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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아침- 2007년 서문 혹은 후기
오늘은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날이다. 나는 삶 속에서 내게 오늘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대체로 기뻐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갈 때 원하는 것을 품고 매일 애쓰는 것은 좋은 삶이다. 호라티우스의 ‘송가’ 11편 속에 나오는 것처럼 ‘내일을 믿지 말고 오늘의 열매를 따는 데’ 나는 몰두한다.
나는 50:50의 인생을 살고 싶다. 애를 쓰면 얻고 마음을 놓으면 얻지 못하는 정직한 긴장에 나를 걸고 싶다. 길게 볼 때 인생은 매우 솔직하여 애를 쓴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 애를 쓰지 않거나 너무 늦게 나타나는 사람에게 인생은 벌을 내린다. 시간이 지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으니 세월 보다 무섭게 살을 헤집어드는 사나운 채찍은 없다. 나이가 들어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자신을 보는 것은 추운 일이다. 세월이 지나 어떤 것에도 마음을 쏟지 못한 자신처럼 미운 것은 없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쓸데없는 것들에 연연하여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살았던 그 많은 시간보다 통탄에 젖게 하는 것은 없다.
지난 10년 간 글을 쓰며 살았다. 많은 강연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과 손을 나누었다. 글 쓰는 사람의 비유로 인생을 말한다면 삶이란 한 권의 책과 같다. ‘자신이라는 이름의 책’을 펼칠 때 차마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동이 없다면 그 삶이 좋았다 말하기 어렵다. 세월이 지난 내 책을 보며 나는 이 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되새겨 보았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던 그렇지 못했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경계를 넘지 않으면 탐험은 시작되지 않는다. 탐험이 없는 인생이 줄 수 있는 새로움은 없다. 나를 실험하고 싶었고 나를 누르는 세상 이야기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시지프의 신화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내가 새로운 하루를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하도록 만들었다. 바위를 굴려 올려 정상에 가까워지면 그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 굴러 떨어진 돌을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운명적 형벌이 매일 반복된다는 이 신화의 틀을 깨부수지 않고는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기로 했다.
어느 날 새벽 바위를 굴려 올리기 시작하자 내 속에 있는 어떤 위대한 것이 소리쳤다.
“오늘을 바위가 다시는 굴러 떨어 지지 못하게 하는 첫 번 째 날로 만드리라“
정상에서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려 했다. 그때 내가 외쳤다.
“오늘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다. 돌이 떨어진다면 나는 다시는 계곡 밑으로 내려가 돌 을 굴려 올리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
그러자 돌은 멈춰섰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면 내일의 형벌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윽고 내 뇌의 시넵스를 지배하던 마법의 주술이 플렸다. 나의 머리를 통제하던 시지프의 신화는 파괴되었다. 더 이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지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굴리던 커다란 바위를 정상에 올려두었다. 그리하여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밟고 올라 그동안 넘어 온 산들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삼았다.
2007년 이 책의 서문을 다시 쓰며 나는 더 이상 나를 변화경영전문가로 부르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이제부터 스스로를 변화경영사상가로 부를 생각이다. 그리고 10년 후가 될 지 죽을 때가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윽고 ‘변화경영의 시인’으로 변화할 것이다. 시야 말로 행간 마다 변화를 이루어 낸 글이다. 글을 쓰면서 한 줄을 바꾸어 쓸 때 마다 생각의 도약이 이루어지는 글쓰기가 바로 시인 것이다. 행간과 행간 사이에 커다란 텅빈 공간이 자리할 때 우리는 그것을 시라 부른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무수한 버전의 이야기들이 가능한 그 텅빈 공간이 바로 창조적인 공간인 것이다.
밥벌이에 지지 말자.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두려워 말자. 꿈을 꾸자. 삶의 어디에서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보이자. 현실과 꿈 사이를 일상의 좋은 감촉으로 채워 넣자. 기쁨으로 시작한 삶이 지혜로 끝나게 하자. 그리하여 시처럼 인생을 살자.
구본형
2007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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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날이다. 나는 삶 속에서 내게 오늘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대체로 기뻐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갈 때 원하는 것을 품고 매일 애쓰는 것은 좋은 삶이다. 호라티우스의 ‘송가’ 11편 속에 나오는 것처럼 ‘내일을 믿지 말고 오늘의 열매를 따는 데’ 나는 몰두한다.
나는 50:50의 인생을 살고 싶다. 애를 쓰면 얻고 마음을 놓으면 얻지 못하는 정직한 긴장에 나를 걸고 싶다. 길게 볼 때 인생은 매우 솔직하여 애를 쓴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 애를 쓰지 않거나 너무 늦게 나타나는 사람에게 인생은 벌을 내린다. 시간이 지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으니 세월 보다 무섭게 살을 헤집어드는 사나운 채찍은 없다. 나이가 들어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자신을 보는 것은 추운 일이다. 세월이 지나 어떤 것에도 마음을 쏟지 못한 자신처럼 미운 것은 없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쓸데없는 것들에 연연하여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살았던 그 많은 시간보다 통탄에 젖게 하는 것은 없다.
지난 10년 간 글을 쓰며 살았다. 많은 강연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과 손을 나누었다. 글 쓰는 사람의 비유로 인생을 말한다면 삶이란 한 권의 책과 같다. ‘자신이라는 이름의 책’을 펼칠 때 차마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동이 없다면 그 삶이 좋았다 말하기 어렵다. 세월이 지난 내 책을 보며 나는 이 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되새겨 보았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던 그렇지 못했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경계를 넘지 않으면 탐험은 시작되지 않는다. 탐험이 없는 인생이 줄 수 있는 새로움은 없다. 나를 실험하고 싶었고 나를 누르는 세상 이야기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시지프의 신화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내가 새로운 하루를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하도록 만들었다. 바위를 굴려 올려 정상에 가까워지면 그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 굴러 떨어진 돌을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운명적 형벌이 매일 반복된다는 이 신화의 틀을 깨부수지 않고는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기로 했다.
어느 날 새벽 바위를 굴려 올리기 시작하자 내 속에 있는 어떤 위대한 것이 소리쳤다.
“오늘을 바위가 다시는 굴러 떨어 지지 못하게 하는 첫 번 째 날로 만드리라“
정상에서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려 했다. 그때 내가 외쳤다.
“오늘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다. 돌이 떨어진다면 나는 다시는 계곡 밑으로 내려가 돌 을 굴려 올리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
그러자 돌은 멈춰섰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면 내일의 형벌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윽고 내 뇌의 시넵스를 지배하던 마법의 주술이 플렸다. 나의 머리를 통제하던 시지프의 신화는 파괴되었다. 더 이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지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굴리던 커다란 바위를 정상에 올려두었다. 그리하여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밟고 올라 그동안 넘어 온 산들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삼았다.
2007년 이 책의 서문을 다시 쓰며 나는 더 이상 나를 변화경영전문가로 부르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이제부터 스스로를 변화경영사상가로 부를 생각이다. 그리고 10년 후가 될 지 죽을 때가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윽고 ‘변화경영의 시인’으로 변화할 것이다. 시야 말로 행간 마다 변화를 이루어 낸 글이다. 글을 쓰면서 한 줄을 바꾸어 쓸 때 마다 생각의 도약이 이루어지는 글쓰기가 바로 시인 것이다. 행간과 행간 사이에 커다란 텅빈 공간이 자리할 때 우리는 그것을 시라 부른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무수한 버전의 이야기들이 가능한 그 텅빈 공간이 바로 창조적인 공간인 것이다.
밥벌이에 지지 말자.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두려워 말자. 꿈을 꾸자. 삶의 어디에서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보이자. 현실과 꿈 사이를 일상의 좋은 감촉으로 채워 넣자. 기쁨으로 시작한 삶이 지혜로 끝나게 하자. 그리하여 시처럼 인생을 살자.
구본형
2007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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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선곳에서의 아침.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이 어려워 질 때에
반복되는 시지프의 굴래를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된다.
그 굴래를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다시 또 다른 시지프의 돌을 찾아,
그곳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맞이할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밥벌이에 지지 말자, 살고싶은데로 사는 것을 두려워 말자, 그리고 꿈을 꾸자'는 선생님의 말씀은
그래서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
'... 삶이 어디에 있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자,
현실과 꿈 사이를 일상속에서 이어 나가자,
기쁨으로 시작한 삶이 지혜롭기를 바라자,
그리하여 시처럼 인생을 살자.'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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