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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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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9일 16시 0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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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본 오페라 DVD에서 이 캐럭터에 빠져버렸습니다. 주인공 왕자보다 왕자를 보조해주는 역을 하는 새잡이가 훨씬 실제의 인물과 더 유사하고 유쾌했기 때문입니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DVD로 보았습니다. DVD표지에는 공연의 마지막장면과 새잡이의 모습을 앞뒤로 담고 있습니다. 음악 중에 인상깊은 것은 새잡이 파파게노와 그의 애인 파파게냐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들이 사랑에 빠져서 둘의 사랑을 축복받길 바란다는 것을 함께 기도하는 장면인데요, 축복으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 둘의 기도는,  먼저는 어린 파파게냐를 낳게 해달라고, 그리고는 어린 파파게노를, 다음은 또 파파게냐를, 그리고 또 파파게노를.....

 

이 둘의 기도를 듣다가 사랑하는 상대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그 부분이 좋아졌습니다. 이야기에는 둘은 결혼해서 아들 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것이 많습니다. 그것을 이렇게 표현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술피리의 주인공 왕자는 어여쁜 공주를 구하러가는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새잡이는 덤으로 왕자를 따라가게 됩니다. 왕자에게는 공주를 구출하여, 공주와 맺어진다는 약속이 있지만, 파파게노는 덤으로 위험한 모험에 따라가게 됩니다. 자신이 반한 여자를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닌 마지못해 떠나는 모험입니다. 파파게노는 모험 중에 노파를 만나서 노파의 청혼을 받습니다.  이 성에서 나가지 못하고 혼자 지내야 한다면, 아무도 없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외로이 보내는 것보다는 노파와 맺어지는 게 낫다고 결심하고 손을 잡으니, 노파는  어여쁜 아가씨가 됩니다.  둘은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저는 주인공 왕자와 공주가 부르는 성스러운 노래보다도 파파게노와 파파게냐의 노래가 좋습니다. 이 둘의 사랑이 경쾌해서 좋습니다.

 

저는 왜 이 캐릭터가 이 오페라에 들어갔나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왕자의 멋진 모습과는 대조되는, 멋지지 않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나약하고 말 많고 촐랑대는 파파게노는 춘향전에 방자와 비슷합니다. 고뇌하는 주인공 왕자와는 대조적으로 별로 고민도 없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이 남자의 짝은 삶에 고민하는 공주가 아닌 마법에 걸린 파파게냐입니다. 왕자만 공주를 구출한 것이 아니라, 파파게노 또한 자신의 짝 파파게냐를 구해냅니다.

 

저는 이 오페라가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왕자와 공주보다도 우리의 모습과 조금 더 가까운 파파게노와 파파게냐가 더 환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왕자가 모험하면서 풀어내는 문제보다도,  파파게노가 하는 모험이, 파파게노가 모험 중에 원하는 것이 오페라를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환상 속에 그들이 들어간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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