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7498
- 댓글 수 7
- 추천 수 0
여백이 없으면 꿈을 그릴 자리가 없어
우리에겐
텅. 빈. 여백이 필요해
여백같은 시간
여백같은 날
그게 필요해
신문에 무엇이 실렸는지
내 적이
내 친구가
누구인지도 몰라
나를 사회라는 기둥에 묶어 둔
모든 끈이
풀리고
어디에도 묶여있지 않은 자유
아무 것도 겨냥하지 않는 여백말이야
경제와 실용에 대한
요구가 어찌나 집요한지
내 눈을 안으로 돌리지 못하게 해
내게 요구된 일만 해
그래서 바보가 되었어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몰라
나이 먹을수록
바로 앞에 있는 것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게 집요해
그러니까
지금 밥을 씹고 있으면서도
내일의 밥을 겨냥하는데 온통 정신이 팔여
지금의 밥 맛도 모르는
바보처럼
여전히 배고플 뿐이야
삶의 겨냥이 틀렸어
아무 것도 겨냥하지 않는 여백이 필요해
텅 빈 여백
내가 나를 바라 보는 여백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여백
바람 같은 여백
여백이 없으면 꿈을 그릴 자리가 없어
(캠벨을 이용한 습작)
댓글
7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써니
정화야, 사부님을 통해 우리 곁에서 두 해 동안 몸살을 앓던 너를 떠올리게 된다.
<10센티미터 예술>의 무서운 년 김점선 화가도 생각나네요. 차마 보낼 수 없는 이를 떠나 보내고 남겨진 이의 무거운 어깨를 도닥여 편히하라 이르며 홀로 고요히 자신을 향해 침잠해 들어가는 암투병 환자가 움직여 지지 않는 팔을 가지고 간신히 마우스를 조작하여 꾸준히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도요.
매일 밥 먹듯이 몰입해 가며 살고 싶은 대로의 변화 욕구를 향해 꾸준히 침투해 들어가는 조용한 광기와 천진난만한 자유로움. 아,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늦기 전에...
<10센티미터 예술>의 무서운 년 김점선 화가도 생각나네요. 차마 보낼 수 없는 이를 떠나 보내고 남겨진 이의 무거운 어깨를 도닥여 편히하라 이르며 홀로 고요히 자신을 향해 침잠해 들어가는 암투병 환자가 움직여 지지 않는 팔을 가지고 간신히 마우스를 조작하여 꾸준히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도요.
매일 밥 먹듯이 몰입해 가며 살고 싶은 대로의 변화 욕구를 향해 꾸준히 침투해 들어가는 조용한 광기와 천진난만한 자유로움. 아,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늦기 전에...
VR Left