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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4일 22시 05분 등록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5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다는 사실, 개성과 어울림의 법칙, 삼성SDS

어느 정원사가 뜰 안 가득 백합을 가꾸고 키웠다. 유난히 백합을 좋아하여 백합만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을 때 정원사는 그 향기에 취하고 그 모습에 눈멀었다. 그러나 꽃들의 생각은 달랐다. 뜰 안에 한 종류의 꽃만 심고 가꾸는 원예사에게 많은 꽃들이 각기 자신들의 목소리로 항의했다.

“하나만 좋아하는 것은 다른 것에 대한 경멸이 반드시 숨어 있는 법이에요.”
“그들에게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면 우리들에겐 아름다운 자태와 영혼이 있답니다.”
“섞이고 어울리는 개성들의 아름다운 우정을 체험해 보세요.”
“우리에게도 우리의 세계가 있어요. 남을 이해하고 그들로부터 이해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원예사가 정성껏 키우고 있는 백합꽃마저 이렇게 말했다.
“우린 너무 적적해요. 그리고 우리끼리의 지루한 대화에 지쳤어요. 모양도 다르고 향기도 다르고 가장 아름다운 시기도 다른 여러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요. 그러면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을 거예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원예사가 중얼거렸다.

“꽃들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개성이 있구나. 서로를 비교하지만 모두 자기의 모습에 유일함의 자부심을 품고 있구나. 비교할 수 없으면 모든 개념이 흐리터분해지는 것이다. 짧은 게 있어야 긴 것을 볼 수 있고, 작은 게 있어야 큰 것을 볼 수 있으며, 가는 것이 있어야 굵은 것을 볼 수 있고, 어두운 것이 있어야 밝은 것이 빛나는 것이구나. 오늘부터 나의 뜰은 여러 꽃들이 함께 웃고 떠들도록 해야겠다. 그리하여 모든 꽃들이 제철이 되면 마음껏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들의 함성과 열정으로 내 정원을 가득 채우자”

이 이야기 역시 누군가가 만든 이야기를 내 구미에 맞도록 약간 각색한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새로 지어 내는 데 능하지 못하다. 나는 문학가라기보다는 역사가 쪽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 자기가 태어나 기질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점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대목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반드시 누군가를 설득 시켜 내 목적을 지원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생각을 즐기는 여흥의 하나이기도 하다. 대화의 즐거움을 한 번 생각해 보라. 통합해야할 이유도 반박해야할 일도 아닌 즐겨야할 내용으로 가득 찬 대화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지 생각해 보라. 이해 받고 있다는 것, 이해시키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대화가 가지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극적 묘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방식을 터득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모든 사람이 다 쓰는 기본적인 방식에 대하여 배우기 전에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자신의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로 안되면 글로 쓰고 글로 안되면 노래로 하고 노래로도 안되면 몸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림으로 보여주어도 좋다.

예를 들어 피카소는 매일 그림을 그렸다. 그에게 그림은 일기 같은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글로 쓸 때 그는 그림으로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그의 정신의 변천사로 읽힌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어느 날 그가 느낀 성취와 곤혹감, 기쁨과 환희, 그리고 고통들을 알게 된다. 피카소는 아주 많은 드로우잉 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노트의 대중 전시회를 ‘나는 노트다’ 라고 명명한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었다. 멀리서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내 연구원 중에 나와 나이가 별로 차이 나지 않은 주부가 있다. 그녀가 말을 잘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참 많이 한다. 그녀의 글을 읽을 때는 얼른 깨어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표출 방식을 찾아 잘 계발해 두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잊어서는 안되는 원칙이다. 나는 이것을 개성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때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대목이 있다. 피카소가 조르쥬 브라크를 만나 서로 깊이 반해 함께 입체주의를 실험해 갈 때는 거의 드로우잉 노트 기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브라크가 피카소의 노트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노트 대신 살아있는 협력자와 비평가가 생겨나 직접적인 대화의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노트는 필요 없었다. 그들은 매일 만났고, ‘같은 밧줄에 몸을 묶고 함께 산에 오르 듯, 서로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던 ’ 것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개성의 법칙은 어울림의 법칙으로 사회적 확장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대상과 조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달라 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보편적인 예를 든다면 평소에는 과묵하게 있어 저 사람 무슨 생각하는 지 전혀 모르다가도 그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그의 영혼이 노래의 가사 속에 녹아 음율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알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과 노래가 만나 잘 어울리는 궁합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개성만으로는 외로운 것이다. 그 차별적 매력이 빛을 발하려면 어울림이 중요하다.

이제 조금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혹은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자기 다워야 한다. 이때 그 사람다운 개성은 곧 매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우리를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계발할 필요가 있다.

말, 글, 노트, 노래, 춤, 그림, 침묵, 표정, 제스처, 억양, 눈빛, 의상등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도구 상자에 잘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몇 개 갖추어 두자. 그러나 그 매력은 어떤 사람 혹은 어떤 대상이냐에 따라 흡수력이 달라진다. 피카소는 자신이 이해 받지 못했을 때 자신의 대화상대로 노트를 선택했지만, 브라크가 나타나 자신을 이해해 주자 노트 대신 그를 대화의 상대로 하여 자신을 그려 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준비해둔 도구 중에서 대상과 상황에 맞게 가장 어울리는 것을 꺼내 활용해 보자.

IP *.116.3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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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2006.12.07 19:24:19 *.81.12.153
브라크가 피카소의 노트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에, 별도로 노트가 필요없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짠합니다.

우리 모두 한번쯤 꿈꿔보는 관계, 딱히 이성이 아니라 지기가 그리운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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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통
2006.12.15 20:12:14 *.241.151.50
오늘 커피타임에서 눈에 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 하는 습관이 딱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늘 새로운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과 설을 풀어 이야기 하는 사람, 듣기만 하는 사람, 흉내를 내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 해주는 사람, 저처럼 이야기 주제를 끊어버려 썰렁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 목소리로 나의 이야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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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7.01.08 08:01:26 *.173.139.94
매력^^멋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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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18:08:05 *.212.217.154

저도, 저만의 대화도구 -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발견했습니다.

아직은 거칠고 미숙하지만, 

잘 다듬고 끈기있게 지켜봐준다면

분명 좋은 보석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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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7 09:44:47 *.171.101.199

원석처럼 밝게 빛나는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그냥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져 미소짓게 되지요.

그 원석을 매일매일의 힘으로 닦고 연마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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