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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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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30일 09시 18분 등록

그제 아침 산에서 내려오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스승이신 길현모 선생님의 자제분이었습니다. 우린 서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와 억양이 묻어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돌아가셨구나’하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0일 아침에 돌아 가셨습니다.

 

저녁에 아내와 함께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났는데 선생님의 모습과 우리가 만났던 장면 장면이 스쳐 갑니다. 나는 눈썰미가 없는 사람입니다. 내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은 그 사람과 내가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나 표정이나 웃음이나 손짓 같은 특별히 인상적인 이미지를 재생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증명사진으로 나온 사람의 얼굴은 잘 기억해 내지 못하지만 어떤 특별한 순간의 움직임을 마치 스냅 사진처럼 기억하는 그런 스타일이지요. 선생님의 모습도 내겐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아침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에 다시 선생님을 뵈러 갔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향을 피우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습니다. 눈을 감으니 온몸 속으로 따스한 기운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떠나시기 전에 나를 기억해 주신 모양입니다. 내가 찾아오면 들려주시고 싶은 좋은 이야기와 격려가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따스한 기운은 틀림없이 생전에 하지 못하신 그 좋은 이야기를 그때 들려 주셨기 때문에 내 속에서 평화롭게 퍼지기 시작한 축복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여러 가지 멋진 인생의 장면들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사람을 안아 품는 장면, 아주 매혹적인 웃음, 번잡하지 않고 명쾌한 사고, 원칙의 꿋꿋함들이 모두 그 분의 표정과 걸음걸이와 몸에서 우러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원칙이 삶을 인도했지만 편협한 적이 없으셨습니다. 어떻게 넉넉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당당하게 행동하고 어떻게 깊이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생생한 장면을 삶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선생님.

 

(구본형, 2007.1.12)

 

■ 앵콜편지를 마감합니다.

 

안녕하세요. 최우성 연구원 입니다. 4.13일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보내기 시작했던 앵콜편지를 오늘 19번째 편지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스승의 글을 선택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쉽지 않았지만, 500 페이지에 해당하는 편지를 모아서 편집해 준 박미옥 연구원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편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길현모 선생님께서 당신의 제자에게 보여주셨던 장면들, 사람을 안아 품는 장면, 아주 매혹적인 웃음, 번잡하지 않고 명쾌한 사고, 원칙의 꿋꿋함, 넉넉함, 당당함, 깊은 인생..그것이야 말로, 제자들이 스승에게서 늘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묵상 중에 앵콜편지를 고를 때마다 들려왔던 스승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립니다.

 

“우성아! 삶을 이렇게 한번 살아봐라..”

 

죄송합니다. 선생님처럼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잘 살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모습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온몸으로 활짝 웃으시던 그 매력적인 웃음이 많이 그리워지겠지요. 그동안 앵콜편지와 함께 그리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새로운 시작, 금요편지, 토요편지 필진 소개

 

다음주 9월 6일부터 새로운 필진이 금요일과 더불어 토요일에도 마음편지를 발송합니다. 7명의 연구원과 구본형 선생님의 둘째 딸 구해언 양이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구본형 다시 읽기’라는 주제로 선생님의 글을 다시 읽고 그 중에서 여러분과 함께 음미하고 싶은 잠언을 뽑아 편지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8명 필진의 소개와 각오를 간단히 알려드립니다. 격려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금요편지 필진]

 

* 한명석 (2기 연구원)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글 쓰기 시작한 것을 꼽는다. 글에서 받은 것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도 글쓰기를 영접하도록 돕는 것을 천직으로 알며,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변경연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선생님이 안 계셔도 끝까지 변경연을 지킨다.

 

* 오병곤 (1기 연구원)

직장인들이 자기혁명을 통해 스스로 제 꽃을 필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IT와 인문학의 통섭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고 있다. 뼛속 깊이 직장인이었지만 밥과 자유가 공존하는 삶을 꿈꾸며 자유로운 1인 기업가로 변신하여 현재는 기업 컨설팅, 교육, 저술, 책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이한숙 (4기 연구원)

여행사 아티스트 웨이 대표. 해외여행 중이라 첫 편지에서 소개와 각오를 밝히겠습니다.

 

* 박미옥 (6기 연구원)

이쁜 짓과 말썽이 한참 무르익은 오누이의 9년 차 엄마. 내편 같기도 남편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매력남의 10년 차 아내. 가족과 함께 하는 놀이와 배움을 글로 써 나누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는 4년 차 작가 연습생. 스승의 부지깽이를 빌려 자꾸만 힘을 잃어가는 꿈의 불씨를 다시 지펴보고 싶습니다.

 

[토요편지 필진]

 

* 권윤정 (8기 연구원)

콩두는 특수학교에서 일합니다. 이 일을 한 지는 13년째입니다. 오늘은 전학 온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에 성공해서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이런 날은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또 올 봄에 결혼한 어리버리 3급짜리 새댁입니다. 신랑각시 둘이 합쳐서 여든다섯살입니다. 좀 많지요? 우리가 서로를 양쪽 집안에 소개했을 때 '어디 있다 인제 왔냐? 고맙다'는 반응이 대세였습니다. 작년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8기 연구원으로 공부했습니다. 1년을 동서양고전을 읽으며 공부를 한 다음에는 첫 책을 쓰는게 연구원들의 발달 과업인데요. 저의 첫 책 주제는 '신화'예요. 토요일에 보내는 마음편지를 계기로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깊이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읽게 된 걸 많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한편 받기만 했던 편지를 보낼라니 좀 긴장이 되고요 외상값이나 부도낸 약속 때문에 좀 켕기기도 합니다. 외상값 잘 갚고요 9월에 뵙겠습니다.

 

* 구해언 (명예 연구원)

안녕하세요. 구해언입니다. 매주 변경연에서 보내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는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꼭 해보고 싶던 제 10대 풍광 중 하나였습니다.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고, 첫 출항을 나가는 꼬마 선원처럼 저는 완전히 들떠있습니다. 수평선 너머에서 기다리는 수많은 모험들이 우리를 세상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안내해줄 겁니다. 길을 따라가면서 신이 우리 자신을 위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보고 싶군요. 즐거운 모험이 될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 유인창 (4기 연구원)

내킬 때 떠나고 넓은 세상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사무실에 갇힌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강하지 못하고 많이 갖지 못했지만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가진 게 부족해도 조금은 사는 게 바보 같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읽고 쓰는 일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 이승호 (5기 연구원)

학부에서는 심리학을 대학원에서는 여가 경영학을 전공하였다. 데일 카네기 리더십 강사와 한국코치협회 코치 경력을 바탕으로 방문판매 전문회사에서 십여 년이 넘게 영업과 교육 파트에서 종사하고 있다. 나의 목소리로 세상을 밝게 합시다 라는 사명서 아래 전문 강사와 코치의 꿈을 정진 하던 중,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인연을 맺어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노래하는 글쓰기의 소망을 함께 이루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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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30 12:24:16 *.108.69.102

청천벽력 같은 선생님의 타계 이후로 우성님이 보여 준 행보만 보아도

잘 살고 계신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한 것 아닌지요?

간곡하고 사려깊은 우성님의 마음씀이 앵콜편지의 선생님 육성과 그대로 겹치는 것을 보아

이미 사부님이 보여주셨고, 우리 모두의 꿈인 것처럼 살고 계신 것 맞네요.^^

 

그동안 너무 애쓰셨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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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1 15:00:45 *.155.25.1

한 선배님.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의 붉은 함성같은 글을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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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30 13:14:36 *.1.160.49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사부님께서, 그리고 우성오빠께서 보여주신 그 모습.

거울삼아 다시한번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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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1 15:02:53 *.155.25.1

미옥아.

사부님께서 네게 해주셨던 말씀..

흩날리는 벚꽃처럼 터지는 글을 기대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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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 12:48:24 *.43.131.14

더 오래 선배님 글을 읽고 싶었어요.

골라주시는 편지든 보내주시든 편지든요. 

조금 선선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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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6 16:00:34 *.30.254.29

그대의 글을 읽으면

흠칫 놀랄 때가 많아요.

숨을 고르게 하더군요.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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