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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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5. 그들이 스스로 본 그들
---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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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첫 인연 –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아니야...4-2.
4-3.
4-4.
‘카를 융’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카를 융 따라하기’ 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안으로 훑어 들어가 나의 첫 기억, 느낌들을 찾아보고 다시 한 번 ‘지금 여기’에 서서 아직도 풀리지 않은 몇 가지 퍼즐과 그것이 내게 전하는 의미를 알아내고 싶었다.
나는 지금 마흔 넘은 나이에 ‘지금 여기’에 서 있지만, 늘 내 마음의 서늘함과 풍만함, 그리고 먹먹함이 시작하는 곳은 내 어린 시절 그 때다. 내 마음 속에 돋아나는 감정들.... 나는 그 감정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느껴보고 싶어졌다.
가슴 중앙에 두 손을 교차하여 얻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들여다본다. 내 몸은 내 안의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로 미래로, 내 안의 나에게로 타인에게로 여행을 떠난다. 엷은 빛을 발하는 가느다란 감정회로를 타고 나는 나에게로 간다.
통찰의 붓다
어린 시절 그곳에는 엄마가 없다.
‘엄마’를 떠올리면 나는 엄마가 없다. 나의 엄마 자리에는 늘 할머니의 다정스런 얼굴이 교차하고 나는 ‘엄마’라는 느낌의 단어를 어떤 한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나의 엄마는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라고 불리었고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나를 낳아주고 나의 자매 언니들을 낳아준 엄마는 ‘어머니’였다. 그래서 늘 나는, “나는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구라(?)를 친다.
엄마이든 어머니이든 나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그다지 절실한 그리움도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나의 ‘엄마’자리는 내 할머니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단지 여느 집 엄마들-그들이 정말 그랬을까?-처럼 젊은 감각으로 섬세하고 세련되게 딸아이를 챙겨주고 입혀주며 집중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함에 늘 목마름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5녀 1남의 4째 딸이었고 내 어머니는 아버지와 똑같이 일을 하는, 수퍼우먼보다 바쁜 직업여성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늘 그러했다. 어머니는 ‘바쁘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그 말에 덩달아 나는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1960년대 말, 국가의 인구정책을 보면,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나온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의 국가는 그 표어를 얼른 내려버리고, 또 다른 표어를 앞장 세운다.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아들 선호 생산이 극에 달했던 그 시절, 언거푸 생산되는 쭉쟁이(?)들, 여자 아이 허튼(?) 생산을 막아서 갈수록 불어나는 아기생산량을 조절할 속셈으로 아이를 낳았다 줄였다 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어머니는 가난을 부르는(?) 대책 없는 다산이 유행이던 시절의 잘 나가던 산부인과 의사였다. 개인 병원인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아기 생산 임산부가 5명이 넘어갈 정도로 바빴던 우리나라 최고의 아기 생산기간의 여의사였다.
그녀 역시, 그 시절의 가임여성으로서 아들을 생산해야 할 막중한 소임을 지닌 며느리이었다. 또한, 그 소임을 꼼짝 못할 정도로 옭아매는 전통 사상이 있었으니, 어머니의 남편은 부모에 대한 효를 으뜸으로 아는 경북 영주, 소위 양반 출신의 효자 남편이었다.
당신 스스로 일 년에 하나씩 아기를 6명이나 낳고 매일 매일 아기를 받고.....어머니의 손에는 아기가 떠나는 날이 없었을 게다. 지금 엄마가 된 내 입장에서 보면 우리 엄마-지금은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가 되었다^^*-는 수퍼 울트라 캡숑 빵빵 우먼이었다.
그래서 그런 내 어머니의 육아원칙은 ‘방목’이 아닐까 싶다.
우리 집은 6층짜리 건물에 병원과 더불어 건물 위층에는 가정집이 꾸며져 있는 구조였고 아버지 역시 병원을 하셨기에 나는 소위, 병원 집에 사는 아이였다. 우리 집에는 간호사, 우리를 돌봐주는 보모, 주방 일 일하는 할머니, 그 할머니의 보조 언니 등등 여러 명이 숙식을 하고 지냈다.
최전선에 나서서 남자만큼(?) 일하는 바쁜 여자가 있으면, 그 후방에는 바쁜 그녀를 보좌하며 잘나가는 그녀 덕분에 생계를 꾸려나가는 ‘후방 시다바리 부대’가 필수다. 우리 집에는 한 무리의 여성 부대들이 늘 생활을 함께 했고 나는 정서적으로는 할머니에게 엄마를 느끼며 생활적으로는 그 여성 부대의 도움을 받으며 자랐다.
바쁜 엄마를 둔 어린 아이 만큼 치명적인 결핍이 또 있을까?
아이가 처음 만나는 인연,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의 ‘자아’ 개념이 형성되는 유아기까지는 공기처럼, 솜결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존재로 아이 곁에 있을 필요가 있다. 아이가 혹시나 하며 뒤를 돌아볼 때, 편안히 자다가 눈을 떴을 때, 무슨 일에 놀라 급히 얼굴 파묻을 가슴팍이 필요할 때 늘 아이 자리에서 곁을 지켜주는 것이 ‘엄마’다. 바로 어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정서적인 손길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그 역할을 잘 하고 싶었으나 첫 경험이라 못 할 수도 있고, 역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미처 몰랐기에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또 여자로서 개인으로서 그녀의 삶의 무게가 너무 빡세다보니 에너지 탈진으로 엄마라는 역할을 잘 해 나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상적으로 엄마는 이러해야 한다고 한들, 현실의 엄마들이 이상적인 엄마상에 가랭이 찢어져 가며 다 맞추고 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용서 못할 사랑도, 치유 안될 결핍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를 통찰하고 어떤 상황을 이해하고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시절 나를 어루만지는 내면탐색은 나 스스로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 어머니는 6남매의 엄마이자 직업여성, 그리고 효자 남편과 하늘같은 시어머니를 모신 며느리로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참으로 벅찼다. 과거를 회상하며 그녀 역시 그렇게 말한다. 그 시절 아주 많이 힘들고 외로웠다고.
내 ‘엄마’의 자리에 할머니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를 보듬어 주었지만, 나의 어린시절 엄마의 부재는 내가 일찌감치 '엄마'라는 존재를 포기하고 세상이라는 곳에 눈을 돌리게 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네 살 박이 어린 시절부터 하루 종일 집 밖을 쏘다니며 세상 속으로 모험을 떠났다. 집에서 놀기도 했지만, 집에서 함께 하는 놀이는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늘 나를 괴롭히는 셋째 언니가 있었고 또 가끔은 어머니가 고용한 ‘후방 시다바리 부대’에 고용된 보모언니가 나를 몰래 제압하였다. 그녀는 어른들 모르게 나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힘겨움의 책임이 나에게 있는 양, 조용히 눈을 감고 받아들이며 "그래, 세상에 나가보자" 는 심정으로 동네를 탐험하는 놀이로 눈을 돌렸다.
꽃보다 6남매
(왼쪽부터 태어난 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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