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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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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9일 23시 58분 등록

 

 

산행이 이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 몇 달 전부터 아픈 허리가 통증을 가져 오기도 했지만 관악산 자연환경 지킴이 활동 파악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산행이다 보니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도 숲을 온전히 느끼고 오지 못했기 때문인듯하다.

 

나는 자연보호를 몰랐다. 오이가 잘 열리게 하기 위해서는 곁가지로 나오는 순을 쳐주어야 하는 것처럼 나무도 적당히 꺾어 주어야 더 잘 자란다고 예사로 가지를 꺾었었다. 아침마다 꽃가지를 꺾어다가 교실를 장식했다 따고 싶으면 따고, 꺾고 싶으면 꺾고, 오르고 싶으면 올라갔다. 자연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자연보호를 잘 모른다. 꽃을 따 먹어보고 잎사귀도 따보고 쌓인 낙엽에 뛰어 들어 서그럭 서그럭 소리에 신나게 뒹굴고 나무의 거친 표피도 손으로 쓰다듬어 보기를 좋아한다.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나 어느새 그러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산을 오르는 것도 일상이었다. 산을 넘어야 아랫마을에 이르기에 일부러 산을 오를 필요도 없었다. 아무도 등산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에 도시에 나와서야 그것이 등산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원하면 어디든 산에 뛰어들 수 있었다.

 

건강과 여가를 위해 일부러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자연은 보호 대상이 되었다. 나에게 자연보호는 슬픈 구호이다. ‘자연보호는 자연이 들어도 슬픈 말이다. 보호하고 일부러 가꾸어야 할 만큼 자연이 사라지고 황폐해진 세상이 된 것이다.

 

 관악산에는 일일 약 700여명의 사람들이 산을 오른다고 한다. 아마 그들도 나와 같은 산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산행을 시작하기 전, 많은 인파로 인한 관악산 훼손의 심각성과 그것을 막기 위한 숲길 가꾸기 운동의 경과를 들었다. 이번엔 단순히 즐김의 산행이 아님을 알려줬다. 자연을 위한 사람의 노력을 살피며 가는 산행은 처음이었다.

 

노면침식을 막기 위해 돌계단을 설치하고 갓길, 샛길 차단을 위해 나무를 심고 길만 따라가세요라는 푯말도 세워져 있었다. 모두 숲길 가꾸기 운동의 노력의 성과였다.  특히, 누구나 잠시 쉬면서 관악산 생태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만든 생태 안내판은 매우 유익했다. 그러나 많은 돌계단과 나무계단은 오히려 흙길로 된 갓길과 샛길의 유혹에 빠지게 했다.

 

이번의 힘든 산행은 자연의 처지가 내가 기억하는 넉넉한 자연과 많이 다름을 깨우쳐 주었다. 이때까지 자연을 느끼고 즐길 줄만 알았지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제는 향유하기만 하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위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함도 배웠다. ‘자연 중심으로 생각하기가 당분간의 나의 화두가 될 것 같다. 자연보호를 모르던 때의 자연으로 돌아갈 방법은 무엇일까?

 

IP *.1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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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30 07:05:55 *.153.23.18

골세앙바드레 지명을 건너건너 들었어요. 거기서 밝고 환하고 자유롭게 크셨나 봅니다.

풍요로운 자연은 꺽어도 되고 그랬는데 워낙 많은 사람이 지나가니까 인제는 그러지 못하겠네요.

관악산 가는 사람이 연간 700명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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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5 11:18:48 *.12.2.67

아니, 잘못된 정보가!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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