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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8일 07시 56분 등록


차이코프스키.jpg

함께 우리를 즐기는 기술

나는 지금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을 듣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다. 2 악장 안단테 칸타빌레가 워낙 유명해서 이 작품을 대변하는 이름이 되어 버린 기악곡이다. 톨스토이는 이 곡을 듣고 눈물을 흘렸고 차이코프스키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가장 행복하고 명예로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다.

팀워크을 설명하기에 가장 훌륭한 상징어는 음악이다. 악기가 다르고 자신이 맡아 연주하는 대목이 다르기 때문에 최고의 화음이 만들어 진다. 다름의 예술, 이것이 팀워크의 비밀이다. 지금 나처럼 안단테 칸타빌레를 듣고 있다고 상상하라. 그리고 팀워크의 핵심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첫째, 우리의 연주가 성공적이려면 우리가 무슨 곡을 연주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휘자는 연주자들에게 레퍼토리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마찬가지로 팀은 공동의 프로젝트와 과제를 가지고 있고, 구성원들은 누구나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공연할 것인지를 알아야 하듯, 팀원들은 프로젝트의 목적과 범위 그리고 고객의 기대 수준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때 팀장은 지휘자의 역할을 맡아야한다. 지휘자처럼 공연 전체를 전체를 조율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훌륭한 리더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연주자 각자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전체의 공연 중에 언제 어디서 자신의 소리를 내야하는 지 알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다. 팀원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언제 어떻게 개입하고 참여해야하는 지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만일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면 역할 분담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과업에 따른 인원 배분이 적절하지 못하면, 전체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어 불협화음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팀리더는 전문성과 경력에 따라 적절한 역할을 배분해 주어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 군데 몰리지 않도록 분산하고 반대로 꼭 필요한 곳에서 그 일을 맡을 사람을 빠트려서도 않된다.

셋째는 약간 아이러니컬한 데, 이 점이 바로 팀워크의 묘미이기도 하다. 앞에서 예를든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 2 악장은 제 1 바이올린의 솔로나 다름없다. 덕분에 다른 협연자들은 쉬어가는 악장으로 생각한다. 이어지는 3장은 짧고 힘찬 러시아 춤곡이고 마지막 악장은 신나지만 연주할 때 특히 연습이 많이 필요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팀으로 일을 하다 보면 최선의 역할 배분을 했다하더라도 일의 경중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마치 제 1 바이올린의 역할이 2 악장 내내 두드러진 것처럼 팀 중의 한 두 명이 가장 중요하고 긴요한 대목을 집중적으로 처리하게 될 수도 있다.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일의 특성상 그 일을 맡아 할 사람이 소수인 경우는 이런 불균형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러면 이 일을 맡은 팀원이 불평을 토로하거나 과중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팀장은 그 일을 맡은 핵심 팀원에게 이 일의 특별함을 미리 설득하고 적합한 인정과 보상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는 개인기다. 팀원 각자가 자신이 맡은 악기를 잘 다루어야 한다. 바이올린이 바이올린이 내야할 소리를 내지 못하고 첼로가 첼로일 수 없으면 공연은 끝장이다. 자신의 자리와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떤 공연 어떤 경기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된 팀원이 없다면 실패한 것이다. 팀워크 역시 믿을 만한 개인기 위에서만 절묘한 엑스타시를 보여줄 수 있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연주하고 어느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는가에 따라 천양지차일 수 밖에 없다. 훌륭한 공연은 잘 훈련된 팀원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스스로 준비되고 잘 훈련되지 않으면 좋은 팀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다섯 번 째 팀워크의 핵심은 간단하고 강력하다. 즐겨라. 즐기는 팀이 최고의 팀이다. 연주자들이 스스로 빠져들고 탐닉하고 즐기는 공연이 아니면 청중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청중은 음에 홀리며 그 음을 만들어 내는 연주자에 매료된다. 이 지점이 바로 상업과 예술이 다른 길을 걷는 분수령이다. 일에 빠져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 함께 일하면서 흠뻑 즐길 수 있다면 그 일은 책임으로 가득한 지루한 품삯이 아니라 놀이가 되고 공연이 된다.

나는 훌륭한 팀워크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팀워크 만이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일하려 하지 말자. 필요를 넘어설 때 우리는 창조적이 될 수 있으며, 혼자 이루어 내지 못하는 위대한 성취를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안단테 칸타빌레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함께 만들어 낸 소리가 아니라면 이 곡이 이렇게 아름답겠는가 ?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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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1 08:50:37 *.30.254.29

스승님...

글이란 참 좋은 것이군요...

 

글은 술과 같아요

멀리 있던 기억을 가깝게 당겨오는 술처럼

 

글을 통해

멀리 계신 분이

다시 가깝게 느껴지니까요...

 

글에 취해

아침을 시작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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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4 12:44:13 *.170.174.218

결국에는 어떻게 즐기느냐이겠지요,

잘 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자를 이기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것처럼요.

늘 즐기며 재미있게 살아야겠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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