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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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처럼 행동하는 컴퓨터가 나올 수 없다는 것에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긍하고 있다. 사랑 때문에 질투를 하는 컴퓨터, 주인을 잘 만나서 위대한 연설가가
되는 컴퓨터를 우리는 상상할 수 없다. 혹시 상상할 수 있다면 당신은 너무 많은 영화나 소설을 본 것이다. 아니 그것 자체가 어쩌면 컴퓨터와 다른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증명하는 셈이다.
컴퓨터는 컴퓨터일 뿐이다. 그 기계는 주인이 프로그래밍하지 않은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같은 고철덩어리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꿈을 꾸었다. 예술
작품이 아니라 실제로 인간 같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컴퓨터와 사랑을 하고 컴퓨터에
의해 인류가 멸망하는 이야기들을 꿈꾸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접근하자면 크게 두가지 문제가 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첫째, 인간처럼 행동하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행동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 행동을 패턴화 할 수 없다.
인간 개개인이 너무 다름은 분명하다. 또한 같은 인간이라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똑같은 현상에
대해 미개인과 문명인의 대응방식 역시 판이하게 다르다. 인간 자체를 분석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인간과
닮은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겠는가? 인간 행동에 대한 수치화된 데이터가 없다면 컴퓨터는 어떤 처리도 불가능하다.
둘째, 인간의 모든 행동 패턴을 저장하고 판단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력 끝에 인간의 모든 행동 패턴을 파악했다고 하자. 하지만 이를 과연 처리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행동들을 한다.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는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금연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매일가던 흡연장을 가지 않는 변칙적인 행동들까지 무수히 많은 행동과 가치판단, 감정을
소비한다. 이것들을 다 저장해서 순간순간 판단할 수 있을까? 지금
기술의 최고사양의 컴퓨터가 달라붙어도 불가능하다. 그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찰나의 순간에 그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컴퓨팅 시스템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연구가 그렇듯이 이 문제 역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니
이 경우에는 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려나..
사실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핵심은 ‘무의식’에 있다. ‘무의식’은
앞서 이야기 했던 기술적인 난제를 한번에 해결해 줄 마법의 키워드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행동은 대부분 ‘무의식’에
기인한다. 우리가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아무 의식없이 행동한다. 앉고
일어서는 간단한 일들을 의식적으로 계획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얼마나 피곤할 일이겠는가.. 인간의 모든
행동 패턴을 파악할 필요 없이 무의식을 이해한다면 대부분의 행동 패턴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컴퓨팅 능력의 한계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기껏해봐야
사람 머리통 크기가 전부이다. 그렇다면 이 작은 컴퓨터가 어떻게 인간의 복잡하고 수많은 행동들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 역시 해답은 ‘무의식’에 있다. 우리의 작은 뇌는 최근에 외웠던 것들이나 큰 충격으로 각인되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날려 버린다. 분명 배웠는데 또 새로운 수학공식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무의식’ 영역의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행동을 할
때면 기록되어져 있던 의식적인 기록과 어딘가에 있는 ‘무의식’의
기록이 절묘하게 섞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의 동작원리를
알아낸다면 인간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 그 동작원리와 작동방법은 밝혀진 바가 없다. DNA의
구조가 파악되어 유전자를 조작하고, 줄기세포로 세포를 만들어내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무의식’이라는 것은 크게 학문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카를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에 보면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예 그의 자서전 프롤로그 첫 문장을 ‘무의식’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또란 다른 장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들이
있다.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
100년전 카를 융은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였다. 인간의 무의식은 어디서 발생하고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표출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당시나 현재에 이르러서도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반대에 부딪쳤지만 어쩌면 그가 옳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한 인간을 이루는 그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의 무의식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 말이다.
그리고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이 꿈의 형태로든 혹은 위급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든 우리는 이 ‘무의식’의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무의식의 알고리즘을 해결해 냈을 때 정말 인간처럼 행동하고 꿈을 꾸는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문이다. 신은 그걸 원할까?
어쩌면 신은 우리가 ‘무의식’ 영역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없게 우리를 프로그래밍 했을지도 모른다. 지혜롭고 위대한 신의 모든 것의
계획인지도 모른다. 무의식, 그것은 너무나 심오하고 복잡하며, 그리고 이성과 과학에 사로잡힌 인류의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겹쳐있다. 어쩌면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가 아니라 신에게 지혜를
달라고 기도를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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