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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게으름, 문요한, 더난 출판사, 2007, 2 월, 월간 중앙
공무원으로 일하는 그녀의 직장 생활은 말라 죽어 가는 꽃과 같다.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 생활을 계속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5년을 남의 자리에 앉아 있는 듯이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지식에 대한 애정을 대단하다. 매일 책을 읽고, 대화중에 모르는 주제가 나오면 인터넷을 떠돌며 정보를 찾아본다. 그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운다. 강연을 쫓아다니고 열심히 플래너를 적는다.
그러나 늘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 보다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렇게 열심인 그녀가 설마 게으른 사람일까 ? 저자는 ‘그렇다’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삶이 향해가는 초점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삶의 방향성’을 게으름 판정의 기준으로 삶고 있다. 운동량이 많고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해도 삶의 중심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하면, 그 에너지는 흩어져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은 회피하거나 제쳐두고 다른 잡다한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위장된 게으름의 덫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선택을 회피하거나, 끝없이 시작을 미루는 것, 약속을 어기고,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아두고 딴일을 하는 것, 꾸물거리기, 주관이 없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들은 모두 게으름의 가면들이다. 심지어 서두름조차도 게으름의 변신이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을 미루어 두었기 때문에 끝판에 똥줄이 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두름은 언제나 게으름의 다른 얼굴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으름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가장 중요한 것은 게으름이란 옷처럼 언제나 벗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일이다.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꾸물거리다 ‘나는 안돼’라고 자포자기하면 게으름에서부터 벗어 날 수 없다. 대신 시도하고 혹시 잘못되더라도 이것을 만회가 가능한 실수로 인식하고 잘못된 것을 보완하여 새롭게 시도하다 보면 게으름은 더 이상 우리 속에 둥지를 틀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게으름을 물리칠 수 있는 10가지 무기를 제시한다. 그 대략을 살펴보자.
게으름 극복의 출발점은 우선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데 있다. 자신을 비난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고 변명하라는 뜻도 아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각성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내 안에 ‘더 큰 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미래로 달려가 빛나는 삶의 비전을 창조해 내라고 권고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현재와 미래의 비전 사이에 단단한 이정표를 세워두라고 말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까지 도달하려면 싸워야 한다. 이 싸움은 어려운 싸움이지만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승리가 바로 중간에 포기 하지 않고 비전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 힘든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어도 두 가지를 확보해야한다. 하나는 함께 싸워 줄 원군이다. 힘들 때 격려해 주고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집단을 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에너지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반드시 확보해야할 또 하나는 좋은 습관의 힘이다. 매일 반복하여 습관을 만들어 두면 특별한 인내력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매일 정해진 일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두 가지의 원군을 확보했다면 전투로 돌입하자. 나를 쓰라린 과거에 묶어 두고 나를 비난하게 하고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던 대목에서 승리하여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을 지켜가게 되면 그 승리의 빛이 게으름을 물리쳐 사라지게 한다.
일단 작은 승리들이 쌓이게 되면 마치 이기는 법을 터득한 장수처럼 게으름을 다룰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가지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이미 게으름은 우리 속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게 마련이다.
이제 기억하자. 게으름이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저 빈둥거리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삶의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잡다한 일상의 허드레 일 속에 파 묻혀 바쁘게 지내는 것은 오히려 삶에 대한 게으름의 결과인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포겔을 이 역설적 게으름을 ‘무엇으로 살 것인가는 해결되었지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삶의 수단은 있으나 삶의 목적은 없는 삶’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일을 하자.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이루어 가는 인생을 살자. 이것이 게으름의 덫을 벗어나는 단순하고 명료한 행동 강령이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 진지함에서 조금만 더 벗어날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쉽고 재미있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한편 재미 보다는 진지함에 대한 신뢰가 더 큰 게으름뱅이들은 저자의 따스한 카운슬링에 만족할 것이다. 안녕,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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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일하는 그녀의 직장 생활은 말라 죽어 가는 꽃과 같다.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 생활을 계속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5년을 남의 자리에 앉아 있는 듯이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지식에 대한 애정을 대단하다. 매일 책을 읽고, 대화중에 모르는 주제가 나오면 인터넷을 떠돌며 정보를 찾아본다. 그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운다. 강연을 쫓아다니고 열심히 플래너를 적는다.
그러나 늘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 보다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렇게 열심인 그녀가 설마 게으른 사람일까 ? 저자는 ‘그렇다’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삶이 향해가는 초점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삶의 방향성’을 게으름 판정의 기준으로 삶고 있다. 운동량이 많고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해도 삶의 중심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하면, 그 에너지는 흩어져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은 회피하거나 제쳐두고 다른 잡다한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위장된 게으름의 덫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선택을 회피하거나, 끝없이 시작을 미루는 것, 약속을 어기고,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아두고 딴일을 하는 것, 꾸물거리기, 주관이 없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들은 모두 게으름의 가면들이다. 심지어 서두름조차도 게으름의 변신이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을 미루어 두었기 때문에 끝판에 똥줄이 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두름은 언제나 게으름의 다른 얼굴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으름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가장 중요한 것은 게으름이란 옷처럼 언제나 벗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일이다.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꾸물거리다 ‘나는 안돼’라고 자포자기하면 게으름에서부터 벗어 날 수 없다. 대신 시도하고 혹시 잘못되더라도 이것을 만회가 가능한 실수로 인식하고 잘못된 것을 보완하여 새롭게 시도하다 보면 게으름은 더 이상 우리 속에 둥지를 틀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게으름을 물리칠 수 있는 10가지 무기를 제시한다. 그 대략을 살펴보자.
게으름 극복의 출발점은 우선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데 있다. 자신을 비난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고 변명하라는 뜻도 아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각성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내 안에 ‘더 큰 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미래로 달려가 빛나는 삶의 비전을 창조해 내라고 권고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현재와 미래의 비전 사이에 단단한 이정표를 세워두라고 말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까지 도달하려면 싸워야 한다. 이 싸움은 어려운 싸움이지만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승리가 바로 중간에 포기 하지 않고 비전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 힘든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어도 두 가지를 확보해야한다. 하나는 함께 싸워 줄 원군이다. 힘들 때 격려해 주고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집단을 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에너지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반드시 확보해야할 또 하나는 좋은 습관의 힘이다. 매일 반복하여 습관을 만들어 두면 특별한 인내력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매일 정해진 일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두 가지의 원군을 확보했다면 전투로 돌입하자. 나를 쓰라린 과거에 묶어 두고 나를 비난하게 하고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던 대목에서 승리하여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을 지켜가게 되면 그 승리의 빛이 게으름을 물리쳐 사라지게 한다.
일단 작은 승리들이 쌓이게 되면 마치 이기는 법을 터득한 장수처럼 게으름을 다룰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가지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이미 게으름은 우리 속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게 마련이다.
이제 기억하자. 게으름이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저 빈둥거리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삶의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잡다한 일상의 허드레 일 속에 파 묻혀 바쁘게 지내는 것은 오히려 삶에 대한 게으름의 결과인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포겔을 이 역설적 게으름을 ‘무엇으로 살 것인가는 해결되었지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삶의 수단은 있으나 삶의 목적은 없는 삶’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일을 하자.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이루어 가는 인생을 살자. 이것이 게으름의 덫을 벗어나는 단순하고 명료한 행동 강령이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 진지함에서 조금만 더 벗어날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쉽고 재미있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한편 재미 보다는 진지함에 대한 신뢰가 더 큰 게으름뱅이들은 저자의 따스한 카운슬링에 만족할 것이다. 안녕,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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