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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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 신보 , 2006년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주 커다란 회사의 사장이었다.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는 것이 이 사람의 오래된 습관이다. 그에게 독서는 늘 저자와 진지한 문답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한 후에 아침밥을 먹었다. 그가 집을 나서서 회사로 향하는 시간은 아침 6시 30분이다.
그는 회사 사람이 다 지켜야 하는 이상한 불문율을 만들어 두었다. 이 회사에서는 출근 시간이 직급 순으로 되어 있어 이 원칙은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누구나 매일 지켜야한다. 모든 임원은 직원들 보다 열배 쯤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뿐 만 아니라 중요한 일은 정신이 맑은 오전 10 시 이전에 우선적으로 끝내도록 권장 되었다. 그는 ‘일은 아침 10시까지의 승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점심은 회사 식당에서 아주 간단한 메밀국수 정도로 떼우곤 했다. 오후가 되면 언제나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점은 없는 지 물어 보았다. 공장과 영업소를 방문하는 것이 오후 일과였다. 직원들과 대화는 나눌 때, ‘일을 할 때는 직원과 사장이 동격’이라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직원들도 그를 잘 따랐다. 직원 중에는 그를 아버지라 부르며 집으로 놀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
노사관계 역시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하던 날 술을 사들고 노조 사무실부터 방문했다. 공장을 방문할 때도 항상 노조 간부를 대동하고 다니며, ‘노사대등’의 철학을 실천해 보였다.
퇴근 후 다른 일정이 없으면 곧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밥과 된장국, 정어리 한 마리, 그리고 약간의 채소가 전부인 소박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책을 읽었다. 그는 저녁 6시부터 10시 까지를 어떻게 보내는 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달라진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교외의 작은 집에 살고 있었다, 낡은 양복 몇 벌로 평생을 살았고, 구두는 창을 대어 신었다. 한 달에 아주 작은 생활비로 살았고 그것을 뺀 모든 돈을 어머니가 설립한 학교에 기부했다. 사적인 용도로는 회사차를 쓰지 않았다. 출근도 웬만하면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였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 작은 공 보다는 큰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이 좋다면서, 골프 대신 텃밭에 직접 채소를 가꾸어 먹었다. 그에게 지구는 아주 큰 공이었다. 참 웃지 못할 일은 그의 회사는 TV 세트를 만드는 아주 큰 회사였는데 그의 집에는 컬러 TV 세트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회사가 컬러 TV 100 만대 생산 기념으로 한 대를 사서 그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아주 잘 짜여진 일정대로 로봇처럼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는 하루에 30분 정도는 멍하니 보내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멍청이 시간을 가지라고 권유했다, 그시간에 일에 쫒기는 것을 막고, 머리를 비우고, 아주 다른 아이디어를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그의 생활 신조는 다음과 같이 잘 짜여진 대귀를 이루고 있었다.
“생활은 낮게, 생각은 높게, 개인은 검소하게, 사회는 풍요롭게”
아마 여러분은 이 사람의 하루 일과를 들으며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여길 지도 모른다. 이제 이런 이야기는 옛날 가난한 시절의 추억이며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처세라 여길 지도 모른다. 지금은 풍요의 시절이기 때문에 곤궁한 시대의 신조와 생활 철학 역시 사라져야할 유산으로 여길 지도 모른다. 그렇다. 아마 그럴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은 이제 아주 희소한 특이한 청결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이미 죽었다.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의 이름은 도코 도시오다. 41살에 임원이 되어 90살 까지 현역으로 있던 경영자였다. 도시바의 회장이었고, 경단련의 회장이었고, 정부의 행정개혁심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간판이 그를 높혀 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간 그의 방식에 존경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 우화 같은 실화 속에서 몇 가지 행동 강령을 뽑아 일상을 밝히는 명랑한 촛불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 모든 중요한 일은 오전에 끝내준다. 오전이 일의 급소다. 오후는 여분이며 진보를 위 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나를 계발해야하는 시간이다.
*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에 나의 프로그램 하나를 꼭 가진다. 자격증 공부를 해도 좋고, 영어를 위해 써도 좋다. 혹은 그림을 그려도 좋고 시를 써도 좋다. 퇴근 후의 시간이 나의 미래를 위한 결정적 투자가 되게 한다.
* 하루에 1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다. 독서는 돈 만원 남짓으로 세계 최고의 멘토로 부터 수업을 받는 것이다.
* 하루에 30분은 나를 놓아둔다, 아무 생각 없는 멍청이 시간을 주어 심신의 스트레스를 내버리고, 나를 비운다. 혹 천둥처럼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아이디어 노트에 잘 적어두고 마치 인큐베이터에 넣은 아이처럼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키워본다.
* 몸을 낮추어라.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겸손한 자가 마음을 얻으리라. 먼저 아는 척 척하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웃자.
* 나만의 취미를 갖자. 취미만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하지 말자.
나에 맞는 나만의 취미, 그것이 숨통이다.
* 혼자 시내 나올 때는 버스나 전철을 타자. 세 정거장 이내는 반드시 걷자. 걷는 것이 웰빙이다.
IP *.116.34.173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주 커다란 회사의 사장이었다.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는 것이 이 사람의 오래된 습관이다. 그에게 독서는 늘 저자와 진지한 문답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한 후에 아침밥을 먹었다. 그가 집을 나서서 회사로 향하는 시간은 아침 6시 30분이다.
그는 회사 사람이 다 지켜야 하는 이상한 불문율을 만들어 두었다. 이 회사에서는 출근 시간이 직급 순으로 되어 있어 이 원칙은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누구나 매일 지켜야한다. 모든 임원은 직원들 보다 열배 쯤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뿐 만 아니라 중요한 일은 정신이 맑은 오전 10 시 이전에 우선적으로 끝내도록 권장 되었다. 그는 ‘일은 아침 10시까지의 승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점심은 회사 식당에서 아주 간단한 메밀국수 정도로 떼우곤 했다. 오후가 되면 언제나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점은 없는 지 물어 보았다. 공장과 영업소를 방문하는 것이 오후 일과였다. 직원들과 대화는 나눌 때, ‘일을 할 때는 직원과 사장이 동격’이라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직원들도 그를 잘 따랐다. 직원 중에는 그를 아버지라 부르며 집으로 놀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
노사관계 역시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하던 날 술을 사들고 노조 사무실부터 방문했다. 공장을 방문할 때도 항상 노조 간부를 대동하고 다니며, ‘노사대등’의 철학을 실천해 보였다.
퇴근 후 다른 일정이 없으면 곧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밥과 된장국, 정어리 한 마리, 그리고 약간의 채소가 전부인 소박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책을 읽었다. 그는 저녁 6시부터 10시 까지를 어떻게 보내는 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달라진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교외의 작은 집에 살고 있었다, 낡은 양복 몇 벌로 평생을 살았고, 구두는 창을 대어 신었다. 한 달에 아주 작은 생활비로 살았고 그것을 뺀 모든 돈을 어머니가 설립한 학교에 기부했다. 사적인 용도로는 회사차를 쓰지 않았다. 출근도 웬만하면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였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 작은 공 보다는 큰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이 좋다면서, 골프 대신 텃밭에 직접 채소를 가꾸어 먹었다. 그에게 지구는 아주 큰 공이었다. 참 웃지 못할 일은 그의 회사는 TV 세트를 만드는 아주 큰 회사였는데 그의 집에는 컬러 TV 세트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회사가 컬러 TV 100 만대 생산 기념으로 한 대를 사서 그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아주 잘 짜여진 일정대로 로봇처럼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는 하루에 30분 정도는 멍하니 보내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멍청이 시간을 가지라고 권유했다, 그시간에 일에 쫒기는 것을 막고, 머리를 비우고, 아주 다른 아이디어를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그의 생활 신조는 다음과 같이 잘 짜여진 대귀를 이루고 있었다.
“생활은 낮게, 생각은 높게, 개인은 검소하게, 사회는 풍요롭게”
아마 여러분은 이 사람의 하루 일과를 들으며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여길 지도 모른다. 이제 이런 이야기는 옛날 가난한 시절의 추억이며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처세라 여길 지도 모른다. 지금은 풍요의 시절이기 때문에 곤궁한 시대의 신조와 생활 철학 역시 사라져야할 유산으로 여길 지도 모른다. 그렇다. 아마 그럴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은 이제 아주 희소한 특이한 청결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이미 죽었다.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의 이름은 도코 도시오다. 41살에 임원이 되어 90살 까지 현역으로 있던 경영자였다. 도시바의 회장이었고, 경단련의 회장이었고, 정부의 행정개혁심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간판이 그를 높혀 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간 그의 방식에 존경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 우화 같은 실화 속에서 몇 가지 행동 강령을 뽑아 일상을 밝히는 명랑한 촛불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 모든 중요한 일은 오전에 끝내준다. 오전이 일의 급소다. 오후는 여분이며 진보를 위 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나를 계발해야하는 시간이다.
*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에 나의 프로그램 하나를 꼭 가진다. 자격증 공부를 해도 좋고, 영어를 위해 써도 좋다. 혹은 그림을 그려도 좋고 시를 써도 좋다. 퇴근 후의 시간이 나의 미래를 위한 결정적 투자가 되게 한다.
* 하루에 1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다. 독서는 돈 만원 남짓으로 세계 최고의 멘토로 부터 수업을 받는 것이다.
* 하루에 30분은 나를 놓아둔다, 아무 생각 없는 멍청이 시간을 주어 심신의 스트레스를 내버리고, 나를 비운다. 혹 천둥처럼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아이디어 노트에 잘 적어두고 마치 인큐베이터에 넣은 아이처럼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키워본다.
* 몸을 낮추어라.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겸손한 자가 마음을 얻으리라. 먼저 아는 척 척하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웃자.
* 나만의 취미를 갖자. 취미만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하지 말자.
나에 맞는 나만의 취미, 그것이 숨통이다.
* 혼자 시내 나올 때는 버스나 전철을 타자. 세 정거장 이내는 반드시 걷자. 걷는 것이 웰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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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쉽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한 지시와 명령만으로는 결코 얻을수있는것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얻어진자는 '리더'가 아닌 '보스'라 불리우더군요.
리더쉽에대한 명쾌한 해석으로 유명한 사이먼 사이넥은
그의저서 '러더는 나중에 먹는다'에서
리더의 역활과 의미에대해
'리더는 조직원의 신뢰로 추대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직안에서 서로간의 신뢰가 전부라는 이야기이지요.
그런의미에서 위에 말씀하신 일본의 경영자는
참 좋은 리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조직원들을 보살피고 아우를수있는 리더가 많아질때
사회는 조금 더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그런 미래를 위해
오늘도 좋은 리더가 되기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습니다.
VR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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