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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6일 14시 48분 등록
물리학자와 함께 떠나는 몸속 기 여행, 김훈기 저, 동아 일보사 (월간중앙 )

더운 여름 나는 아침 해가 뜰 때 이 얇은 책을 붙들었다. 다 읽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 더위를 알지 못했다. 딱딱한 책이지만 흥미로왔다. 이 모순적 표현이 가능한 것은 평소 알고 싶은 내용을 이 책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듣고 보면 당신도 흥미로울 것이다. 침을 맞고 뜸을 뜨면 시원하고 통증이 가라앉고 고통이 완화되고 낫게 되는데 왜 한의학은 서양의 과학으로는 설명되지 않을까 ? 피가 흐르려면 혈관이 있어야 하고, 정신활동이 가능하려면 두뇌와 신경 조직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가 흐르려면 이게 가능한 신체적 구조가 있어야 할 텐데, 기는 흐르는데 왜 기가 흐르는 통로는 찾을 수 없을까 ? 경혈에 침을 놓아 자극하고 그 자극은 경락을 따라 전달되어 우리를 치유한다는데 그 경락이란 것이 있을까 ? 어찌하여 기능과 효과는 있는 데 실체는 없단 말인가 ?

1962년 세계적인 통신사 AFP는 북한의 김봉한 박사팀의 봉한관 Bonghan ducts 의 발견을 보도하며, ‘영국의 생리학자 하비가 달성한 혈액순환의 발견과 대등한 발견’이라고 흥분했다. 봉한관은 그 동안 실체를 증명하지 못했던 기가 흐르는 통로의 존재를 밝혀낸 개가였다. 이 발견으로 혈관과 림프관에 이어 제 3의 새로운 생명의 통로가 발견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후 김봉한은 갑자기 사라졌고, 누구도 이 새로운 통로에 대하여 비중있는 언급을 하지 못한 채 수 십년이 흘렀다. 그러다 우연히 여러 번 김봉한의 연구 논문과 조우하게 된 서울대의 소광섭 교수팀은 2002년부터 의학계의 신대륙에 해당되는 봉한계의 증명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책은 ‘서구 학문의 수입모방을 벗어나 한국의 전통에 바탕을 둔 한의학의 세계적 선도력’을 위한 소광섭 교수팀의 노력을 저자가 대중을 위해 정리한 책이다. 그래서 비록 딱딱하지만 의학 미스터리를 따라가듯 흥미롭다.

그동안 과학은 서구의 물리주의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물리주의는 기본적으로 모든 자연 현상은 쪼개고 쪼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요소인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을 합하면 다시 전체가 된다는 믿음이다. 결국 물리학에 의해 모든 자연 현상이 이해될 수 있다는 물리적 환원주의로 연결 되었다. 그후 1960년대부터 신과학운동은 물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유기론적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고 동양사상과의 접목을 통한 현대 물리학의 재해석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시도는 타당했지만 물리주의의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진보는 없었다. 마침 한의학은 서양과 동양의 지식 체계가 만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분야 중의 하나임에 주목하게 되었다. 기가 흐르는 통로와 자극점으로서의 경락과 경혈의 구조를 발견해 내기 까지, 그리고 그것을 서양의 과학 사회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의미있는 발견으로 증명해 내기 까지의 노력 - 그 노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 을 중심으로 다룬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없는 것은 아니다. 물질 세계는 관찰자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의 세계는 관찰자의 인식과 신념체계와 밀접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우주관과 인식의 틀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의학의 과학적 체계가 밝혀지고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게 될 때, 동양의 사상과 한국의 전통은 세계적 보편성을 얻어 세계인들을 위한 소중한 지적 유산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본 분들은 좀 비싸지만 프리쵸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그리고 소광섭 교수의 ‘물리학과 대승기신론’을 탐독해 보면 즐거울 것이다.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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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0:19:48 *.211.29.24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풀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치 음과 양이 만나 온전한 존재가 되듯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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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21:42:47 *.212.217.154

흥미로움에 검색해보니,

대중적으로는 '유사과학'으로 분류되어 등한시된 시각이더군요.


비록 현실 주류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 발상이 참 독특하여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잘못된 지식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만 그 비틀어진 지식에서

또 다른 가능성의 씨앗조차 빼앗아 버리지는 말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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