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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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몽골 여행기> 2-1. 몽골후회(夢愲後悔) -몽골여행 후에 알 수 없는 마음
여행이 별거더냐?
확~ 질러서 비행기표 한 장 끊고
트렁크 가방 열고 주섬주섬 옷 주어 담고
“나 떠난다” 메모 한 장 남기고
인천공항 전용도로를 내질러 달리면
그것 또한 여행인데...
사랑이 별거더냐?
서로의 상처를 한눈에 알아보고
꺼이꺼이 우는 울음 한 품으로 안아주며
여는 남에게
속모를 눈물을 쏟아내고
남은 여에게
그렇게 쉬어가는 그루터기가 되어준다면...
*
가끔 이런 생각을 품는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것은 샤랄라라~한 견(犬)소리이다.
나는 이런 몽향적이고 로맨틱한 상황을 꿈꾸며 일탈(일상탈출)을 시도하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물론 좋아 한다.
하지만, 우리 삶의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훌쩍 자유롭게 떠날 수 있기보다는 일상의 짜여진 삶에, 가족들 밥벌이와 경제적 쪼들림에 끙끙거리기도 하고
남자란 놈도 여자란 녀도 한눈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 놈 저 녀 무수히 만나보며 눈물 찔찔 흘리고 숱한 상처를 주고받은 후에도 한 눈에 자신을 알아봐줄 사랑을 찾아 헤매며 쳇바퀴를 돌기도 한다.
훌쩍 떠나는 여행도
한눈에 알아보며 서로를 품는 사랑도 가능하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것들은 늘 먹을 수 있는 밥이 아니다.
불현듯 훌쩍 떠나는 자유와 한 순간 뿅~ 연결되는 남녀의 눈 맞춤은 치명적인 매력이 있지만 동시에 독을 품고 있다.
훌쩍 떠나 자유를 만끽하고 한눈에 알아보며 쓰다듬어주는 불꽃같은 사랑은 짜릿한 한 순간으로는 존재한다.
자유에는 늘 책임이 따르고 '남녀관계'는 세세하게 살피며 인내하고 때론 희생하며 긴 시간을 묵혀야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가 생겨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답은 없다.
결국 각자의 선택의 문제다.
몽골 밤하늘의 별처럼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할 수 있고, 자유와 사랑에 대한 그들의 여행법과 사랑법에 대한 선택도 각기 다른 빛깔로 빛을 발한다.
**
누구는 ‘몽골’은 ‘자유’라고 하고 또 누구는 ‘여행’은 ‘비움’이라고 말한다. 또 누구는 몽골 전통양식의 숙소, ‘게르’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해서 여행이 무척 힘들었지만 다시 한국의 일상에 돌아와 보니 문득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몽골 오지 여행의 가치였음을 재발견하면서..... 정말 다 맞는 말이고 소중한 깨달음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들과 달리 몽골여행 다녀온 후 내내 심신이 피곤하며 이름 모를 삐딱 선을 타고 있는 걸까?
평소의 나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툴툴거림이 여행 후 찾아왔다. 분명 몽골여행은 즐겁고 재미있고 9기 동기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그윽하게 깊어졌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소중한 그 장면들이 떠오르다가 불현듯 그 장면 위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온통 내 마음을 난장칠 해 댄다.
***
여행은 색다른 경험이다.
여행의 맛은 색다른 경험에 있다.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나에 대해 낯설게 볼 수 있는 최상의 기회다. 나의 고정된 시선에 덤벼들고 무찔러드는 새로운 맛의 여행지의 경험은 최고 수준의 경험이든 최악의 경험이든 좁은 나를 넓게 깊게 확장시킨다. 보다 크게 요동치며 모험하고 탐색할 수 있기에 여행은 늘 나에게는 자극적이다.
나는 메모 한 장 남기고 훌쩍 떠나는 돌발 여행도 해 보았고 1년 전부터 예약하고 계획하여 나의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흡족할 만한, 관계를 생각하는 여행도 해 보았다. 히말라야의 청명한 하늘 아래 있는, 도 높은 수도자의 토굴을 찾아가 그의 아우라에 내가 치유 받고 마음의 눈을 뜨기를 간절히 바랬던 적도 있었다. 양 볼이 얼어서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운 광활한 중국 땅 한쪽 끝에 서서, 시커먹먹한 석탄 매연을 온 몸에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떨며 내가 나에게 부여한 일을 수행하며 외로움에 떨었던 적도 있다. 남태평양 해변가의 멋진 휴양지에 헐벗고(?) 누워 시원한 코코넛 주스 쪽쪽 빨아 마시며, 작렬하는 태양신 헤리오스와 푸르디 푸른 바다의 신 포세이톤을 맞이하는 사치스런 힐링도 내 여행의 한 장면으로 남아 늘 나를 추억 속에서 쉬게 해준다.
****
그런데 이번 몽골여행은 예전의 여행들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나는 이 느낌을 '몽골후회(夢愲後悔)'로 이름 붙이고
몽골 여행을 다녀온 후 나의 이러한 마음을 탐색 중이다.
탐색에는 피로감이 있다.
나의 자아를 대면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늘 절실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때론 자신과 타인을 상처내기도 하고 지치게도 한다.
하지만 그 느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마음과 감정을 풀어 헤쳐내지 않고도 그저 그렇게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받아들이며 지낼 수 있다.
몽골여행 후에 생겨난 나의 마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마음 또한
변하는 것이 마음의 속성이기에
나는 그저...
9기 동기들과 몽골에서 마셨던
살짝~ 달콤 시원하게 깊었던 1865 와인 한잔의 풍미를
입 안에 빙그르~ 추억으로 돌려보며
이번 칼럼은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쓴다.
2013년 8월 19일 서은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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