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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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만 더 끄적대 보자!
큰 넘 들어와 뜬금없이 저녁 먹겠다해서 차려주고 설겆이도 끝났으니.
하늬와 토토는 덥다고 배쭈욱 깔고. 좀 있으면 코도 골게야.
쌍둥엄마는 휴가까지 내서는 어제 대전 찍고 남해로 가출하더니 다시 거꾸로 더듬어 내일이나 오겠단네.
그사람 절친들 만나 수다가 깨방정일게다. 상팔자..마누라와 울집 강쥐들(?).
작은 넘 또한 제 여친과 유럽구경한다고 그제 떠났으니 신나고 예쁜 추억만들기에 여념 없을테고..
ㅎㅎㅎ 그러고 보니 내가 참말로 팔자 핀 날이로구나.
한 잔 기울이고..
어쩌면 이 썰은' 살다 보면' 밑의 '나의 변화 이야기'에 올리는 게 맞을지도..(요 단락만)
왜 ??? 나 변했걸랑.
지난 주 금요일 여느 때처럼 한 밤중에 강변으로 뜀뛰러 나갔지. 늘 핸폰을 지니고 달렸지만 그 날은 두고 나가겠다고 했지.
밤 11시 너머 전화할 맛간 넘도 없을게고(때로 요상한 졸업생넘들이 있기도 했지만). 근데 마눌이 들고 가래....시간 반정도 달린후
폰을 보니. 키지도 않았는데 훤하데. 결론은 아주 완죠니 맛이 제대로 간거야. 담날 A/S 갔더니 게임 끝이래.
성질 뻗치더라. 마누라 왈, 이 기회에 스마튼가 뭔가 그런 걸로 바꾸래. 우와~~~! 인상만 구겼지만, 속으론 졸라 욕했다....
사실 땀에 누적되었던 것이 하필이면 그날 그렇게 되었을게야. 무지 흘린 땀이 허리 쌕에 흥건했으니..
아니다, 이 참에 목 줄 없애버리는 거야...근데 왠만한 뭘 하려면 맨 핸폰번호 쓰라하고..아~ 심플 ! 머리에 쥐나더라.
무지 짱구를 굴려도 답이 안 나와. 없애는 것도 ,새로 장만하는 것도. 무엇보다 지들 불편의 아우성이 덮칠게고 나는 그놈 익힐려면
머리가 너처럼 아니 그이상이 될테고..
근데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본형이와 한 잔 하고 있다면
'형, 아니면 씨뱅아!'그러면서 스마트폰 함 써 봐라.별거 아냐...라고하며 빙긋이 웃더라.--그래서 내가 변하기로 했어.
이건 내 삶에서 도저히 상상하기 싫은 시츄...이었거든.
이제 말아 먹어야겠다.
근데, 그런데 나흘이 지난 지금도 내가 못내 밉고 몹시 서러운 것은 무지해서 평소에 백업도 받아 놓지 못한거야.
그 폰엔 네가 아플 때 보낸 네 개의 문자가 영구 보관함에 있었거든.....별거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말이야...
종욱이에겐 세상을 뜰 때까지 가장 지니고 싶었던 아프기도,서럽기도,무엇보다 아름다운 보석이었어. 난 보석같은 거 별로지만
네가 내게 준 그 몇 줄이 ..마냥 소중했단다.
얼마전 인사동에서 영휘와 술을 한 잔했다. 포도 나무집에서. 잔을 나누는데. 막 눈물이 나는 거야.
찬바람만 비껴가도 젖는 흔한 눈물의 허접한 놈이기는 하지만.
영휘는 그러더라. 본형이형 잘 죽었어. 이런 엿 같은 세상에...
어차피 한 번 꼭 가는거라면 그 말도 맞긴해.
하지만 난생 처음 네가 흥분해서 상호와 영휘등을 소집해서 인사동에서 독립문 노이마로 밤새 통음을 한 그날도
우리는 이런 엿같은 세상이 있냐며 격분했지. 이 나라는 사람인 사람이(나는 빼고) 살기에는 참 힘든 세상같기도 해.
그래서인지 조국을(?)피해, 아님 밀려 이민간다는 어떤이를 얼핏 본 적도 있어.-- 부럽더라. 잠시
8월 첫주말엔 여우 숲으로 갔다. 신경림선생이 모으신 시집 '처음처럼'과 고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차고.
요즈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책들중의 하나야. 지레 서운해 하지는 마. 떠남과 만남도 거의 늘 끼니까..
마중을 나오겠다는 김용규선생의 말을 제치고 걸었어. 방향을 잘못잡아 한 40분은 되돌아 왓지만.
매운탕에 막걸리가 몇 순배..그리곤 여우 보러....
지난 여름 그곳에서 너와 통화도 했지만 백오산방이 궁금했고, 네 나무에 기대보고도 싶었어.
헌데 현재는 네 나무는 지난해(몰라 지지난해인지도) 추위를 이기지 못했다네....
배달사고로 김선생께 남아 있는 네 명의의 안동소주를 내 놓으시더만. 구본형선생님 잔도 챙겨야지요.
김선생 톤도 멋진 편이잖아. 참 좋았다. 글구 내생각도 바로 그랬는데..이런저런얘기.김선생이 나보러 글을 쓰래.
속으로 싸잡아 욕했지. 뭐 이런 자들이..본형이과는 다 이 모양인가.
검정과 빨강이 주조를 이루는 그림. 가는 침들이 누워 있는데 나를 찔러 오느 듯. 난 클래식도 명화도 가깝지 않은 놈인 걸
잘 알지? 근데 뭐 같냬? 이런 된장...나는 화성을 보았어(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마눌과 네가 운전하며 영휘 모친상에 다녀 오던날
한 밤의 화물차휴게소-입장이던가, 칠곡이던가-가 떠오르더라.).천체들 중에 아는게 난 화성밖에 없나 봐. 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그리곤 또 자궁을 보았어. .대박이야. 자궁이래..
조니워커도 벗겼지. 아마 네게도 한 잔 앵겼을 거야. 네 잔은 모두 내가 마셨겠지만...
김선생이 내 자리를 보아주곤 먼저 잠을 청했지..그 담은 기억에 별로 없어..혼자 홀짝 대다가 옆으로 기울어 졌는지 새벽에
깨어보니 책모서리가 고생을 했겠더라. 머리 속은 양호. 바닷가나 숲,계곡 이런데서는 숙취가 거의 없잖아.
잔에 남은 술 빛깔은 죠니인게 맞고. 소주 호리병을 흔들어 보니 아직은 아침 일용할 해장거리는 될듯. 들고 나갔지.데크로.
한구름 했지만 삐져나온 햇살이 정겹고 눈부시더라. 서울에서 허벌나게 장마를 겪은 몸이니 더 말할나위도 없지.
주위를 두러보니 인간은 보이지 않고 혹여 새벽 잠 설친 아래 동네 누가 있을지언정 작은 게 보이겄냐?
어제 밤에 꼬리치던 바다 이 년도 일단은 뵈지 않고. 숨어서 보는 게야 어찌할고.
간만에 얇은거적 벗어 제끼고 한 잔 털어 넣으니 짜르르하데. 무릉도원.
80년도 내가 안의 편조암에서 개길 때가 아지랑이 되어 피어 오르더라 . 한성식당에서 병학이 배깔고 만화보던 모습.
논문 쓴다고 온통 구긴 원고지 치우랴 .허 참 깔끔한 내가. 비오는 날의 작은 절집 변소에서 일 보는 재미. ㅋㅋ 찡그리고 나오는 몰골들..
칠성각 부처님은 맴이 좀 싱숭생숭하셨을 게고. 병희형이 옷 갈아 입을 때마다..일요일날 식당에서 정성으로 싸 주신 도시락 들고
인적 끊긴 곳을 찾아 빨래하고 그야말로 거풍의 진미를 흠씬 맛 보기도 했지..니들 때메 내 삶이 살짝 빗겨 갔는지도 몰라.ㅎㅎ
제주도의 창인이, 탕춘대에서 음주가무하다 지갑을 잃어 버린 부산의 손샘도 애석해 했지.방학 때 며칠 부산가서 쩔어 있다 왔어.
79년도인가 부산에 갔을 때를 기억하면 넌 내친구 세식이 처의 빨간 구두를 상기했고 난 네절친 수철이를 엄청 잘 사는집이 별거없더라고. 아침에 감자으깬거 비스므레한게 나오기에.ㅎㅎ
' 형! 바다 보러가자'해서 훌쩍 떠난 겨울ㅇ의 대천 바닷가. 병희형과 함께 갔던 가을 가야산, 해인사. 머독신부님과 같이 한 춘천과 청평사까지의 모터보트. 홍도와 흑산도. 전망대에선 흑산도아가씨를 다 외우도록 들었지.홍어는 바가지썼지만 그 밤 민박집의 저녁 밥과
막걸리는 꽤 괜찮앗지.....
부부끼리만의 여행은 그나마 네 제안으로 캄보디아 베트남이 첨이자 끝이 되어 버렷구나.
비밀 하나 까 놓을게. 자취할 때 대개는 네가 먼저 들어 왔을거야. 철로길에서 보면 우리 방이 보이걸랑. 불꺼진 창이 싫어 난 동네를 몇 바퀴 돌다가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하고는 들어가곤 했다.
암센터에 누워 있을 때 말했지.내 다섯 번째 연인을 보려면 훌훌 털고 일어나라고. 보고 싶지 않았니? 네가 아직 모르는 유일한
사람인데. 해언 엄마는 피식했지만.ㅋㅋ
네가 이제 볼 수 없는 이라는 것을 호주의 희성이는 알고 있을런지...
너의 체취가 느껴지는 곳을 헤매었다. 네가 할 수없이 남긴 술은 너의 모두를(머리는 아니라고햇던가?) 닮으려 했다던 홍승완과
네게 빈정거리며 개겼다는 김용규를 생각하고는 쌀롱 9와 여우숲에서 함께한 거야.
해언이가 콩알만할 때 다보탑 앞.우리 윤수가 쪼매 더크네.해린이가 젤 크네. 애들 엄마들도... 와우 젊다.
석사학위로 보이는 사진에는 네가 이뻐한 내 연인도 윤희씨도 같이 있네.
형수님과 조카 하영이,소영이도. '수철,병학,한욱씨도 보이네. 여행가면 슬롯머신만을 즐기시던 멋쟁이 머독신부님도 계시고 .
우리집에서 영휘와 셋이서 한잔한 모습-참 좋다. 머리도 까맣고 숫도 제법이네. 니들은 어떻게 그런 미소를 짓고있니.
가운데 낀 이넘은 덜 취했는지 쪼매 어색한 폼인데... 몇 안되는 사진. 이제 다시 앨범에 묻으련다.
49재 때 강신부님께 시비를 걸었지. 왜 본형이를 거의 예수님 반열에 올려 놓으시냐고.
신부님 왈, 그럴까봐 하느님 까지는 올리지 않지 않았느냐고. 헐..아뭏든 난 씨뱅이 그 자체로 네가 좋을 뿐이야.
또 신부님 왈, 가족에게는 좀 뭐하지만 저는 참 행복합니다. 구본형선생이 30년을 더 사셨다면 아마도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제가
보지 못하지 않앗겠냐고..말씀은 대충 이해하겠어. 제자들이 스승을 아름답게한 참된 모습을. 하긴 네가 마지막으로 쌀롱9에
들렀을 때 난 버스에 퍼질러 있었지만. 나도 며칠 간 볼만큼은 보았지. 하지만 아냐, 난 이런 아름다움은 싫어.
. 아름답지 않아도 돼. 그저 우리 서로 바라보며 흰소리도 해가며 빙긋이 웃을 수있으면 되지 뭐.......
얼마 전, 해린이가 문자를...아빠가 아저씨 많이 좋아했나봐요..에구 자식이라는게 뭔지. 뭘 알겠어?ㅋㅋ
전화를 했다...임마! 아저씨가 아빠를 훨씬 더 좋아했어....
무덤을 만들 생각 절대로 없고 쌍둥이들에게도 얘기해 놓았지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만일 묘를 쓴다면 비석에...본형이와 같이해 살아 있고 재미있었노라고.
그런데 왜 넌 하필이면 그곳에 있냐. 수없이 그 옆을 뛰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달려야 하는데..나는 어떡하라고..
낮에 지나갈 때는 들르고도 싶지만 빤스바람엔 안될터이고.해서 눈으로 비껴갈 뿐이지만..
그곳은 지낼만하냐. 괜찮으면 같이 가도 좋았을텐데..
아니면 걍 순서대로 갔어야 하는데..순서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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