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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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올해는 정말 살아보리라
삶은 아주 길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 보리라
올해는 분노에 분노를 기름 붓지 않고
비난에 비난을 덧대어
길고 긴 밧줄을 만들지 않으리니
미움으로 포로처럼 옭매지 않고
올해는 더 많이 풀어두리라
올해는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오래 손잡아주고
더 깊이 그 눈을 들여다 보리라
올해는 더 많이 바람에게서 배우고
더 많이 산 속에 있고
더 많이 여행하고
더 많이 웃으리니
삶이 나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게 하리
올해는 더 많이 사랑하리라
아무 말 없이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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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수원화성 성벽에 사는 비둘기는
모조리 비만이다.
행인이 던져주는 과자에 취해
뒤뚱거리는 폼이
날기는커녕 걷기도 힘들어 보인다.
나는 어제도
핸폰카메라 연속컷 기능에 혹하여
그 놈들을 날게 하려고
애쓰다 애쓰다 말았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성벽망루 지붕 위에서
일제히 날아오른 놈들은
어제의 그 놈들이 아니다.
빠르기도 하지.
순식간에 까마득히 점점으로 박혔다가
날개를 뒤집으며 보여주는 현란한 비행.
아름답기도 하지.
진회색 날개와 흰색 앞가슴으로 펼치는 카드섹션.
영리하기도 하지.
한달내 연습한 춤사위처럼 일사불란한 동작.
날아갔다가 날아왔다가
절도있게 유턴하는 몸짓이 바람을 가르며,
놈들은 날개짓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세상은 아름다워'
이유없이 처지는 기분을 위로하는
한바탕 군무에 가슴이 뻐근하다.
아름다운 시절이 거저 가는 것에
가슴이 아리다.
모조리 비만이다.
행인이 던져주는 과자에 취해
뒤뚱거리는 폼이
날기는커녕 걷기도 힘들어 보인다.
나는 어제도
핸폰카메라 연속컷 기능에 혹하여
그 놈들을 날게 하려고
애쓰다 애쓰다 말았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성벽망루 지붕 위에서
일제히 날아오른 놈들은
어제의 그 놈들이 아니다.
빠르기도 하지.
순식간에 까마득히 점점으로 박혔다가
날개를 뒤집으며 보여주는 현란한 비행.
아름답기도 하지.
진회색 날개와 흰색 앞가슴으로 펼치는 카드섹션.
영리하기도 하지.
한달내 연습한 춤사위처럼 일사불란한 동작.
날아갔다가 날아왔다가
절도있게 유턴하는 몸짓이 바람을 가르며,
놈들은 날개짓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세상은 아름다워'
이유없이 처지는 기분을 위로하는
한바탕 군무에 가슴이 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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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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