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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8일 06시 49분 등록

결혼

연애는
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해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절망으로 끝이 나지
연애는  사랑의 문제니까

관능은 연애를 멋지게 리드하고 
열정은 두 사람이 불타게 해
죽어도 좋아라고 소리치게 해 

200911864857617.png
결혼은 달라
연애와 결혼 사이에는 턱이 있어
잘 보이지 않아
그러나 그 턱에 걸려 자빠져
마빡이 터지고 턱이 날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어

이 바보야
결혼은 말야
관계야
결혼을 하면 서로 한 두 가지씩은 희생해야해
그래그래 좋아하는 것을 내 놓았으니
결혼은 시련인거지
'관계라는 신 앞에 바쳐진
자아라는 제물'
그게 바로 결혼이야

근데 내 놓을 때 잘 내 놓아야해
서로 내 놓아야지
한 사람만 내놓으면 안돼
말하자면
관계를 위해 희생해야지
상대를 위해 희생하면
내가 죽어 버려
내가 죽으면 관계도 없어
내가 빳빳하게 살아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말이지
롱 나잇이야
  

남편은 아내에 의해 정의되고
아내는 남편에 의해 정의돼
두 사람 모두 관계 안에서만
그 정체성을 가지게 되지

연애하듯 결혼해 있으면 안돼
관능을 따르면 파국이야
옆이 길게 찢어진 스커트 사이로
멋진 허벅지가 보이는 여인을 따르면 안돼
꽃처럼 생긴 제비도 곤란해
 
온당한 이성이
온당한 결혼을 이끌게 되지  
관계 안에서 둘이 하나가 되면
찰떡 궁합이야
원래 하나였던 사람 둘이
짝 찾아 탁 붙어 버린 찰떡
결혼은 재회야
그대 부디 행복하기를

 ( 역시 캠벨을 기리며,  마침 막 결혼한 한 쌍을 위하여)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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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9.01.18 12:38:19 *.208.192.28
'관계라는 신 앞에 바쳐진 자아라는 제물'
관계를 위해 희생해야지 상대를 위해 희생하면 내가 죽어버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무엇에든 균형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현명해지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롱 나잇. ㅋㅋㅋ 사부님 변태. 징글러브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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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9.01.18 15:34:51 *.36.210.63
그녀가 어느 날 아침 일찍 받았다는 문자가 생각나네요. 좋은 도움을 주실거란 걸 예감했어요.
'관계를 위해 희생하라'는 말씀 하나로 서로가 합일점을 찾아 OK!가 될 것 같으네요.

저 역시 공부를 하는 동안 바로 그 점을 깨닫게 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힘이든 돈이든 성격이든 강한 쪽은 항상 요구를 더 많이 해요. 안타까운 것이 서로라는 균형을 찾을 수 없어요. 반항이거나 불순종, 이해 부족 혹은 성격 이상으로 간단히 치부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거예요. 그게 멍에고 그 기간을 이겨내기 힘들어 뻗어버리는 거지요.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을 외치며 존재감을 찾고 싶어지니까요.

성경이나 주역도 합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했어요. 한쪽은 누구라도 더 나은 쪽이 무조건 참아야 하느니라 식이고, 혹은 애꿎은 건지 타당한 것인지 마치 업으로 태를 두르고 나온 것처럼 타고난 팔자를 이해하라고 하니까 속수무책으로 답답할 밖에요.

결혼이라는 인연 만큼 관계성을 필요로 하는 것도 없을 거예요. 최초의 거대한 사회로의 통로 이기도 하고요. 그걸 이해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게는 극단의 조치까지는 잘 이르지 않겠지요. 이해를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 이기심과 경우라서 곤란에 처하고 파국에까지 치달을 테지요.

사부님의 글을 읽고 위기에 처한 이들은 훌륭히 반환점을 돌아설 것이고 이제 시작해 가는 이들은 지혜를 가질 거예요. 이미 틀어져버린 사람은 다시하면 잘 살 수 있을라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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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9.01.18 17:01:01 *.5.127.59
결혼이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이성의 측면과의 만남', 장님 예언자 테이리시아스의 전설이야기가 연상됩니다. 사랑에 빠지면 남자가 더 좋더냐? 여자가 더 좋더냐?던 제우스의 애꿎은 질문에 여자가 아홉절 더 좋더라는 테이리시아스의 답변을 못마땅해하는 헤라에게 얻어맞고는 장님이 되었지만 사물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직관을 가지게 된 테이리시아스! 한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롱-나잇) 누가 더 좋을까요?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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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언
2009.01.18 21:17:31 *.160.33.149
ㅎㅎㅎㅎ 캠벨이 살아서 한마디 하는 것 같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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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9.01.19 20:55:11 *.237.105.143
네. 사부님. 결혼은 관계라는 말.
최근 다른 곳에서도 이 말을 들었습니다. 전 아직 미혼이지만, 참 그렇겠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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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1 10:42:50 *.139.108.199

결혼이란 관계에 희생하는것...

회사같은 조직과 다른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조직생활의 핵심을 '조직에 충성하지 말고 동료에게 헌신하기' 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조직생활과는 다르게 봐야하는걸까요?

상대(동료)에게 희생하지 말고 관계(조직) 에게 희생하라...

곱씹어 보는 대목입니다. 

혼자 깊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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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4:33:30 *.98.149.92

오늘 다시 이 글을 곱씹어 보면서 작년에 던졌던 답 없는 질문에 다시한번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나름의 결론은 이러해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결혼'이란, 제도적 틀 안에서의 사회조직으로서의 '결혼' 이지요,

제가 생각한 결혼은, 그런 겉 모습이 아닌, 틀이 아닌,

두 인격체가 온전히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보듭는 과정.

그것이 중심인 '결혼'을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 '틀'을 유지해야만 하는 

사회 제도로서의 '결혼'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과

제도보다는, 개개인의 자유의지와 행복을 더 우선시하는 저의 시각이

다르기에 그렇다구 생각합니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결혼의 의미도 변화하겠지요.

그 변화 안에서 개개인 각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결혼의 의미를

다시 되세겨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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