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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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8. 삶은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 오미경 2013. 09. 02
무엇에 대한 자극을 받은 것일까. 세상에는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융을 읽으면서 너무 깊이 빠졌던 탓일까.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을 말하고자 한다. 무의식에 대한 것. 막연히 떠오르는 듯한 느낌, 동시성을 체험하는 일이 있었다.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라는 말이 자극이 되었을까?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외부로 나타나 사건이 되려 하고, 인격 역시 무의식의 조건에 따라 발달하며 스스로를 전체로서 체험하려고 한다.(11p)
2013년 3월 8일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9기 연구원 2차 레이스 발표가 났다. 2차 레이스 된 것으로도 기뻤다. 후회없이 도전하고 불살랐기에 합격하면 운이 좋은 것이고, 되지 않았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3차 면접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며 마음은 불안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막연한 질문이 떠올랐다. 수면위에 공이 떠오르듯이 질문이 계속해서 나를 당황하게 했다.
‘과연 내가 구본형 선생님을 볼 날이 있을까? 내가 그분과 함께 공부는 할 수는 있을까’
라는 질문이 내면에서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나를 당황하게 했던 질문들은 구본형 선생님의 소천으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러한 것들이 어쩌면 동시성synchronicity 일 수도 있고, 의식은 못하지만 집중하고 몰입하는 대상에 대한 예시를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이다.
8월 27일 화요일, 하루 일과가 끝나고 5시경에 가까운 도서관에 도착했다. 평상시 같으면 도서관 근방에 파킹하고 그냥 들어갔었다. 그날은 우연히 왼쪽 바퀴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바람이 조금 빠진듯하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쪽 바퀴, 뒤쪽의 바퀴를 살펴보니, 왼쪽 바퀴가 이상했다.
일과가 피곤하고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편안한 쇼파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편안히 1시간 넘게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가는 도서관은 올 1월에 신축되었기에 편안한 넓은 의자들이 많이 있다. 이 무더운 여름에 가는 곳이 도서관에서 자고 휴식을 취하고 스마트폰 하고 컴퓨터를 최대 150분 사용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 시설인가.
잠을 자고픈 욕구에 모든 것이 귀찮았고 이번주 과제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하는 바쁜 마음이었다. ‘그냥 도서관에 들어갈까? 아니면 귀찮아도 한번 바퀴를 점검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갈등을 했다. 잠깐 생각하다가 운전대를 잡았다. 평상시 다니던 카센터를 가려고 했다. 그곳까지 가서 정비하는데 왕복 한 시간은 될 듯했다. 운전하면서 근처 카센타 없을까를 운전하면서 둘러보았다. 도로 건너편에 있는 듯했다. 유턴을 해서 정비업소 처럼 생긴장소를 갔다. 넓었고 수입차에 사무실에 눈에 딱 띄는 두 사람이 트럭 운전대에서 정비를 하고 있었다. 다가가서 “바퀴가 이상한데요.” 키 큰 청년이 내리더니 내 차 바퀴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펑크가 났다는 것이었다. 나사못이 박혀 있었다. 20여분동안 펑크 때우고 이리 저리 하더니 일이 끝났다. 얼마냐고 했더니 “ 10,000원인데 5,000원만 주세요.” 고마웠다. 마침 차가운 우유를 학교에서 가져온 3개가 가방에 있어서 5,000원과 더불어 시원한 우유 2개를 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건네준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그 청년은 차량 후진 하는 것까지 도와주었다.
나는 이 일을 경험하면서, 평상시와 다른 나의 무의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가졌다. 그냥 무심코 보았던 바퀴였는데, 그 ‘무심코’란 것이 어떤 무의식의 작용에 의해서 이런 일을 알아차렸을까. 타이어 바람이 많이 빠진 것도 아니고 운전 할 때도 아무 이상을 못 느꼈는데, ‘무심코’란 바로 내안에 무언가가 나에게 알려준 것이리라.
‘상처 입은 자만이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라는 말처럼 아픔이 있는 사람은 남의 아픔이 무엇인지 공감하며 웬만한 일에는 너그럽다. 이해하는 깊이가 다를 수 있다. 일주일 동안 융의 <기억, 꿈 사상>을 읽었다. 융에 대한 이해가 짧아서 9기 동기들이 일러준 < a dangerous method> 라는 영화를 봤다. 융과 사비나 슈필라인, 프로이드를 다룬 영화도 봤다. 즉 우리가 프로이트나 융의 업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죽음의 충동(타나토스)와 집단무의식의 기본 개념이 사실은 슈필라인에게서 비롯됐다는 것. 결국 영화는 융이나 프로이트에게 미친 그녀의 영향을 과대평가한 게 아니라 애증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과소평가한 셈이었다.
융과 프로이드에 대한 영화 < a dangerous method>를 봤다. 프로이드와 융을 알고 나서 보는 영화인데도 스토리에 대한 것들이 붕~~ 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8월 29일 목요일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도서관에 갔다. 디지털실이 있는데, 그 중 두 곳은 미니 영화관같은 dvd.실이 있다. 가족 3명이상이면 들어가서 볼 수 있는 편안한 쇼파가 있는 곳이다. 피곤한 몸에 살펴보니, 마침 dvd실이 비어 있었다. 조용히 들어가서 쇼파에 머리를 기대로 잠을 잤다. 사람들이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스캔과 프린트 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지만, 졸리니 그런 것은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아마도 한시간 반가량 잤던 것 같다. 이럴때 진희 말이 생각난다. 여행갔을 때 틈만 나면 잠을 자는 나를 보고 하는 말 “ 언니는 잠자러 이 멀고도 먼 몽골까지 왔어?” ㅎㅎㅎ
나는 틈틈이 자야 생활할 수 있다. 정신이 맑지 않으면, 아무 생각도 의욕이 없다. 눈을 뜨고 디지털실을 나와 책을 빌리는 열람실 의자에 숨을 돌리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찾고 있는 책이 있어서 열람실 컴퓨터로 도서 검색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찾고 있는 책이 신착도서에 꽂혀있지 않아서 최근 신착도서를 검색했다. 한참을 검색하다가 뭔가 눈에 띄였다.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서가에 가서 찾아보니 신판이었다. 초판이 2013,6월 3일이었다. 자리에 와서 천천히 펼쳐보니 융의 <기억 꿈 사상>에 대한 새로운 해설서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융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많은 칼라도판과 융의 책에서 옮긴 글을 해석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에 대한 해설을 읽으면서 이 기막힌 우연과 무의식, 융에 대해 뭔가 미진하다고 했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소화할 수 있었다.
“인생은 의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또는 인생은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가지고 있지 않기도 하다. ”
나는 누가 나를 사랑해줘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내 존재 자체로 기쁘고 행복하다. 남이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하면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내 존재 자체로 기쁘게 살려고 한다. 내가 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고 활기가 넘치는가. 그것은 바로 살아있는 기쁨을 만끽하기 때문이다. 길가에 꽃들을 보라. 그 꽃들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 서정주 시인이 말한 네가 나를 꽃으로 불러주기 까지는 나는 꽃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그 시인이 남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려고 한 그 사람만의 생각이다. 사상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길가에 이름 모를 꽃들이 산속에 사는 수많은 사슴이나 다람쥐, 곰탱이, 토끼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하여 사는게 무의미하는가.
인정받을려고 사랑받을려고 구걸하는 것은 거지근성과 노예근성이 낳은 현대적 산물이다.
내가 무의식을 소유한 것인가. 무의식이 나를 소유한 것인가? 글을 쓰면서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의식의 흐름을 보고 있다. 화가 나면 화의 원인의 싹이 무엇인가. 결과에 대한 원인을 생각하다 보면, 세상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다.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 사건을 해석할 수 있는 힘. 자신이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다. 융은 자신의 내면과 꿈을 들여다보면서 끊임없이 의미를 알고자 몰입했으며 해석을 했다. 어차피 내가 살아가든 살아가지 않든 세상은 무심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흘러간다.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내 삶에 대한 해석을 해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후부터 나만의 레드 북을 만들어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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