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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8일 21시 21분 등록
역사상 가장 특별한 투자, 석세스 2006년 5월 27

사마천의 사기열전 25번째에 등장하는 인물은 여불위라는 사람이다. 매우 특이한 인물이며 역사상 가장 유명한 투자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라는 것을 그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여불위는 한나라의 상인이었다. 여기저기를 오가며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아 부자가 되었다. 하루는 여불위가 한단이라고 하는 도시에 장사를 하러 갔는데 그곳에서 한 인물을 만났다. 그를 보는 순간 장사의 귀재인 여불위는 단번에 이 사람이 훌륭한 가치를 가진 진귀한 상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자초였다. 자초는 진나라의 왕족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진나라의 태자로 있는 안국군의 둘째 아들인데, 그 당시 전략적 목적으로 조나라에 볼모로 보내져 우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진나라 태자의 아들이기는 했지만 둘째인데다 스무 명이나 되는 왕자들 중 서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진나라는 자초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듯하다. 그래서 진나라는 자초의 안위와는 관계없이 그가 볼모로 가 있는 조나라를 공격하기에 이르렀고, 조나라 왕 역시 진나라 왕족인 자초의 볼모로서의 가치를 높이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초를 왕족답게 예우해 주지 않았다. 진나라와 조나라의 관계가 더 악화되면 언제든지 목숨을 잃게 될 적국에서의 볼모생활은 어둡고 불안한 것이었다. 당연히 먹고 사는 것도 풍족하지 못해 궁색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여불위가 자초를 찾아가 말했다.
“나는 당신의 가문을 크게 일으켜 줄 수 있습니다. ”
그러자 자초가 웃으며 말했다.
“먼저 당신의 가문을 크게 만들어 놓은 뒤에 내 가문을 크게 만들어 주시오”
여불위가 다시 말했다.
“ 저의 가문은 당신의 가문에 기대여 커질 것입니다” 자초는 이 말의 뜻을 이해했고, 마음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여불위는 자초가 진나라의 왕위를 계승하도록 돕고, 자초는 왕위를 얻게 되면 여불위와 영광을 같이 하기로 한 약조가 맺어지게 되었다. 두 사람은 미래를 위한 동업의 관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여불위의 장기적 투자가 시작되었다.

여불위가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끈 떨어진 연처럼 적지에 볼모로 잡혀있는 자초의 본국과의 끈을 연결해 두는 것이었다. 여불위는 돈을 풀어 먼저 진나라의 태자 안국군의 총애를 받고 있는 화양부인에게 접근했다.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으나 후사가 없었다. 그리하여 여불위는 진귀한 보물과 노리개를 바치며 화양부인에게 자초의 마음을 전해두었다.
“자초는 어질고 지혜롭습니다. 널리 천하의 제후와 빈객들을 두루 사귀고 있습니다. 멀리 조나라에서도 늘 부인을 친어머니처럼 여기고 밤낮으로 태자와 부인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

이리하여 자초와 화양부인의 우호적 끈이 생겨났다. 여불위는 다시 화양 부인에게 접근해, ‘아름다운 얼굴로 남을 섬기는 사람은 아름다움이 스러져 사랑을 잃기 전에 후사를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점을 설득했다. 화양부인은 태자가 한가한 틈을 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자초는 매우 현명하여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소첩은 다행이 태자마마의 사랑을 입어 후궁이 되었지만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부디 자초를 후사로 세워 후에 소첩이 몸을 의탁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자는 허락했다. 그후 태자가 진나라의 왕이 되었으나 1년 만에 죽고, 드디어 자초가 즉위하게 되었다. 이 사람이 바로 진나라의 장양왕이다. 즉위하자마자 자초는 화양부인을 태후로 높이고, 여불위를 승상으로 삼아 문신후라 불렀다. 그리고 낙양의 10만호를 식읍으로 주었다. 여불위는 원래 의도한 만큼 충분한 투자 수익을 올린 셈이다. 아마 여기 까지가 여불위가 자초를 처음 보았을 때 머리 속에 그린 그림이었으리라. 그리고 여기서 끝났다면 여불위는 행복한 여생을 살다 행복하게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발생하게 되었다. 자초가 아직 진나라의 왕이 되기 전에 여불위의 집으로 초대 받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여불위는 여러 첩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 외모가 뛰어나고 춤을 잘 추는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여불위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술이 거나해진 자초가 이 여인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여불위에게 그녀를 달라고 청하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는 ‘여불위는 이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미 자기 집 재산을 다 기울여 자초를 위하여 힘쓰고 있는 것은 진귀한 재물을 낚으려는 것임을 떠 올리고 여자를 바쳤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아주 많은 소설 속에는 계획적으로 여불위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인을 일부러 자초에게 바쳐 그 후의 일을 도모한 것으로 묘사되는 대목이다. 정황으로 보아 여불위라면 얼마든지 했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여불위의 투자는 자초를 거쳐 그의 아들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왕이 된 자초는 3년 밖에 더 살지 못했다. 그리고 자초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게 되니 이 사람이 바로 진나라의 시황제 ‘정’이다. 여불위의 아들로 추정되는 그는 여불위를 존중하여 상국으로 삼고 중부라 불렀다. 당시 여불위의 집에는 하인이 만 명이나 되었다. 진나라는 여불위의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나라 시황은 차츰 나이가 들어 강력한 군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진시황 10년 여불위는 실각되었다. 그리고 이후 촉 땅으로 쫓겨 갔다가 진시황으로부터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하여 독주를 마시고 죽었다.

여불위가 실각된 원인의 한 복판에는 희대의 음난한 사건이 도사리고 있었다. 시황제 정의 어머니는 원래 여불위의 여인이었다가 자초에게 가 태후가 되어 있었다. 과부가 된 이 여인은 황제의 어머니인 태후가 된 후에 남몰래 여불위와 만나 다시 정을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음란한 여인이었다. 여불위는 어린 시황제가 차츰 나이가 차 정사를 돌보기 시작하자 태후와의 관계가 밝혀져 자신에게 재앙이 미칠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리하여 또 다시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다. 음경이 큰 노애라는 사람을 몰래 찾아내어, 때때로 음탕한 음악을 연주케 하고 노애의 음경에 작은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달아 걷게 했다. 이 소문은 예상대로 태후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태후는 노애를 불러 거짓으로 거세를 시켜 환관으로 만든 다음 자신의 거처에 살게 하면서 사사로이 노애와 정을 통했다. 노애는 항상 그녀를 따라 다녔고, 태후는 노애를 끔찍이 여겨 모든 결정을 노애가 내리도록 허락했다. 노애의 힘이 커져 수 천명이 그를 따르게 되었다고 한다.

시황제 9년, 한 사람이 노애가 진짜 환관이 아니며 태후와 사사로이 정을 통하는 자라는 사실을 고변하게 되자, 시황제를 이를 상세히 밝혀 보고하게 했다. 여불위 역시 여기에 연루된 것이 밝혀졌다. 궁지에 몰린 노애는 무리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으나 시황제가 보낸 군대에 져 일족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 여불위 역시 죽어야 하는 사람이었으나 선대부터의 공로를 인정받아 겨우 목숨을 건져 촉땅으로 내쳐졌다 죽게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이너믹 휴먼 드라마인 사마천의 사기 열전 전편을 통해서 여불위전은 사람을 진귀한 재물로 여겨 오래 투자해온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여불위가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는 진나라의 불행한 볼모 자초에게 투자한 것은 그의 상인으로서의 혜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후국들을 주유하며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투자였을 것이다. 그 당시 자초는 누구의 눈에도 쓸모없는 불모지였고, 투자가치 없는 깡통 주식에 불과 했다. 여불위만이 그의 가치를 알아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불행한 사람을 왕으로 만들었고, 결국 ‘그의 가문에 기대어 자신의 가문을 빛낸다’는 계획을 이루어 냈다.

사마천은 이 인물을 평하기 위해 공자의 말을 빌어 왔다. 논어의 ‘안연’편에 공자와 자장의 대화가 나오는데, 공자는 ‘겉으로는 어진 모습을 취하나 행동은 그와 다르고,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회의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거짓으로 명성을 취한’ 소인에 대하여 말한 바가 있는데, 사마천은 여불위를 빗대어 그렇게 평가했다. 이익을 취함에 있어 탁월한 인물이었지만 여불위는 이익 앞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다. 맹자는 보다 명쾌하다.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로움에 밝다’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라고 말했으니 여불위는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소인임에 틀림이 없다.

사마천이 여불위에 대한 생각을 공자의 입을 빌어 평한 것처럼 이번에는 나도 여불위의 사례가 현대의 경영자에게 시사하는 바를 헨리 포드의 입을 빌어 평하고 싶다. 헨리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이익을 내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경우에도 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불위는 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훌륭한 투자자였다. 특히 그가 사람에게 투자했다는 것은 대단히 탁월한 착상이었다. 그는 이미 사람을 상품으로 환산해 볼 줄 아는 계산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극히 현대적이다. 그러나 그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 실수의 기원은 그가 사람을 상품으로만 보았다는 점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는 다른 사람의 상품가치를 알아내는 데는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를 한 인간으로 깨우치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이익을 보면, 마땅히 그것이 옳은 것인지를 물었어야했고, 이익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계략과 거짓으로 난관을 넘어갔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회의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하여 묻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이익이 이끄는 데로 갔다. 그리하여 사람에 투자하는 데는 성공 했지만 자신에게 투자하는 데는 실패한 인물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나는 한 마디 여담을 끼워 넣고 싶다. ‘힘이 있는 곳에는 여성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틀렸다. 여불위 사례의 훌륭한 점은 남자들의 세계였던 춘추전국 시대에도 여성은 끊임없이 남자들의 운명에 개입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양부인이 없었으면 여불위의 투자는 성공할 수 없었다. 시황제를 밴 조나라 여인 조희가 없었더라면, 그의 투자 효과는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여불위는 바로 그 여인 조희 때문에 죽게 되었으니 ‘모든 힘 있는 곳에 여성이 있다’ 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21세기는 여성들의 세기다. 여성의 마음으로, 여성에게 팔지 못하면 기업은 망하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도 여불위전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바디샵의 걸출한 여인 아니타 로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론으로 삼고자 한다.

“ 우리는 리더로서 이익 추구가 아니라 인간 정신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업을 변화 시켜야 한다... 기업은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누구이며, 그들이 왜 그 일을 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일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 의식의 변화를 일으켜야한다 ”

그렇다. 기업가에게 이익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익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 이익이 깨끗한 것인가를 묻는 것이며, 기업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묻는 일이다.
IP *.116.3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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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06.08 19:25:26 *.75.166.23
스승님 !

한 때 이익의규범(이기고 지는 것)은 가치의 규범에 (존재나 삶의 의미와 보람) 종속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대통령 훈장이라는 것을 나라가 준 것은 그가 사회나 국가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훈장을 받고 금메달을 따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는 가치의 규범이 이익의 규범에 종속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 훈장을 위해,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정치를 하고 훈련을 합니다. 훈장을 받기 위해 윗사람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금 뺏지를 위해 거리에 나아가 인사를 하고 금메달을 위해 협회와 심판에게 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들은 예를 갖추고 봉사를 하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위와 명분과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훈장을 받고 금 뺏지를 달고 금메달을 따면 머리 좋은 사람이고 능력있는 사람이며 재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들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문회를 하고 더 복잡한 선거관리법을 만들고 고발을 하고 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와서 그러더군요,
‘선생님! 선생님이 옳지만 아무도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저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옳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스승님의 글 속에서 희미한 윤곽들을 찾게 됐지만 지혜와 노력이 부족해서 아직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언젠가 제자신의 코레아니티가 그려지는 날
그렇게 제자신에 대한 투자와 가치가 균형을 찾는 날
울타리안을 서성이던 발걸음을 멈추게 되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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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2006.08.25 09:30:46 *.99.241.68
스승님은 누구를 말하시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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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7.01.15 07:32:13 *.173.139.94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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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9 11:40:29 *.212.217.154

사사로운 이익에 앞서,

바른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되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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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10:50:00 *.101.91.62

사기열전의 여불위에서

헨리포드

아나타 로딕까지.

미래로 가는 열쇠는

역사속에서 찾을수 있습니다.


과거를 읽고 

거기에서 배운다면

제가 가는 길을 조금은 예측해볼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그 길을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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