하나의 예술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마 내 50대는 변화경영의 예술가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이 될 것이다.

 

그는 변화경영전문가에서 변화경영사상가, 그리고 변화경영예술가가 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삶에 변화경영의 여러 가지 것들을 먼저 적용하는 실험을 하는 이유를 밝혀놓고 있다.

 

297 변화경영이라는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스스로의 변화에 성공해야 한다. 이것이 자격요건이다. 이것이 내가 깨달은 통렬한 아픔이었다. 변화경영 전문가로서 나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규율을 만들었다.

 

먼저 나에게 적용할 것, 반드시 성공할 것

그 다음 상이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활용할 수 있는 지 실험할 것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걸 나누어주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

 

이것이 내가 요구하는 품질기준이다. 지식을 먼저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내 원칙이다.

 

나를 변화시켰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내 하루가 바뀌었는지를 물으면 확실해진다. 오늘을 놓치면 삶을 놓치는 것이다. 하루를 즐길 수 있으면 훌륭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나의 물결로서,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훌륭하게 사는 것이 내가 나에게 바라는 목적이다. 하루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나의 두번째 커리어도 없다. 나는 진심으로 나의 르네상스를 바랐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에서 과감한 전환을 하고 싶었다.

 

306 나를 깨우는 일에 능숙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깨어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자기를 깨우고 난 후에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수신이 이윽고 가정과 공동체로 스스로를 확장하게 된다.

 

인용문이 너무나 많은 긴 칼럼을 쓰면서 나는 두 가지 참깨알만한 깨달음이 있었다. 하나는  조산사로서의 그는 자신의 역할을 이미 다 했다는 거다. 그는 자신의 소명을 불씨와 꽃씨라고 하였다. 잠시 불을 불려주어 점화하게 한 뒤 자신의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는 쏘시개 불꽃, 그리고 네 안에 든 꽃씨가 무엇이든 피워내면 무척 아름다울 테니 피워내라고 선동하는 역할이라 했다. 그는 이미 나에게 쏘시개 불꽃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나를 믿어주고 푸른 불꽃이 되라고 믿어주었다.

 

또 하나는 내가 낳아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원래의 나를 발견해서 드러내는 것이고, 더 나다운 하루하루를 사는 거다. 이 일의 상징, 증거, 영수증이 첫 책이다. 그건 연구원에 지원했던 첫 마음, ‘좀 더 나답게 살고 싶었던것과 방향을 같이한다

 

그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건 운명이다. 그것 뒤로 숨을까? 아니면 1년차를 수료한 연구원의 25% 정도가 책을 냈다는 확률 뒤에 숨을까? 어떨 땐 그러고 싶다. 이제 책 대신 아이를 낳는 일을 선택하고 플랜B를 폐기하는 게 옳을까? 그렇지 않다. 내가 이미 중년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나에게 생물학적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에미의 역할을 맡기든 말든 인생의 정오를 지난 나는 오후에는 좀 더 나답게 살아야겠다.

 

인디언기우제에 대해 들었다. ‘인디언기우제의 승률은 100%. 왜일까? 될 때까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책쓰기에 인디언기우제를 적용해본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사람, 매일 쓰는 사람,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그 일에 일정한 시간과 에너지를 오늘붓는 사람이 끝장을 보리라. 조산사로서의 구본형, 그처럼 다산왕에 베스트셀러의 출산자가 되는 이는 적으리라. 그는 물 밖으로 드러나기 전에 이미 일만 시간을 채운 사람이다. 그의 말대로 자기답게 사는 이는 그가 반딧불이든 촛불이든 횃불이든 별이든 자기만의 불빛을 가지는 거 아니겠나? 그럼 된 거 아닌가?  

 

나는 나를 출산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그림을 나 말고도 다른 이들도 본다는 걸  알았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다그림처럼 나를 낳고 싶다.

나의 출산 (프리다 칼로) http://cafe.naver.com/voda/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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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6 20:44:00 *.168.23.50

이제서야 이야기꾼 콩두의 글을 열심히 읽게 됩니다. 제가 조금 멀리 갔다 귀가중이거든요. 긴 글을 풀어가는 그대의 능력이 모페에서 입증된 그대의 성실에 일부분 빚지고 있음을 알기에 고개를 숙여요.

내가 낳아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라는 말, 기억할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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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6 22:44:45 *.153.23.18

로이스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 쓰는 건 다 모닝페이지 덕분입니다. 로이스님 덕분이고요.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 지 어떨 지 모르겠어요.

저 안에 교과서같은 어려운 글만 읽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책읽기가 싫었고요.

요즘은 소설이나 만화를 읽고 싶어요.

 

날이 많이 덥습니다. 날마다 열대야에 폭염이예요. 건강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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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8 08:38:53 *.39.145.21

콩두님, 스승님의 글귀를 콩두님을 통해 다시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콩두님의 전작주의 덕분에 '아이를 낳는다'가 뭔지 되돌아 봅니다.


프라다칼로 그림 잘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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