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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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네요. 유난히도 긴 여름이었습니다. 제 분을 못이겨 셔츠의 등판이 땀으로 누렇게 변할 때까지 걷기도 했고, 뭐가 그리 서러워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에 술을 마시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절대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도 결국은 흘러간다는 거네요. 그러네요. 생의 한 문턱을 통과하듯 여름이 갑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마음 한구석이 설레입니다. 돌이켜보면 늘 시작을 미루고만 있네요. 좀 더 어릴 때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속절없이 시간만 갑니다. 하나, 둘 닫혀가는 문들을 보면서 생각해봅니다. 그래, 떠나자꾸나. 선택은 자유이지만 분명한 건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구나. 익숙한 곳을 떠나야 비로소 삶이 시작되는구나. 그게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운명이구나.
괜시리 떠나가는 여름에게 실없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대는 어디로 떠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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